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 2. 자원을 선순환하는 일이 삶에 미치는 영향?
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역을 운영하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처음 자투리 천을 얻으러 공장에 갔을 때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어요. 아무리 버리는 천이라고 해도 공장마다 고유의 패턴이 있으니 아무한테나 자투리 천을 내주지 않거든요. 5년 동안 방문하다 보니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는 꾸준함과 진정성을 알아채더라고요. 이제는 반겨주는 분위기라 이웃처럼 드나들고 있어요.(웃음)
자투리 천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이제는 천을 보고 뭘 만들면 괜찮겠다는 감이 생겼거든요. 봉제 공장에서 좋은 천만 골라 가져오면 얌체처럼 보이니까 일단 다 가져와요. 거기서 바느질 하기 어려운 천을 모아 쇼퍼 백을 만들고, 저희 제품을 구매하거나 클래스에 참여한 분들에게 그 가방에 제품을 담아 드리고 있어요. 단순한 가방 디자인에 자투리 천을 이어 붙인 건데도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버려지는 천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업사이클링 봉제에는 친환경적 의미도 담겨 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친환경적 면만 강조하다 보면 지루하고 피곤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품의 모양이나 색감 등 디자인 요소를 많이 고려하려고 해요. 환경보다는 디자인에 더 관심을 갖게끔. 그러다 보면 환경적 가치도 한 번 더 곱씹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원을 선순환하는 일을 하면서 물건에 대한 태도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업사이클링을 시작하면서 거의 옷을 사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역을 운영하기 전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귀촌을 생각할 정도로 뭐든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에만 가치를 두는 도시 생활에 짓눌려있을 때가 있었거든요.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마냥 마음이 편해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내가 하는 일이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저에겐 참 즐거운 일이죠.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뭘 위해 사는지 잘 모르겠고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 듯한. 그때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동마을에서 10개월간 지냈어요. 홍동마을에는 자치와 생태,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요.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쌀, 현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지속 가능한 삶, 정말 나를 위한 삶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도시에 대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고민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