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arta’s Historical Restaurants
시간을 품은 노스탤지어의 맛,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노포 맛집 3곳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오랜 세월 수많은 세대가 남긴 미각의 기억이 구석구석 남아 있는 도시다. 화려한 마천루와 혼잡한 교통 체증이 대도시의 면모를 뽐내는 이면에는 시대의 변화를 견뎌온 노포들이 변함없는 온기로 향수를 자극한다. 대를 이어 고수해온 정통 레시피, 거리 미식 문화의 역사이자 산 증인인 노점, 세대를 넘어 공유하는 추억의 맛을 찾아 자카르타가 간직한 매혹적인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로컬 국물 요리의 전통, 소토 베타위 H. 마루프

소토(soto)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널리 사랑받는 국물 요리다. 닭, 소고기, 해산물, 채소 등 다양한 재료와 강황, 갈랑갈, 생강 같은 향신료를 사용해 만드는데, 각 지역마다 고유의 조리법이 발달해 종류가 수십여 가지에 이른다. 그중 소토 베타위(Soto Betawi)는 자카르타에서 즐겨 먹는 전통 소고기 수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지역에 거주하는 베타위족의 향토 음식으로, 코코넛 밀크를 넣어 고소하고 크리미한 국물이 특징이다. 
자카르타에서 전통 소토 베타위를 맛보고 싶다면, 소토 베타위 H. 마루프(Soto Betawi H. Ma’ruf)로가야 한다. 1940년에 이동식 노점으로 시작해 오늘날 4개 지점을 운영하는 이곳은 자카르타에서 가장 오래된 소토 베타위 전문점으로 꼽힌다. 노란색 간판을 내건 식당은 소박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대를 이어온 레시피 그대로 만드는 소토 베타위는 현지인에게 ‘추억의 맛’ 그 자체를 선물한다. 코코넛 밀크와 각종 향신료가 조화를 이룬 국물은 진한 풍미가 일품. 질 좋은 소고기와 내장을 넣고 푹 삶은 덕분에 누린내 없이 깔끔하면서 다채로운 식감을 자랑한다. 취향에 따라 파, 토마토, 라임, 삼발, 멜린조 씨앗으로 만든 크래커 엠핑(emping) 등의 토핑을 조합해 먹는 재미도 색다르다. 사테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고, 밥이나 빵을 곁들이면 꽤 푸짐하고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창업연도 : 1940년

주소 : : Jl. Pramuka No.64, Utan Kayu Utara, Kec. Matraman, Kota Jakarta Timur,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길거리 음식의 전설, 나시 고렝 캄빙 케본 시리

70년 전통의 나시 고렝 캄빙 케본 시리(Nasi Goreng Kambing Kebon Sirih)는 현지인이 인정하는 로컬 맛집이다. 1958년 작은 노점으로 시작해 자카르타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점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대형 노천 식당 형태로 운영하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웍에 가득한 볶음밥과 강렬한 불향이 음식을 맛보기 전부터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익히 알려져 있을 만큼 늘 손님으로 북적이고, 저녁 시간에는 노점 특유의 활기가 가득해 현지 길거리 미식 문화를 경험하기에 좋다. 
고수와 커민, 카르다몸 등 향이 강한 허브와 향신료가 어우러진 염소고기 볶음밥 나시 고렝 캄빙(Nasi Goreng Kambing)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사랑하는 이 집의 대표 메뉴. 익숙하지 않은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염소고기를 오랜 시간 조리해 잡내를 없애고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여기에 이국적인 향신료와 기름의 향, 불 맛까지 더해져 한층 진한 풍미를 뿜어낸다. 양도 꽤 푸짐한 편이라 든든한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살짝 느끼하게 느껴질 땐 동남아시아식 피클 아차르(Acar)를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해질 것이다. 이외에도 나시 고렝 아얌(Nasi Goreng Ayam), 나시 고랭 소시스 박소(Nasi Goreng Sosis Bakso) 등 여러 종류의 볶음밥과 사테를 맛볼 수 있고, 열대 과일 주스와 커피, 차 등 음료 메뉴도 다양하다.   

창업연도 : 1958년

주소 : Jl. Kebon Sirih No.3, Kb. Sirih, Kec. Menteng,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스크림, 라구사 에스 이탈리아

라구사 에스 이탈리아(Ragusa Es Italia)는 1932년부터 이어져온 입지전적인 아이스크림 가게다. 자카르타 도심의 유서 깊은 거리 잘란 베레랑(Jalan Veteran)에서 100년 가까이 옛날 방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많은 현지인에게 추억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처음 가게를 연 장본인은 자카르타로 이주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인 사형제였다. 이후 이들과 가족이 된 분토로 쿠르니아완(Buntoro Kurniawan)이 1950년부터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손때가 잔뜩 묻은 계산대부터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오픈 주방까지, 가게 내부는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메뉴 구성이나 가구 역시 변함없고, 주방에선 60년 넘은 아이스크림 믹서를 사용한다. 이 덕분에 어린 손주를 데리고 과거를 추억하며 찾아오는 나이 지긋한 현지인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라구사 에스 이탈리아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식은 이탈리아의 젤라토보다는 얼음과 코코넛 밀크, 시럽 등으로 사용한 전통 인도네시아식 음료 에스 도거(Es Doger)에 가깝다. 시그니처 메뉴는 스파게티 형태로 짜내 초콜릿 시럽과 말린 과일을 얹은 스파게티 아이스크림(Spaghetti Ice Cream). 독특한 비주얼, 알록달록한 색감, 과하게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밀크 아이스크림에 카라멜과 견과류 향이 더해진 누가 아이스크림(Nougat Ice Cream),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카사타 시칠리아나(Cassata Siciliana)도 인기 있다.

창업연도 : 1932년

주소 : Jl. Veteran I No.10, RT.4/RW.2, Gambir, Kecamatan Gambir,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