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연정은 간판도 없고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긴 힘든 위치예요.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정말 전시나 클래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보연정 프로그램의 예약도 1인 1석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본인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되도록 스스로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공간 이름은 ‘보연정’, 회사명은 ‘정보연 컴퍼니’로, 본인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어요. 자신감이 느껴지는데요.
물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웃음).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하다 보니 대중은 저라는 사람을 모른다는 점이에요. 독립하면서 저라는 개인과 제가 하는 일을 동시에 마케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어요. 소규모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마케팅 예산이 넉넉지 않잖아요. 공간과 회사 이름에 제 본명을 활용하면서 한꺼번에 해결하기로 결심했죠.
사실 보연정에서 ‘정(亭)’은 제 성(丁)과는 달라요. 정자 정(亭)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가장 작은 집의 단위를 뜻할 때는 집 안의 일상이 가진 힘을 다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물가 옆에서 쉬는 공간을 의미할 때는 위스키나 와인, 차 등의 음료를 소개한다는 뜻과 (위스키에) 취한다, 흘러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저와 이 공간의 의미를 함께 녹일 수 있도록 브랜딩한거죠.
위스키를 처음 접한 순간을 표현한다면.
기본적으로 향과 술을 좋아했어요. 야근 후 가끔 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곤 했는데, 어느 날은 바텐더가 위스키를 소개해주더라고요. 제게 위스키를 건네며 어떤 작가가 이 술을 좋아했고 어떻게 이런 향이 나는지, 또 어느 책에 등장했는지 그 위스키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날 밤 바 안 공기가 살짝 차가웠는데, 위스키가 몸과 공간에 퍼지자 모든 감각이 열리는 것 같았죠.
이후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위스키 공부를 시작했어요. 당시 한국에는 위스키 관련 책이 딱 한 권(<위스키 수첩>, 성중용 지음)뿐이라 아마존에서 원서를 주문해 읽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2019년, 지식과 경험이 쌓여 <하루의 끝, 위스키>라는 책을 내게 되었고, 올해 6월에는 두 번째 책인 <여행의 끝, 위스키>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원고 마무리 중인데 생각만큼 진도가 더뎌 매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