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선, 최중원

Everyday life in Germany
네 컷 만화 속 독일 생활

독일에 거주하는 두 디자이너 송민선과 최중원은 타지에서의 매일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네 컷 만화를 택했다. 독일 적응기와 소소한 일상, 여행 등을 소재로 4개의 사각 프레임 안에 담아낸 그들의 이야기는 싱거운 듯 담백한 유머와 솔직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인터뷰어 표영소
인터뷰이 송민선, 최중원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송민선(이하 송), 최중원(이하 최)입니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디자인 석사 졸업생과 유학생이에요. 독일에 오기 전에는 디자인스튜디오 토스티드페이지를 만들어 함께 일했고, 지금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독일로 디자인 유학을 떠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각디자인 유학’에 방점을 두면 독일이 1차 선택지인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왜 독일로 유학을 왔는지 질문을 많이 받곤 하지만, 대답하기는 쉽지 않네요. 송이 독일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어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고, 막연하게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독일이라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죠. 학비가 없고 유럽 나라들 중에서 물가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는 점도 좋았고요. 둘 다 일에 치여서 정말 바쁘게 살던 때라 잠깐 쉬고 싶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외국 생활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얻고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독일에 와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워가는 것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었고 유학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니까 해볼 수 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독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독일에 있는 동안 유럽 소도시 여행을 많이 하자!’고 다짐했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내게 되었어요. 종일 집에만 있으니 식사에 진심이 되더라고요. 집에서 온갖 나라 요리를 다 해서 먹었어요. 여행할 때 먹었던 맛있는 현지 요리도 직접 만들어보고요. 최근에는 포르투갈 식료품점에서 바칼라우(염장 대구)를 사 와서 ‘바칼라우 아 브라스(Bacalhau à Brás)’를 만들어 먹었어요. 바칼라우를 하룻동안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뒤 손으로 잘게 찢고 감자, 계란, 올리브를 곁들이는, 포르투갈 집밥 메뉴죠. 기나긴 독일 겨울의 희망인 크리스마스마켓도 올해에는 열리지 않아서 마켓에 팔던 글뤼바인, 에그펀치 같은 각종 음료도 집에서 만들었어요.
락다운이 길어지다 보니 비슷한 일상이 지루해져서, 일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2월에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최근에는 야심없이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어요.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데 품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유튜브(채널명 '잼공장')를 핑계로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조금 더 풍성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와 두 분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시작은 청첩장이었어요. 저희가 독일로 오기 직전에 결혼을 했는데, 청첩장을 좀 특이하게 만들어보려고 저희 일상을 만화로 그려서 소책자를 만들었거든요. 그때 그 책을 받아보신 분들이 무척 좋아해주셨어요. 그 뒤로 종종 만화를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작년에는 그렇게 모인 만화로 다시 한 번 만화책을 만들어 독립서점에 입고하기도 했어요. 작업 방식은, 누구든 만화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나 스케치를 해놓았다가 공유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때 그때 시간 여유가 있거나,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요. 그래서 그림체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데 알아채는 분은 없더라구요. (하하)

두 분의 만화를 보다 보면 피식피식 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상에서 만화의 소재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는지요? 예를 들면, 유머라든가…
독일에서 만화를 그리다 보니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 이방인의 관점에서 신기하게 느껴지는 점을 소재로 많이 삼았는데요. 한 1년 지나니 슬슬 소재가 고갈되더라고요. 그래서 독일에 대한 내용은 점점 뜸해지고 일상적인 내용을 많이 그리게 됐어요. 둘이 하루종일 붙어있다 보니 이상한 소리도 많이 하고 말도 안 되는 말장난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핸드폰에 메모해 두었다가 만화로 그려요. 더 재미있게 그리고 싶기도 하지만 저희가 평소에 하는 개그가 원래 밍숭맹숭하고 썰렁해서…. 가끔 “밖에 나가서는 이러면 안 돼” 하고 서로 걱정하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보다가 가끔 웃었다고 말씀하시니 저희는 매우 뿌듯하네요.
 
여행을 주제로 한 작업(영화, 책, 그림 등 장르 불문) 중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포토그래픽 메모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해서 여러 번 봤어요. 다큐멘터리 감독 로스 맥켈위(Ross McElwee)의 작품으로, 촬영부터 출연, 내레이션까지 직접 맡아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화에서 그는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빠져 있는 부루퉁한 십대 후반의 아들과 자꾸 부딪힙니다. 마냥 사랑스럽던 어린 시절과는 달라진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아들 나이에 어떤 모습인지 돌아보게 돼요. 그리고 그 시절의 그가 사진가의 조수로 일하며 잠깐 머물렀던 프랑스의 해변 마을, 생캐 포트리외(Saint-Quay-Portrieux)로 향합니다. 한때 익숙했던 장소의 변해버린 모습을 마주하고, 그 동안 당시의 일을 실제와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들과의 관계도 돌아봅니다. 잔잔하지만 과거와 현재, 기억과 진실,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영화예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하루키의 소설들은 저에게 더 이상 예전만큼의 의미를 지니지 않지만, 그가 힘을 빼고 쓴 여행 에세이는 여전히 술술 읽히고 재미있어요. 그중 한 권을 고르자면 <먼 북소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루키가 유럽에 머물며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를 집필하던 시절에 쓴 여행 에세이를 모은 책이에요. 폭풍이 불어닥친 비수기의 그리스 섬에서, 도둑들이 호시탐탐 가방을 노리고 우편은 보내는 족족 사라져 버리는 로마에서, 하루키는 아내와 음식을 해 먹고 조깅을 하고 글을 씁니다. 표지에 적힌 ‘낭만과 감성의 유럽 여행 에세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꽤 드라이하고 시니컬한 태도가 느껴지는 글인데, 곳곳에 숨어있는 이상한 웃음 포인트들이 좋습니다.

코로나가 끝난다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와 그 이유는요?
요즘은 새로운 곳보다 한 번 다녀왔던 곳에 다시 가고 싶어요. 2017년 유럽으로 오면서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를 여행했는데, 그중 1산레모(San Remo)가 기억에 남아요. 송이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를 좋아해요. 산레모가 그의 고향이라고 해서 이탈리아 여행 일정에 넣었거든요. 정작 가 보니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칼비노 관련 워킹 투어는 날짜가 안 맞고, 칼비노 박물관이나 기념관 같은 것도 없고. 그래서 칼비노와는 관련이 하나도 없는 여행을 했죠. 산레모에는 뒷동산 같은 높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이탈리아 특유의 구불구불한 나무들이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보여요. 칼비노의 소설에 등장하는 끝없이 펼쳐진 2옴브로사(Ombrosa)의 숲이 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예상과는 달랐지만 이상하게 느낌이 좋은 도시였어요.
스웨덴 북쪽 끝의 트레킹 코스인 쿵스레덴 (Kungsleden)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역시 한 번 다녀왔던 곳인데, 북극권에 위치해 높은 나무가 없고 이끼와 관목만 자라는 구릉지대예요. 풍광이 정말 아름답고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곳이에요. 하루에 사람을 한두 명 마주칠까 말까 한 길을 15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종일 걸었는데, 정말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트레킹 중간에 최의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처음 계획한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에 끝내야 했죠. 기회가 된다면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 때 계획한 코스 그대로 걸어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Liguria)주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
칼비노의 소설 <나무 위의 남작(Il Barone Rampante)>에서 이탈리아 리비에라에 위치한 것으로 묘사되는 가상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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