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Traveling Craft Artist Momo
여행하는 공예가, 공예하는 여행가, 모모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더해 업으로 삼은 여행하는 공예가 모모.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 앞에서 ‘굳이 나까지?’라고 되물으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어느 때보다 여행하는 공예가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1월에는 ‘치앙마이 공예 여행’을, 3월 초에는 남편과 대만 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오사카 공예 여행’을 진행했어요. 보시다시피 작업실에 재료가 널려 있는데, 다음 주부터 5월까지 대구, 광주, 부산에서의 수업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이름 따라간다고, ‘여행하는 공예가’라고 이름을 지었더니 돌아다닐 일이 점점 많아지네요. (웃음) 

어쩌다 ‘여행하는 공예가’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직업을 말할 때 그냥 공예 작가는 재미가 없는 거예요. ‘왜 정해진 직업 중에 골라야 해?’ 하는 생각이었어요. 직업이 딱 하나로 규정되는 게 싫었던 거죠. 여행도 좋고, 공예도 좋으니 둘 다 하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 전에는 여행 스타트업에 다니다가 2017년에 퇴사했어요. 그해 연말에 두 달간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여행하는 공예가(Traveling Craft Artist)’가 될건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다녔죠. ‘내가 꿈꾸는 건 해외에서 배운 현지 공예를 한국에 소개하면서 돈을 벌고, 다시 떠나는 삶이야.’라고 얘기했더니 너무 좋은 직업이라면서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작업실을 얻고, 블루포레스트라는 공방을 운영하게 된 거죠.

오사카 공예 여행, 치앙마이 공예 여행 등 여행도 직접 기획했다고요. 
공예 여행은 여행하는 공예가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꿈꿔온 일 중에 하나예요. 당시에는 목적지를 정해 놓고 시작한 일은 아니고, 막연히 공예를 테마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 퇴사하고 난 후에는 겨울마다 추운 날씨를 피해 치앙마이로 놀러 갔는데, 소수 민족 출신의 투어 가이드와 친구가 되는 등 현지에 인연이 쌓여갔어요. 제가 경험한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서 함께 떠나는 여행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싶었죠. 코로나 때 준비를 시작해서, 2024년 1월에 첫 치앙마이 공예 여행을 다녀왔어요. 한번 해보니까 또 하고 싶더라고요. 일본에서 직조를 배운 경험을 살려 작년 10월에는 오사카 공예 여행도 다녀왔고요. 올해 1월과 3월에 치앙마이와 오사카로 두 번째 여행을 다녀왔죠. 저는 관광지나 유명한 곳은 한 번쯤 가보면 족하고, 오히려 정처 없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우연히 발견하는 걸 좋아해요. 이런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유니크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낯선 환경에서도 쉽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타고난 성향인지, 아니면 특별한 여행 철학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타고난 것 같아요. (웃음) 첫 해외 여행때도 백패킹으로 한 달 반 동안 유럽 7개국을 돌았어요. 혼자 떠나는 저를 걱정하는 엄마를 다독이면서 ‘거기도 사람 사는 데니까 걱정하지 마.’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죠.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이 되면 유럽으로 여행을 갈 생각으로 독일이랑 오스트리아에 펜팔 친구도 사귀어 놨고, 네덜란드에서 국립공원도 보존하는 워크캠프도 미리 신청해 놔서 백패킹 도중에 2주간 네덜란드 외곽에서 8개국 친구들과 텐트에서 자면서 일하기도 했어요. 

미리 펜팔 친구도 만들어 두셨다니 놀랍네요. 
하고자 하는 건 늘 명확하게 정해두는 편이에요. 돌이켜보면 이런 성향은 중학생 때 경험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당시 담임 선생님이 제가 영어를 좋아하니 엄마한테 해외 연수를 보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엄마가 적극 지원해주신 덕분에 갑자기 호주로 연수를 가게 됐죠. 그때는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는데, 견문을 넓히고 오라는 마음으로 보내주신 거였어요. 그 경험이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이렇게 넓은 세상을 모르고 살 뻔했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제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이후 여행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스카이프로 해외 파트너들과 미팅하고, 네팔 트레킹을 직접 따라가 모니터링도 하고, 영국에서 열린 세계 여행 박람회에 회사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만난 친구들과 꾸준히 관계도 이어갔어요. 영국에 갔을 땐 네덜란드에서 워크캠프를 함께했던 프랑스 친구를 다시 만나고, 미국에 갔다가 캐나다 친구에게 연락해 국경을 넘기도 했고요.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이렇게 맺어 온 관계가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제가 된 거죠.

천연 염색에 매료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마크라메라는 서양의 매듭 공예를 먼저 접했어요. 학창 시절 내내 호텔리어를 꿈꾸며 호텔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인턴을 해보면서 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휴학을 하게 됐죠. 그 시기에 매듭 공예를 배우게 됐고, 플리마켓이나 편집숍에 입점해서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그 시기에 한일 국제 교류 행사로 일본에 갔을 때 우연히 직조 스튜디오를 발견해서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봤어요. 2년이 흐르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매듭 공예를 계속했는데, 더 빠르게 큰 작업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에서 경험한 직조가 떠올랐어요. 회사 대표님한테 말씀드리고 2주간 일본으로 떠났어요. 디지털 노마드로 지내며 낮에는 직조를 배우고, 밤에는 업무를 봤어요. 직조를 배우고 나니까 직접 염색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쪽 염색이라는 걸 처음 배우게 됐어요. 

