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우

An Accidental Traveller, Rainbow99
레인보우99의 우연한 여행

레인보우99는 한 달에 한 번, 공주 공산성의 바위 위에서, 당진의 어느 대로변에서, 양양 앞바다의 오션 그랜드호에서 홀로 초연히 연주한다. 10여 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만의 방식을 지켜온 뮤지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허심탄회’한 인터뷰 끝에 묻지 못한 질문의 답을 그 여정에서 찾는다.

인터뷰와 정리 허태우
사진 박신우
인터뷰이 레인보우99


기억할 만한 첫 번째 여행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두 가지 기억이 있어요. 하나는 어릴 때 부모님과 영덕에 갔거든요. 영덕 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못 잡아서 애매한 동네에서 민박을 하게 된 거예요. 마을 앞에 작은 해변이 있었는데 바닷가 에서 갑자기 멸치가 막 올라왔어요. 그걸 본 동네 사람들이 전부 뛰어나와서 주워 담더라고요. 그때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주 어릴 때라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멸치들은 왜 이렇게 해변으로 올라오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에요. 외할머니가 부여에 살고 계셨어요. 중학생 때쯤인지 더 어릴 때 였는지, 혼자 어딘가 가보고 싶은데 모르는 곳은 무서우니까 부여에 갔죠. 그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일단 혼자 그런 경험을 해본 게 난생 처음이라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부여 버스터미널에 내렸는데, 할머니 뵈러 갈 때 뭐라도 사 가고 싶은 거예요. 한두 블록 정도 되는 시내를 혼자 막 돌아다니다 국거리로 소고기 반 근 정도 샀어요. 혼자 낯선 도심을 돌아다닌 기억이 참 좋았어요. 외할머니댁이 부여에서도 시골이거든요. 구룡이라고, 어릴 때 가면 겨울에 토끼도 잡고 가게도 하나 밖에 없는 동네. 지금도 그 때랑 똑같아요.

평소 여행을 좋아했나요? ‘월간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본의 아니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어요. 기타 세션을 하면서 공연 팀을 따라서 미국도 가고, 유럽도 가고, 싱가포르도 가고, 전국 투어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모르는 곳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같은 길로는 잘 안 다니고, 자전거 타고 엄한 데 다녀와서 혼나곤 했죠. 그런 것도 여행이라고 한다면 계속 관심이 있고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인생의 큰 사건(?)이 있었어요. 그 일을 겪고 추석 즈음에 혼자 빈집에 남게 됐는데,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고요.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기왕 가는 거 기록이라도 해둘까 하는 마음이었죠. 도망가듯이 떠난 셈이에요.

그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서 앨범을 낼 생각도 했던 건가요?

처음에는 앨범까지 낼 생각은 아니었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기록하게 된 거죠. 당시의 내 상태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때 만든 음악들이 전반적으로 밝은데요, 저한테 주고 싶은 음악을 만든 것 같기도 해요. 스스로를 달래고 치유해주는. 그래서 그 프로젝트에서 촬영한 영상도 다 1인칭이에요. 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니까요.
아빠하고 처음 여행도 했어요. 당시 저희 아빠가 칠순이셨거든요. 아빠가 젊을 때 색소폰을 부셨어요. 그래서 아빠가 색소폰 연주하신 것도 앨범에 넣었죠. 영상도 있고요. 연세가 많으시니까 박자를 잘 못 맞추셔서 제가 막 손가락질 하는.

어릴 때 아버지가 연주하시는 걸 들은 적도 있어요?

한 번도 없어요. 고3 때인가 옛날 사진을 보다 보니 아빠가 색소폰을 들고 있는 거예요. 그 때 처음 알게 됐죠. 사실 지금도 아빠랑 더 친해요. 가끔 저한테 “지금 네가 하는 음악은 다 거짓말이야.” 라고 하세요. 옛날에는 마이크 한 대 놓고 한 번에 라이브로 끝냈는데, 지금 너는 다시 녹음하고, 또 녹음하지 않냐, 그게 무슨 음악이냐는 거죠. 그런데 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최근 영상에선 라이브로 연주하시잖아요.
네, 라이브로 녹음한 게 바로 음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죠.


