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Espresso in Everyday Life
일상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데 채 30초가 걸리지 않은 에스프레소의 매력에 하나둘 빠져들고 있는 요즘.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를 옮겨 놓은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를 찾았다.

박진명
인터뷰이 홍태기 대표(오르소 에스프레소 바)

유행이란 참 신기하다. 때론 취향마저 바꿔 놓으니 말이다. 에스프레소는 그간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음료는 아니었다. 맛은 쓰고 양은 적은 데다 서서 마신다니. 흔히들 커피값엔 자리 이용료도 포함돼 있다고 여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쓴 맛의 커피를 기꺼이 선 채로 마시고, 그 짧은 순간을 탐닉하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린다. 전문가들은 에스프레소 바 문화의 유행에 대해 많은 사람이 비로소 커피의 맛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분석도 일리는 있지만 사실 에스프레소 바가 크게 유행을 끈 데는 맛보다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어느 동네에 있을 법한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언제든 현지인처럼 에스프레소를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는 에스프레소 바 문화가 가진 의미와 분위기에 집중한 곳이다.

메모 1. 언덕 위 작은 에스프레소 바!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를 소개해주세요.
국내에 에스프레소 바가 막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인 2021년 6월에 오픈했어요. ‘오르소(Orso)’란 이탈리아어로 곰을 의미하는데요. 뒤에 오는 ‘에스프레소 바’와 함께 붙였을 때 발음하기 좋아서 이렇게 이름을 정했어요.

에스프레소 바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커피 관련 제조업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어요. 로스팅부터 납품까지 진행하는 일이었는데 저만의 매장을 차리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했죠. 당시 약수역에 있는 ‘리사르 커피’가 한창 입소문을 탈 때라 자주 방문했는데, 딱 제가 그려왔던 모습이더라고요. 누구나 편하게 와서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쁠 땐 커피만 한입에 털어넣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에스프레소 바 문화가 좋았어요.

후암동엔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나요?
사실은 매장을 열기 전엔 후암동을 잘 몰랐어요.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제가 생각하는 예산과 분위기에 딱 맞는 동네라 이곳에 오게 됐어요. 무엇보다 3면이 통창인 매장 구조가 가장 마음에 들었죠. 사실 이 동네 상권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계약했는데, 생각보다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곳이더라고요. 지나가다 잠깐 들러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는, 정말 동네 카페의 모습을 갖추게 돼서 만족하고 있어요.

동네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생길 것 같아요.
단골 손님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많이 됩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원래 바에 집중하고 싶어서 스탠딩으로 운영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스탠딩 카페가 많지 않을 때라 손님이 어색해 할 것 같더라고요. 바에 의자를 두니 아무래도 손님이 공간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고 저희와 이야기도 편하게 나눌 수 있어 좀 더 친밀한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메모 2. 에스프레소 바의 유행

언제부턴가 에스프레소 바가 주변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리사르 커피를 시작으로 시장성이 확장된 것 같아요. 그 전까지만 해도 공간이 협소하거나 좌석이 많지 않은 소규모 카페는 (심지어 스탠딩이라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을 거예요. 리사르 커피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시장성이 생긴 거죠. 저희도 그렇게 시작했고요.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저희는 일단 손님 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좌석의 수가 적거나 아예 없으면 관리하기 수월하지만, 손님이라면 좌석이 넉넉하고 여유 있는 공간을 선호하겠죠. 저희는 에스프레소 바 특유의 성격과 편안한 공간, 그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잘 찾았다고 생각해요.

에스프레소 바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문화잖아요.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저는 사실 커피 맛보다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는, 일상 깊숙이 스며든 공간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부러웠어요.

그 부분이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에 잘 반영되고 있는 것 같나요?
사실 최근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이다 보니 주말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상당히 많아요. 그러면 평소 자주 오던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기 힘들 때가 있죠.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있어요.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를 더욱 알차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하기 전에는 에스프레소를 쓰고 강한 음료로만 생각했잖아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편견 없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메뉴를 만들었어요. 진하고 고소한 맛이 도드라지도록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고, 얼린 커피를 갈아 만든 그라니타, 거품과 코코아 파우더를 올린 마로치노 등 에스프레소 기반으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요.

메모 3. 공간은 주인을 닮아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바는 어디인가요?
리사르 커피도 좋아하지만, 연남동에 있는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망원동 한강 에스프레소에 자주 가요. 해외 에스프레소 바 중에서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브라질레이로(Café Brazileiro)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곳은 배전도가 높은 진한 커피를 크리미한 디저트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인상 깊더라고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클래식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매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산미가 있는 원두를 잘못 추출하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저는 확실히 스페셜티 커피 같은 요즘 트렌드보다는 클래식하고 옛스러운 걸 좋아해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사실 이탈리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에스프레소의 수도’라고 불리는 나폴리에 가서 에스프레소 바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 유명한 에스프레소 바 ‘감브리누스(Gambrinus)’의 스트라파차토(Strapazzato, 카카오 파우더를 올린 나폴리식 에스프레소)를 꼭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

후암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바로 앞에 보이는 ‘노 리밋 커피’에 자주 가요. 저희가 오픈하고 나서 얼마 후에 문을 연 곳인데, 산미가 있는 스페셜티 원두를 핸드 드립으로 내려주거든요. 저희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죠. 종종 가서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곳 사장님도 저희 매장에 자주 들르는데, 경쟁보다는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상생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후암동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고 싶나요?

동네 주민에게 일상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외지인에겐 또 오고 싶은,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메모 4. 에스프레소 바가 워낙 유행라 번쯤 다뤄보고 싶었다. 이탈리아나 유럽 분위기를 잔뜩 콘셉추얼한 공간보다는 동네에 스며든 에스프레소 바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오르소 에스프레소 바다. 후암동의 온기를 듬뿍 안은 공간에 시간의 흔적이 더해지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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