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의 미래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의 수많은 쇼핑몰 중 하나인 쇼 센터 (Shaw Centre). 이곳에 모인 다양한 음식점 틈에 몸을 숨긴 16 커스모(Kausmo)는 싱가포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매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실재하는 장소일까 의심이 들 때쯤 자그마한 가로창을 낸 벽에 숨은 미닫이 출입문이 겨우 눈에 들어온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일까.
매장 안은 최대 16명이 앉을 수 있는 공용 테이블과 오픈 키친만으로 꽉 찬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셰프 한 명, 완성된 요리를 서빙하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니저 한 명. 100퍼센트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6코스로 이루어진 메뉴 구성 외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커스모에서 17 카르트 블랑슈(Carte Blache) 메뉴만 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버려지는 식자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019년 18 리사 탕(Lisa Tang)과 츄 시안(Chew Shian), 20대의 두 여인은 그들만의 우주(kosmo)를 꿈꾸며 새로운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미국의 팜 레스토랑에서 실습을 하며 경험한 로컬 푸드,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을 싱가포르에서 직접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수입 식자재가 대부분인 싱가포르는 전례 없는 모험을 감행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실험장이기도 했다. 오픈 6개월 만에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소통이 중요한 공간인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 올해 6월, 커스모는 4주년을 맞는다.
커스모에선 일주일 단위로 식자재를 구입한다. 푸드마일리지를 고려해 되도록 현지 혹은 이웃 국가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사용하고, 제철 식자재 위주로 선택하며, 싱가포르 내에 재고량이 많거나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져 유통이 어려운 식자재도 선호한다. 사용하고 남은 식자재는 식초나 피클로 만들어 요리에 활용한다. 모두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예를 들면, 에피타이저로 나온 문어구이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잡은 19 미니 문어를 사용했고 조금 못생겼지만 맛에는 문제 없는 호박으로 만든 퓨레를 곁들였다. 제철 가지를 슈니첼 같은 모양과 식감으로 튀겨낸 두 번째 에피타이저는 메리골드로 장식했는데, 파트너십을 맺은 말레이시아 농장에서 공수한 것이다. 이러한 뒷이야기를 알리고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역시 커스모의 존재 이유다. 메뉴판에서 리사가 직접 그린 식자재 그림과 스토리를 찾아보고, 요리를 낼 때마다 상세히 설명해주는 츄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