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용

Road to the Essence of Scotch
스카치에 다다르는 길

‘스카치’는 종종 최고의 품질과 우아한 품격을 대변하는 수식어로 여겨진다. 호박빛이 영롱하게 감도는 위스키나 완숙 계란에 황금 비율의 포스미트를 두른 스카치 에그, 체크 무늬 포장지로 세심하게 감싼 버터 캔디를 지칭할 때처럼. 이는 영국과 애써 구분을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스코틀랜드인의 남다른 자부심과 고집스러운 기질 덕분일 것이다.
에든버러에서 출발해 애버딘과 스페이사이드를 거쳐 케언곰스 국립공원의 은밀한 골짜기를 순환하는 루트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보자. 혹자는 하일랜드 북단의 황량한 대지와 외딴 섬에서 경험하는 드라마틱한 모험이 누락된 게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길은 스코틀랜드 특유의 정체성, 다시 말해 스카치의 정수에 다다르는 여정과 다름없다. 독특한 문화와 숭고한 자연을 기대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나은 대안은 없어 보인다.

고현
사진 최남용

에든버러
Edinburgh

세인트 앤드류 광장(St. Andrew Square) 모퉁이의 옛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을 멋스럽게 레너베이션한 슈발 디 에든버러 그랜드에 체크인을 한 직후. 허기를 달랠 겸 호텔 4층의 레지스터 클럽(Register Club)으로 향한다.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블랙 푸딩과 바삭하게 구운 허브 소시지 그리고 양의 내장으로 요리한 해기스(haggis)로 차려진 조식이 스코틀랜드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임을 과시하려는 강박을 수시로 내비친다. 위풍당당한 화산암 위에 솟은 에든버러성(Edinburgh Castle) 앞에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스카치위스키 익스피리언스(The Scotch Whisky Experience)가 자리하고, 일대 거리에선 스코틀랜드 국기 문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한 마임니스트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파로 붐비는 로열 마일(Royal Mile)에선 그런 강박이 절정에 다다른다. 에든버러성에서 홀리루드하우스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까지 1.6킬로미터가량 쭉 뻗은 이 길의 이름은 16세기 스코틀랜드 국왕이 성과 궁전 사이를 오간 것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이 길에선 킬트를 차려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청년들이 영화로운 과거를 재현한다. 인근의 메리 킹스 클로즈(Mary King’s Close) 앞에는 호기심 넘치는 표정의 방문객들이 투어 가이드의 안내에 귀 기울이고 있다.
에든버러에서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힐 겸, 칼턴 힐(Calton Hill)에 오르는 길. 느닷없이 잿빛 구름이 몰려들고 빗줄기가 제법 흩날리지만 동요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언덕에 도착한 순간 구름 사이로 햇살이 엷게 비치고, 포스만(Firth of Forth) 위로 무지개가 희미하게 드리운다. 반대편으로 시선을 옮기면 스콧 기념탑(Scott Monument)과 에든버러성의 검게 그을린 화강암 단면이 반짝인다. 찰나의 극명한 대비. 이는 마치 스코틀랜드의 기질을 드러내는 비밀스러운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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