음악에 영감을 주는 장소들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나요?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이상한 데가 있어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요. 청평에 갔을 때 ‘굴 같은 데서 찍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호명 터널이라는 데가 있다고 해서 가보니까 진짜 굴 같더라고요. 거기서 촬영을 하고 커피나 마실 생각이었는데, 돌아올 때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엄청 큰 공장 단지가 보이는 거예요. 너무 궁금하잖아요. 알고 보니 예전에 이곳이 국가사업으로 누에를 쳐 실을 뽑던 제사(製絲) 공장이었대요. 그러다 공장이 문을 닫고 방치된 거죠.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까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저는 약간 박살 난, 사라져버릴 것 같은 공간이나 장소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떠오르는 대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나요?

〈Calendar〉 앨범은 저 혼자 다녔으니까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돌아와서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현장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Come Back Home〉 앨범부터 〈동물, 원〉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신 왕민철 감독님이랑 작업하고 있거든요. 제가 영화 음악을 맡게 되면서 인연이 됐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감독님이 갑자기 내년에 또 여행 안 가냐며 “가시죠!”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가 12월 말이었어요. 바로 다음 해 1월부터 시작했죠.
처음에는 고민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까지의 제 음악이 너무 꽉 차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오히려 내 감정을 더 숨기지는 않았나, 하는. 감독님이랑 작업 방식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 한 번에 있는 그대로 찍어보자.” 고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디 한 번 발가벗겨져 볼까, 싶었죠.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느낌이 좋은 거예요. 일단 현장을 보고 근처 카페 같은 데서 작업을 하고, 다시 돌아가서 한 번에 연주하고 끝. 제가 같은 곡을 두 번 연주하는 것도 안 좋아하거든요. 특히나 야외에서는 너무 힘들어요. 2월에 대청호에서 찍을 때는 답이 없었죠. 너무 추우니까 손이 안 펴져서. 그런데 감독님이 한 번 더 하자고 하셔서… (웃음).

평소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평소에도 아무 생각 없이, 계획하지 않고 가는 스타일이에요. 심지어 터미널에 가서 목적지를 정할 때도 있고요. 여행지에서 딱히 관광을 할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돌아다니는 게 전부예요.

그렇게 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그럼 다시 터미널로 가서 생각해봐야죠. (웃음) 저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좋아해요. 국내 도시들. 대전도 좋고, 대구도 좋고, 광주도 좋고, 목포도 좋고.

여행갈 때 음악 장비도 챙겨가나요?

일단 노트북은 챙겨 가고요. 요즘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작은 장비를 사서 가지고 다니기도 해요. 핸드폰으로도 작업이 되잖아요?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웃음)

여행을 하면서 전율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요?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많죠. 풍경도 풍경이지만, 우연이 겹칠 때. 공원에 앉아 있는데 저쪽에 기차가 지나가고 낮인데도 달이 떠 있다든지. 밀양 갔을 때 그랬죠. ‘어우, 이건 말도 안 되는데!’ 이런 순간. 크로아티아 자다르(Zadar)에서는 해변에 앉아 노을을 보고 있었어요. 마침 저쪽에서 누군가 헤엄을 쳐서 해변가로 다가오는 거예요. 그런 순간이 정말 아름답죠. 일부러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니까. 어딜 가나 꼭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원화성에서 촬영한 영상 중에 정자에서 연주하는데 뒤로 열기구가 뜨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열기구가 뜨길 기다렸어요. 그런데 타는 사람이 없으니 열기구를 안 띄우는 거예요. 포기하고 그냥 연주하는데 뜬금없는 타이밍에 열기구가 떠 있더라고요. 정작 저희는 못 봤어요.


두 번째 여행 프로젝트의 목적지를 유럽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Calendar〉 앨범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좀 더 멀리 가볼까 하고 떠나게 된 거죠. 그중에서도 비행기 값이 제일 싼 곳으로 간 거예요. 베를린에 친구도 있었고요. 그 때 정말 적은 돈으로 다녀왔거든요. 두 달간 여행했는데 비행기값까지 300만 원 정도?

