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악산의 아침

Zerowaste Home Sweet Home
조금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을 위해

전주 모악산에 자리 잡은 ‘모악산의 아침'은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지향하고 기후위기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적이고 의식 있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진명
인터뷰이 모아(모악산의 아침 운영자)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든 누런색 대나무 휴지, 고체 치약과 샴푸바, 바디워시 비누 등 익숙하지 않은 물건을 사용해야 하고 근처 식당의 음식을 포장할 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가져 가야 한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바베큐 파티가 불가능하며 TV도 없다. 혹자는 여행지에서까지 불편한 규칙을 지키고 환경에 해를 가하고 있다는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느껴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제로웨이스트 숙소 ‘모악산의 아침’ 운영자 모아는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여행을 지속 가능하게 즐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매뉴얼이라고 믿는다. 모아가 소개하는 모악산의 아침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욕실, 부엌, 방 안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경험해보고, 에너지와 자원의 선순환에 대해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 메모 1. 불편한 여행이 되지는 않을까?

 

모악산의 아침은 어떤 곳인가요? 
2003년도에 완공해 2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빨간 벽돌집에서 지속 가능한 여행을 돕는, 제로웨이스트 숙소입니다. 거실 통창에서 보이는 모악산의 전경과 대나무 숲이 아름다운 곳이죠. 북토크부터 새, 들풀 등 모악산에 함께 사는 다양한 생명체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고요. 
원래 저희 가족이 함께 살던 집이에요. 4년 전, 가족이 이사가면서 큰 딸인 제가 이 공간을 운영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메인 콘셉트로 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제로웨이스트를 메인 콘셉트로 봐주다니 생소하면서도 감사하네요. 기분도 좋고요.(웃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처음 숙소를 운영면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걸 경험하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후 3년 동안 이곳에서 기후위기 메시지를 전달하고 친환경 용품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상했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인 콘셉트가 되었죠. 
사실 ‘제로웨이스트 숙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지속 가능한 숙소' ‘친환경 숙소’ ‘그린스테이’ 등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기후위기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장 대중적인 용어가 적합할 것 같아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선택했어요. 외국에서는 이미 이 단어를 흔하게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현재 모악산의 아침에서 실천하는 친환경적인 여행 방법이 대중화되고 당연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 이 용어가 없어지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잘린 비누 조각과 고체 치약을 이곳에서 처음 사용해보고 일상으로 돌아가 구매했다는 분들이 꽤 있어요. 모악산의 아침은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은 편인데,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은 소창 수건과 천연 수세미를 보고 반가워하더라고요. 취지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서 운영자로서 정말 뿌듯합니다. 

독채형 숙소라 1인 여행자는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혼자서 2층집을 사용하기엔 비용이 부담될 수도 있고 시골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무서울 수도 있어요. 저희와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1인 여행자도 모악산의 아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아로와(모악산의 아침으로 와)'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방마다 한 사람씩 따로 예약을 할 수 있고 채식이나 명상, 산책 등을 함께하죠. 상시 프로그램은 아니고 일정이 맞을 때 종종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공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메모 2. 토박이가 말하는 전주의 매력 
 

삶의 터전으로서 전주는 어떤 곳인가요? 
전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느끼는 전주는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도시예요. 아름다운 자연과 정감 있는 골목이 있고, 집마다 텃밭과 정원을 갖춰 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사람 사는 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은 모임과 마켓도 곳곳에서 열리고요. 다른 지역보다 비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도 많아요. 
제가 환경 운동을 시작하면서 주변 식당이나 상점 사장님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지지해주는 덕분에 마음 편히 활동하고 있어요. 전주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여행지로서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아요. 손님에게 한옥마을 옆 천변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길 추천하는데요. 천변 징검다리를 건너며 시냇물 소리를 듣고 나풀거리는 나뭇잎을 보며 전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동네 책방과 도서관도 매력적이에요. 각 책방마다 인테리어와 큐레이션이 다르고 10곳이 넘는 도서관은 제각각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메모 3.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일상 속 실천이 될 때까지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소담하고 조용한 동네를 좋아해요. 네덜란드 시골 마을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마을 내 주된 이동수단이 배였어요. 숙소 사장님에게 작은 나룻배를 빌려 잔잔한 강 위에서 노를 저으며 바라본 짙은 노을이 기억에 남네요. 언젠가 네덜란드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가보고 싶은 제로웨이스트 숙소가 있다면? 
국내외의 모든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방문하고 싶어요.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시작할 때 같은 뜻을 가진 숙소 운영자를 모아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때 제로웨이스트 숙소 매뉴얼을 만드는 데 조언과 격려를 보내준 숙소를 먼저 가보고 싶어요. 제주의 소로소로 게스트하우스, 영월의 이후북스 스테이, 강화도의 낙토, 부산의 북스테이 이너프 등이 있어요.(전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숙소는 인스타그램 @travel_moa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숙소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금은 운영자의 진정성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죠. 사실 비누를 소분해서 제공할 때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훨씬 비싸요. 하지만 이 방식이 맞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해요. 운영자와 소비자가 주고 받는 선한 영향력이 계속 커지면, 다양한 사회 문제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모악산의 아침에서 지속 가능한 결혼식을 열어보고 싶어요.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배출이 덜하도록 현지 식자재를 활용해 채식을 제공하는 작은 결혼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에는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커뮤니티 공간과 작은 비건 식료품점을 열 계획이고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을 경험하고 공부하며 살고 싶습니다. 

📝 메모 4. 모악산의 아침에서는 주변에 사는 고양이 돌보고 있다. 임시보호를 자처하며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를 입양 보내기도 한다.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도, 산새도, 들풀도 함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보다 일관된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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