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Sea in the middle of the City
도시에 옮겨온 바다

삶은 사소한 기억의 집합체다. 바다에 자주 갈 수는 없더라도, 그곳에서의 추억을 상기시켜줄 매개체가 있다면 도시인의 일상은 얼마나 윤택해질까. 프라이빗 욕실 위크엔더스 바쓰(Weenkenders Bath)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박진명
인터뷰이 한귀리(위크엔더스 대표)

서울 한복판에서 보증금 없이 3년간 1유로(약 1,350원)에 공간을 임대할 수 있다고? 실제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08년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빈 집이 1유로에 매물로 나와 화제가 되었다. 낙후 지역의 인구 유입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후 스페인,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이어졌고, ‘1유로’라는 단위는 어느 새 유휴 공간 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송정동의 ‘1유로 프로젝트’ 역시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오래된미래공간연구소는 오랜 기간 비어있던 송정동 건물의 임차인을 설득해 허락을 구했다. 공모 사업을 통해 선정된 브랜드는 총 17개. 그중 하나가 프라이빗 욕실 ‘위크엔더스 바쓰’다. 2019년 시작한 강릉 기반의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크엔더스(Weenkenders)에서 운영하는 곳.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위크엔더스 한귀리 대표는 강릉의 바다를 도시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위크엔더스 바쓰는 어떤 공간인가요?
프라이빗 욕실이에요. 도심으로 옮겨온 강릉 바다를 콘셉트로 공간을 꾸렸어요. 몸만 와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음악부터 방수 소재로 만든 책, 샴푸와 바디워시, 샤워가운, 타올까지 모두 세심하게 준비했죠. 그저 씻는 공간이 아닌, 물로 치유받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에요. 시간당 2만 원,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1인 욕실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릉에 있는 위크엔더스를 운영하면서 여행자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1유로 프로젝트’에 선정되고 나서 이 공간을 보니 프라이빗 욕실로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여름이었는데, 녹음이 우거진 창밖 풍경을 보면서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진정한 휴식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1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니 어떤가요?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하는 브랜드가 모였기 때문인지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프로젝트 멤버들과 함께 송정동 플로깅을 진행했어요. 위크엔더스 바쓰 이용객 역시 공생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이 건물에 함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숍 ‘베러 어스(Better earth)’에서 친환경 목욕용품을 구매해 저희 공간에서 직접 사용하거나, 보마켓에서 산 와인을 마시며 목욕을 할 수도 있죠. 공유 건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 정말 ‘몸만 와서’ 쉴 수 있는 곳이 되게끔 준비했어요. 빈 손으로 와도 아무 문제 없도록 말이죠. 예약 시간에 맞춰 욕조에 물을 채우거든요. 40분 정도 걸리는데, 기다리는 동안 웰컴 티를 마시면서 입욕제를 골라요. 리솔츠(ReSaltZ)라는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비금도에서 채취한 토판염으로 만든 입욕제를 제공하고 있어요. 해조류, 허브 등 천연 아로마 오일과 블렌딩한 8가지 입욕제 중 각자의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죠. 이외에도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아닐로의 헤어 오일과 보디 스크럽, 맥주 효모로 탈모 예방 샴푸를 만드는 브랜드 나인 밀라의 제품도 있고요. 시즌마다 다양한 웰니스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이에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크엔더스를 시작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여행과 서핑, 요가를 좋아했어요.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자주 떠나곤 했죠. 발리를 여행하면서 도시인에게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강릉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에서 얻은 삶의 생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해 호스텔을 만들었고, 서핑과 요가, 명상을 통해 휴식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웰니스 프로그램이 있다면?
지난해 10월, 강릉시와 함께 ‘워케이션 페스티벌’을 기획했어요. 워케이션 여행자를 대상으로 요가와 명상을 함께 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관련 브랜드를 한데 모아 3일간 행사를 열었죠. 첫날엔 비가 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마저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행사를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큰 울림을 받았어요. 신기하게 자연 안에서는 모두 친구가 돼요.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여권을 확인했는데 만료되었더라고요. 3년 전 발리 여행이 마지막이었네요.

발리에서 현지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은 짱구(Canggu)예요. 서핑과 요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역이죠. 호주인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이 발리로 휴양을 오다 보니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어요. 색다른 스타일의 음식점이나 상점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발리 여행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요소가 있다면?
발리에는 자연 재료로 지은 요가원이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도 대나무로 건축한 요가원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나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데다 하루 최대 60센티미터까지 자라기 때문에 자원 순환이 빠른 자재죠. 인도네시아어로 ‘나의 대자연’이라는 뜻을 가진 이부쿠(Ibuku) 건축 스튜디오는 대나무로 인도네시아 각지에 많은 요가원과 리조트를 짓고 있어요. 건축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건축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 상점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발리 어느 프라이빗 리조트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리조트에서 관리하는 구역이 아닌 해변은 쓰레기 더미 그 자체인 거예요. 충격을 받았죠. 정작 이곳에 사는 현지인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때부터는 외부 자본이 들어간 곳은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노력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퍼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어요. ‘Go with Flow(물결이 흐르는 대로)’. 저 역시 늘 이런 자세로 살아왔어요. 위크엔더스를 원하는 바대로 잘 이끌어나가는 것. 이건 계획이기보다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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