조용한 섬 여행지를 추천

Islands for a Slower Summer
조용한 섬 여행의 로망을 실현시킬 여행지 리스트

매달 2회 발행하는 뉴스레터 <피치 바이 레터>의 대안 여행지 코너에선 오버투어리즘으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 대신 찾으면 좋을 도시를 소개한다. 잘 알려진 명소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자연과 지역에 깊이 연결되는 경험이 기다린다. 한적한 해변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비밀스러운 휴양지를 찾고 있는 당신을 위한 추천 여행지 5곳.

보라카이 대신 시아르가오 

보라카이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화이트 비치로 유명하고, 섬 규모가 아담해 숙소와 레스토랑, 바 등이 밀집해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제격. 보라카이에 전 세계 여행자가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Travel + Leisure> <Condé Nast Traveler> 등 다수의 글로벌 여행 매거진에서 화이트 비치를 세계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쓰레기 증가, 바닷물 오염, 무분별한 개발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2018년 필리핀 정부는 6개월간 섬을 폐쇄했다. 재개방 이후 오버투어리즘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시아르가오(Siargao)는 잘 다듬어진 휴양지인 보라카이와 비교하면 좀 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잔잔한 해변 대신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바위 지형, 산호, 조수 차로 생긴 독특한 웅덩이가 있고, 세계적인 서핑 포인트인 클라우드 나인(Cloud 9)을 중심으로 서핑 문화가 발달했다. 카페나 마켓 등에서 텀블러와 에코백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고, 대형 리조트보다 소규모 로컬 스테이가 많은 편이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곳!  자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 로컬와 여행가자 어우러지는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만족스러운 여행지일 것이다.

푸꾸옥 대신 꼰다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베트남 푸꾸옥이 한국인 여행자에게 ‘최애’ 여행지로 뜨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부킹닷컴의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푸꾸옥 검색량이 작년 대비 70퍼센트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관광 인프라와 다양한 직항 노선, 합리적 가격 등은 푸꾸옥이 괌이나 사이판 같은 기존 가족 여행지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기와 함께 한국인 맞춤 서비스와 한국어 안내판 등이 빠르게 보급되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편리함보다 새롭고 낯선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자라면 이미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 남쪽 해안에 자리한 작은 섬 꼰다오(Côn Đảo)는 프라이빗한 휴양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붕타우(Vũng Tàu)시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 16개로 구성돼 있는데, 꼰다오 국립공원을 포함해 야생 그대로의 자연과 때묻지 않은 해변, 울창한 열대 우림이 기다린다. 거대 자본을 투입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푸꾸옥처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리조트, 식당은 없지만, 하이킹과 다이빙, 야생동물 관찰 등 자연과 교감하는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식스 센스 콘다오(Six Senses Con Dao)를 비롯한 주요 리조트와 관광 시설은 꼰다오에서 가장 큰 섬인 꼰손(Côn Sơn 에 모여 있고, 비엣젯항공이 호치민과 하노이에서 꼰다오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산토리니 대신 밀로스

그리스는 6,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중 가장 유명한 섬을 꼽는다면 아마도 산토리니일 것이다. 그리스 남부 키클라데스 제도에 속한 화산섬으로, 신비로운 칼데라와 해안 절벽, 짙푸른 에게해가 어우러진 드라마틱한 자연 경관 덕분에 전 세계 여행자가 모여든다.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새하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형성된 그림 같은 마을과 로컬 음식, 활기 넘치는 나이트라이프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더한다. 올 여름 산토리니는 크루즈 관광객의 입도를 1일 8,000명으로 제한하고, 1인당 20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하루 최대 약 1만 5,000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심화된 환경 훼손, 주민 생활권 침해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키클라데스 제도 남서쪽에 자리한 밀로스는 산토리니와 같은 화산섬이다. 면적은 2배 이상 크지만 인구 밀도는 3분의 1 수준이라 산토리니보다 훨씬 한적한 분위기. 독특한 화산 지형, 석회암 절벽, 청록빛 해변, 소박한 어촌을 만날 수 있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에서 로컬 감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렌터카가 필수이고 일부 비포장 도로도 있어, 전형적인 관광지를 벗어나 새로운 모험과 탐험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분명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테네에서 밀로스까지 항공편으로 40~50분, 페리로 약 4시간 소요된다. 

마요르카 대신 메노르카

스페인 동쪽, 지중해 한가운데에 떠 있는 마요르카는 최근 몇 년 사이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가장 뜨거웠던 여행지 중 하나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일찌감치 유럽의 예술가와 상류층의 휴양지로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연간 1,300만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섬의 인구가 100만 명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섬  규 대비 관광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 리조트 중심의 개발과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해안 생태계 훼손, 임대료 상승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해 여름에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같은 발레아레스 제도(Balearic Islands)에 속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메노르카는 마요르카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메노르카는 일단 규모가 마요르카의 5분의 1 수준으로 작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지정돼 있어 대형 리조트가 없다. 작은 만 형태의 칼라(Cala)가 섬 곳곳에 퍼져 있어 특정 해변에 인파가 몰리는 일도 드물다. 마요르카보다 쇼핑과 나이트라이프, 도시 관광 같은 즐길 거리는 적지만, 숨은 해변에서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고 마을 산책과 짧은 하이킹 등을 즐길 수 있다. 섬 내 이동 거리가 짧아 느린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이다. 마요르카와 마찬가지로 유럽 주요 도시에서 메노르카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마요르카에서 비행기나 페리로도 이동할 수 있다. 

하와이 와이키키 대신 마우이 하나

하와이 여행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와이키키(Waikiki)는 하와이 관광산업의 상징적인 장소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 등 숙소가 밀집해 있고 쇼핑몰을 비롯한 주요 상업 시설이 모여 있는 까닭에 인구 과밀, 해양 오염, 소음, 쓰레기 등의 문제는 이 지역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 지나치게 상업화된 와이키키의 분위기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마우이섬 동쪽 끝에 자리한 하나(Hāna) 마을은 하와이에서 상업화가 덜 된 지역 중 하나다. 공항이 있는 카훌루이(Kahului)에서 하나로 향하는 길, 일명 ‘로드 투 하나(Road to Hana)’로 불리는 하나 하이웨이(HI-360)를 달리는 것이 여정의 시작. 620개의 커브와 59개의 다리를 지나는 동안, 울창한 열대 우림과 계곡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내리는 폭포, 검은 모래 해변과 해안 절벽 등의 절경이 펼쳐진다. 하나 마을에 도착하면 소박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자연 친화적 숙소와 로컬 레스토랑, 숍이 모여 있고 하와이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센터도 자리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파머스 마켓이 열리고, 현지 예술가들의 공방과 갤러리도 색다른 볼거리다. 하모아 비치(Hamoa Beach)와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Waiʻānapanapa State Park) 내 검은모래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하이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ā National Park)로 트레킹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