그때도 음악 작업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거리 연주도 하고…. 특별히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나요?
사실 그 여행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제 평생 소원 중에 하나가 옥토버페스트에 가는 거였어요. 돈이 없는 와중에도 뮌헨에 갔죠. 우리나라 옥탑방 같은,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이틀을 머물렀는데, 첫째 날 돈을 거의 다 써버린 거예요. 결국 맥주 두 잔 마실 정도의 돈만 들고 옥토버페스트에 갔죠. 두 잔째를 거의 다 마실 때쯤 우연히 독일에 살고 있는 한인 2세(3세인가?)를 만나 술을 양껏 얻어 마셨어요. 축제가 끝난 뒤엔 그 일행이 바에 데려가서 온갖 맥주를 맛보게 해줬고요. 그리고 나서 술에 취한 저를 택시에 태우는 바람에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요. 돈도 없고 숙소 주소도 정확히 몰랐거든요. 그 기억도 재미있었고…. 그런데 자다르가 제일 좋았어요. 물가도 정말 싸고요. 거기 살라고 하면 살겠더라고요. 바닷가를 따라 언덕이 죽 이어지는데, 언덕 끝자락에 대형 마트가 있어요. 거기가 엄청 싸요. 걸어서 바다와 마트를 오가며 재미있게 지냈죠.

여행 이외에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
다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우연히 오는 모든 것이 다. 〈동두천〉 앨범도 유튜브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들었어요. 그걸 보고 동두천에 가봤더니 정말 엄청난 장소가 많더라고요. 지금 하는 인터뷰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저는 음악을 아무 생각 없이 게임하듯이 하는 편이거든요. 작사를 안 해서 음악이 더 쉽게 나오는 것일 수도 있어요. 작사가 어렵잖아요. 말로 해버리면 그게 전부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언제부턴가 할 말이 없더라고요.


연극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예전에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 ‘바다비’라는 클럽이 있었어요. 2004년에 제대하고 어른아이라는 팀을 하고 있었는데 바다비에서 오디션을 하게 된 거예요. 리허설 끝나고 클럽 사람들이랑 다같이 술을 마시다가 제가 먼저 잠들었고, 다들 불을 끄고 가버렸어요. 잠에서 깼는데 암전 상태였던 거죠. 아무것도 없는 클럽 지하에서 혼자. 너무 좋은 거예요. 그 뒤로 바다비에서 살았죠. 거기서 만난 사람 중에 한 명이 연극을 하게 되고 극단에 들어가고 그러면서 그 극단의 작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이어지면서 계속 하게 됐어요. 그런데 연극 음악을 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어떤 점이 자극이 되는지?
연극하는 사람 들은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술 마시는 자리에서도 방금 끝낸 공연 이야길 해요. 충격이었어요. 저는 술 마실 때 음악 얘기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난 진짜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하면서 만든 음악들이 제 음악으로 많이 돌아오기도 하고요.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나요?
애매해요. 평론가들도 애매하다고 말하죠. 대중음악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실험적 이지도 않고, 국악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미지근하고, 크로스오버도 아니고, 댄스 음악도 아니고.

컬래버 작업은 많이 하잖아요. 다른 아티스트에겐 그런 점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컬래버는 제가 제안하는 게 더 많아서. 협업할 때 같이 하는 사람의 영역은 최대한 안 건드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떨 땐 이럴 거면 아예 따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중에 앨범을 들어보면 ‘아, 좋구나’ 하게 되죠.

레인보우99의 음악 작업에서 영상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초기 영상이 1인칭 중심이라면, 이후 3인칭의 시선으로 바뀌고, 이젠 음악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시청각적 작업처럼 보이기도 해요.
원래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만드는 것도 꽤 돼요. 워낙 영화도 좋아하고요. 음악을 안 했으면 영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예전에 홍상수 감독이 〈우리 선희〉 작업할 때 한 인터뷰를 봤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최대한 같이 일한 스태프와 나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평소 로케이션도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다가 여기서 찍을까, 하는 식이고 시나리오도 다 같이 이야기하다가 만들어지는 식이라고. 그걸 읽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아주 잘못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주도에도 거처를 마련했다고 들었어요.

