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Sewing Station
‘역(Yeok)’이 말하는 업사이클링의 가치

고즈넉한 부암동 언덕에는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어엿한 새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봉제 공방 ‘역'이 있다. 

박진명
인터뷰이 방순호(역 부역장)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패션 산업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중심에 있는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따라 빠르게 제작하고 대량으로 유통하는 패션 사업 전반을 의미한다. 값싼 가격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쉽게 옷을 구매하고 버린다. 여기서 많은 이가 간과하는 사실은 그렇게 버려지고 남은 의류 폐기물을 전혀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 이 지점을 주목한 엄마와 딸은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남은 천 조각으로 근사한 제품을 만들어 새 숨을 불어넣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역'은 부암동 언덕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 메모 1. 사소한 계기가 모여 위대한 결심이 된다.

‘역’을 오픈한지 얼마나 되었나요? 
5년 전, 저희 어머니인 역장님이 먼저 업사이클링 재봉 일을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이 일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재봉 기술을 배운 터라 1년 전 자연스레 합류하게 됐죠. 

사람이 모였다 흩어진다는 의미로 ‘역’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요. 
지인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봉제 클래스를 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이 자주 드나든다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어요. 천을 만지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마음도 담았고요. 

자투리 천을 이용해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역장님이 봉제 공장이 밀집한 창신동 문화센터에서 재봉술을 배우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문득 매일 지나다니던 봉제 공장에 쌓여있는 자투리 천이 눈에 들어오더래요. 그걸 한 두개씩 가져와서 재봉 연습에 사용하다가 부암동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역에서 진행하는 봉제 클래스가 인기있더라고요.
처음엔 봉제 공장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 천을 가져와서 주로 모자를 만들었어요. 모양이 제각각인 천을 활용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 나오니까 정형화된 제품이 없죠. 같은 디자인이어도 천을 어떻게 붙이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니까요. 흔치 않은 모양이 재미있어서 구입하는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할 즈음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어요. 그래서 클래스를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클래스 비중이 훨씬 커졌어요. 

봉제 클래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클래스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80퍼센트가 재봉 경험이 없어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입문자를 위한 클래스는 원데이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직선 위주로 봉제하는 파우치나 에코백 등을 만들죠. 중급자 이상의 클래스에서는 총 4회로 나눠 가방, 모자, 앞치마 등을 완성할 수 있어요. 클래스가 없는 날엔 재봉틀 대여료만 내면 언제든지 작업도 가능하고요. 

📝 메모 2. 자원을 선순환하는 일이 삶에 미치는 영향? 

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역을 운영하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처음 자투리 천을 얻으러 공장에 갔을 때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어요. 아무리 버리는 천이라고 해도 공장마다 고유의 패턴이 있으니 아무한테나 자투리 천을 내주지 않거든요. 5년 동안 방문하다 보니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는 꾸준함과 진정성을 알아채더라고요. 이제는 반겨주는 분위기라 이웃처럼 드나들고 있어요.(웃음)

자투리 천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이제는 천을 보고 뭘 만들면 괜찮겠다는 감이 생겼거든요. 봉제 공장에서 좋은 천만 골라 가져오면 얌체처럼 보이니까 일단 다 가져와요. 거기서 바느질 하기 어려운 천을 모아 쇼퍼 백을 만들고, 저희 제품을 구매하거나 클래스에 참여한 분들에게 그 가방에 제품을 담아 드리고 있어요. 단순한 가방 디자인에 자투리 천을 이어 붙인 건데도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버려지는 천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업사이클링 봉제에는 친환경적 의미도 담겨 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친환경적 면만 강조하다 보면 지루하고 피곤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품의 모양이나 색감 등 디자인 요소를 많이 고려하려고 해요. 환경보다는 디자인에 더 관심을 갖게끔. 그러다 보면 환경적 가치도 한 번 더 곱씹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원을 선순환하는 일을 하면서 물건에 대한 태도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업사이클링을 시작하면서 거의 옷을 사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역을 운영하기 전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귀촌을 생각할 정도로 뭐든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에만 가치를 두는 도시 생활에 짓눌려있을 때가 있었거든요. 환경을 생각하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마냥 마음이 편해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내가 하는 일이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저에겐 참 즐거운 일이죠. 

처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때가 있었어요.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뭘 위해 사는지 잘 모르겠고 자신을 점점 잃어가는 듯한. 그때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동마을에서 10개월간 지냈어요. 홍동마을에는 자치와 생태,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요.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쌀, 현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지속 가능한 삶, 정말 나를 위한 삶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도시에 대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 고민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 메모 3. 여행지에서 봉제 클래스 참여하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고 환경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역에도 변화가 있나요? 
20~30대 손님이 부쩍 늘긴 했어요. 그리고 봉제보다도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오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환경에 위기 의식을 느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요즘 많이 배워요. 

앞으로 역은 어떻게 발전할까요? 
현재는 자투리 천이 너무 많아서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요. 고맙게도 단골 손님들이 지역마다 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곤 하는데요. 여행자의 입장에서 봐도 다른 지역에 놀러갔을 때 이런 체험을 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소망과 고민이 모여 얼마 전 역장님이 제주도에 작업 공간을 구했어요. 그곳에서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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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역(Yeok)의 업사이클링 봉제 클래스
65,000원~

📝 메모 4. 해지거나 싫증난 옷은 헌옷수거함에 넣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버려진 많은 옷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까. 업사이클링 봉제 공방 ‘역' 안에서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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