쪽 염색은 어떤 걸까요? 
‘쪽’이라는 식물에서 얻은 염료를 사용하는 염색법이에요. 재미있는 건, 쪽 염색이 천연 염색 중에서도 난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는 거예요. 저는 파란색을 좋아해서 가장 먼저 배운 건데 알고 보니 가장 어려운 것부터 시작한 셈이었죠. 쪽 염색은 발효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 막걸리가 들어가기도 해요. 쪽 염색을 색다르게 풀어보고 싶어서 막걸리를 마시며 염색을 하는 ‘취중 염색’이라는 워크숍을 진행한 적도 있어요. 약간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건지 남들과 달랐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나 하는 걸 굳이 똑같이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여행하는 공예가로서 해온 일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업은? 
가장 뿌듯하고 마음에 많이 남는 건 공예 여행인 것 같아요. 혼자 출장을 다니면서도 ‘이건 수강생분들이랑 같이 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것들이 눈앞에서 실현됐을 때의 희열이나 만족감이 컸어요. 공예 여행은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업체를 통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친구에게 먼저 물어보고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그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으니까요.

여행하며 배운 것들을 지금의 작업에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각각 한 달씩 머물면서 염색을 배웠어요. 떠나기 전에 수업을 들어보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미리 찾아봤죠. 마음에 드는 재료는 현지에서 구입해와서 한국에서 다시 시도해 보기도 하고요. 발리에서 바틱을 배워서 종종 공공기관에서 바틱 수업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일본에서 광물 염색 재료를 가져와서 테스트하는 중이에요. 그래서인지 제 캐리어에는 늘 옷은 없고 재료만 가득해요. (웃음) 

지금까지 만든 작업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 있다면? 
또 해보고 싶지만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작업이 하나 있어요. 제주도를 자주 오가던 시기에 동백 꽃잎과 미역으로 염색을 시도해본 적이 있거든요. 동백꽃이 한창 피어 있던 계절이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눈에 밟히는 거예요. 이걸로 염색하면 어떤 색이 나올까? 궁금해졌죠. 토종 동백과 애기 동백으로 각각 염색을 해보고, 바닷가에 널브러져 있는 미역도 주워다 염색해봤어요. 특히 미역에서는 너무 예쁜 베이지색이 나오더라고요. 세 가지 색을 뽑아서 ‘제주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염색 원단을 판매했어요. 주문이 들어올 거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실제로 구매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냥 두면 말라서 사라질 법한 자연물,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자원으로 작업을 해보고 판매까지 이어졌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죠.  

미역에서 베이지 색이 나왔다는 걸 보니 눈에 보이는 색과 염료로 추출되는 색이 다른가 봐요. 
맞아요. 예를 들어 동백꽃에서는 에메랄드색이나 보라색, 파란색이 나오거든요. 손으로 문질렀을 때의 색이랑 끓여서 나오는 색도 다르고요. 그래서 제 성격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방법은 같아도 매번 결과물이 다르고, 같은 식물에서도 늘 같은 색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염색 워크숍 수업 역시 동일한 재료로 진행을 해도 만드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결과물이 모두 다르니까 늘 새롭고 지루하지 않은 것 같아요. 원래 제 성격이 약간 휘뚜루 마뚜루라 이런저런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각이 딱딱 맞지 않아도 되거든요. 아마도 제가 가구를 만드는 일을 했었다면 기우뚱거리는 가구가 나왔을 거예요. (웃음) 딱딱 맞아떨어지는 작업에 익숙한 분에게 천을 드리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천염 염색은 사실 어떻게 해도 예쁘게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제 경험을 나누는 거지, 정답은 없어요. 그래서 저는 격려자인 것 같아요, 선생님보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클래스 등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한 사람에게라도 마음에 오래 남는 여운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클래스 신청자가 한 명일때도 수업을 진행하거든요. 무언가를 거창하게 보여주기보다, 꾸준히 이어가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서로 좋은 기운을 나누고,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예를 테마로 점 찍어둔 다음 여행지가 있나요?
공예 여행 프로그램을 또 진행한다면, 인도네시아로 떠나보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간다면 남미나 인도, 모로코에 가보고 싶어요. 염색으로 유명한 지역이나 자연이 아름다운 곳들이죠.

어떻게 여행하실 건지 궁금해지네요.
일단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볼 것 같아요. 남미에 가면 인스타 친구 중에 저랑 자주 연락하는 칠레 선생님이 계시니까 일단 연락하겠죠. 아니면 어디에 누가 있는지 생각하고 떠날 수도 있고요. 관광지보다 친구가 사는 동네가 더 궁금하기도 하고 여행의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아 참, 북유럽도 가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도 아이슬란드 사람이고 디자인이랑 공예가 발달한 지역이니까요. 언젠가 다큐멘터리로만 봤던 북유럽의 소수민족인 사미족의 텍스타일 작품을 실물로 보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여행은 직조든 염색이든 항상 공예를 테마로 하게 될 것 같아요.
모모 님에게 여행의 의미는?
여행을 다니면서 갖게 된 인생의 모토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아니면 말고’랑 ‘그럴 수도 있지’예요. 여행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생기잖아요. 삶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인 것 같아요. ‘아니면 말고’라는 말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때가 있겠지 하고 넘기는 마음이고, ‘그럴 수도 있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누군가가 실수를 해도 유하게 넘기는 태도예요. 나라고 그런 실수를 안 한다는 법이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미래의 나를 위해 용서받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두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삶이 편안해요.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예기치 못한 뜻밖의 일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벗어나서 낯선 환경에 나를 두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제가 직접 짠 원단으로 만든 상의나 염색한 바지 같이 저만의 시그니처 작업복을 만들고 싶고요. 몇 년째 생각만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100가지의 재료로 염색해서 아카이빙하는 거고요. 장기 목표는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작업실을 얻는 것. 아주 큰 정원은 아니더라도 제가 직접 키운 계절 식물을 직접 관찰하고 수업에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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