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으로 바다를 딛고 일어난 첫 아침을 기억한다. 바다에선 걸음마를 새로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 봄, 처음엔 그저 바다가 좋아서 철없이 뒹굴기만 하다가, 여름이 되어서야 비틀거리는 팔과 다리로 어떻게든 바다를 버틸 줄 알게 됐다. 내게서 산산이 부서지는 개별적인 파도는 붙들지 않으면 절대 만날 수 없는 미시적 세계다. 나는 용기를 내 팔을 젓고 일어나 세계를 붙든다.
서프보드를 디딘 발바닥 아래로 파도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짜릿했다. 보드 너머의 모든 감각이 발끝에 스미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영원할 수 있을 듯한 찰나, 무너지는 세계와 오롯한 환희, 맹목적인 걸음, 무구한 표정, 주저하지 않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마음, 이 모두를 모아 ‘서핑(Surfing)’이라고 불렀다. 서핑, 서핑이라는 말을 입에 머금게 된 그해, 여름은 찬란했고 애틋했다. 눈이 멀 정도로. 시작부터 이렇게 아름다우면 도대체 어쩌자고, 고쳐 쓸 노력 없는 이 게으르고 유치한 문장을 당신에게 기꺼이 보여줄 수 있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