하효동 656. 쇠소깍 근처에 있어요. 작년 1년간 제주에서 작업을 했거든요. 재작년에 제주 오름 같은 데 올라서 테크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제주를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들은 다 비슷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었죠. 동두천 작업할 때 사진 찍은 친구가 제주에 먼저 가 있어서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됐어요. 1년 동안 프로젝트를 해보니까 살아봐도 되겠다, 싶어서 작년 12월에 집을 계약했죠. 일이 없으면 거의 제주에 있어요. 마당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제일 좋아요.

그렇게 나온 앨범이 〈오름의 지금〉이죠?
네, 원래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결국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됐죠. 어쩔 수 없더라고요. 제주 어디를 가나 4.3의 흔적이 있거든요. 최종 마무리로 사이트를 만들어서 비대면으로 전시와 공연을 했어요. 나중에는 제주도에서 라이브를 해볼까 생각도 들어요. 밭도 있고, 창고도 있으니까 창고에선 영상을 쏘고 텃밭 라이브를 하는 거죠.

〈물의 순환〉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이전의 앨범과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제주에 있을 때 보이는 게 물 밖에 없어요. 습하기도 하고요. 아무 생각 없이 두세 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죠. 찾아보니 ‘물의 순환’이라는 정의가 있더라고요. 그 정의를 기반으로 만든 앨범이에요.

제주도에서 물의 순환과 관련해 추천할 만한 장소가 있나요?
산방산, 송악산, 모슬포 쪽이 좋긴 좋죠. 특히 태풍 올 때. 그 때 가면 사람들이 파도를 보려고 굉장히 많이 서 있어요. 바다든 어디든 해 질 때쯤 가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하거든요.

저희는 환경과 로컬리티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다루는 매체인데, 〈물의 순환〉 앨범이 그런 저희 생각과 맞닿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저는 이제 CD로 된 음반은 가능한 안 내려고요. 쓰레기잖아요. 요즘은 듣기도 어렵고, 재활용도 안 되고. 의미 없어요. 사실 제 앨범은 CD 음반을 만들어도 다 안 팔려요. 오히려 컵을 만들면 다 팔리죠. 쓸모가 있고 실체가 있으니까.

앞으로도 여행 관련 프로젝트는 계속 할 생각인가요?
계속 하지 않을까요? 올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재개발 예정지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관련 지원 사업을 신청했는데 전부 떨어지는 바람에…. 언젠가 재개발을 앞두고 싹 비어 있는, 곧 없어질 공간에서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재즈 뮤지션이랑 블루스도 해보고 싶고요. ‘블루스 만만세’ 라고 팀 이름도 미리 지어 놨죠.

추천하고 싶은 여행의 방식이 있나요?
일단 터미널에 가서 정하세요. 제가 처음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서 고속버스 터미널에 갔어요. 거기서 카메라 렌즈를 줌으로 당겨서 제일 먼저 보이는 지역에 간 거죠. 두 번째 여행지는 제비뽑기를 했고요. 그런 식으로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뜬금없이 가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꼭 먼 곳이 아니라, 버스 타고 안 가본 동네에 가볼 수도 있는 거죠.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어딜 가나 좋은 게 있고, 맛있는 게 있고. 진짜 작은 지역에 가도 식당 하나쯤은 있잖아요. 완전 시골에 가면 또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고. 한 번은 청양에 갔는데, 오전에 도착했거든요. 길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도로에 차도 없고. 그 때 충격 받았어요. ‘세트장에 온 건가’ 하면서요. 애잔하면서도 묘한 느낌이었죠.

마지막으로 레인보우99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예전에 홍대에서 처음 솔로 활동을 할 때 이름이 ‘무지개 돼지’였어요. 바다비 클럽의 사장 형이 저를 섭외할 때마다 ‘무지 개돼지’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화가 나서 앞부분은 세련되게 ‘레인보우’로 하고 뒤에는 숫자가 반복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99킬로그램은 넘지 말자는 생각으로 99를 붙였죠. 가까운 사람들은 저를 ‘루루’라고 불러요. 제 성이 류씨거든요.

그럼 본명이?
류승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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