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실천한다고 들었어요.
원래 고기를 좋아하던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비건을 하기 1년 전까지 샐러드 위주로 식사했죠. 조리를 안하고 소금 없이. 그러고 나서 비건을 시작하니 이게 훨씬 더 쉽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식단은 굳이 동물성 식자재를 넣지 않아도 가능한 메뉴가 많아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해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중요한 건 우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시작하는 것. 한두 끼만이라도 비건을 실천한다면 그게 이미 큰 변화이니까요. 완벽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가능해져요.
트리 플래닛과 강원도 산불 지역에 나무 심기를 실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숲이나 공원을 하나 꼽아주신다면?
작년 초에 가족끼리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비자림숲과 사려니숲에 갔는데 참 좋더라고요. 원시림이라는 단어에서 주는 원시적 느낌을 많이 기대했는데, 잘 다듬어진 모습이 약간 안타깝긴 했지만요. 그래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것보다 원시적이어서 좋았어요.
제주도 여행을 테마로 디자인해서 핀란드 헬싱키 패션위크에 참가했거든요. 일정이 다 끝나고 나서 헬싱키에서 가까운 눅시오 국립공원(Nuuksio National Park)에 찾아갔어요. 그곳은 제가 국립공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과 완전 딴판이었죠. 그러니까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입구에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고, (웃음) 매표소를 지나서 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긴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냥 입구에 말뚝만 몇 개 세워 놓은 게 전부였죠. ‘이게 원시림이고 이게 자연이고 국립공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나절 머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가족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호수 물이 탁했어요. 제 눈에는 깨끗해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그 가족은 전혀 개의치 않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그동안 내 눈이 잘못되었던 건 아닐까’ ‘내가 몸을 담그고 싶어한 물은 수영장의 물처럼 화학 처리된 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호수는 사실 흙바닥에 나무가 떨어져서 썩고 오리 배설물도 섞여 있는 생명의 물인데, 제 눈에는 그게 깨끗하지 않게 보인 거잖아요.
여행이나 장소가 오픈플랜의 디자인과 디자이너 이옥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요?
회사를 처음 세울 때만 해도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일을 할거야!”라고 계획했어요. 처음 콘셉트도 매 시즌 한 도시를 주제로 디자인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고요. 실제로는 딱 한 번 실행했지만요. (웃음) 여행보다 일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죠. 출장지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더 머물면서 ‘아 이것도 여행이지’라고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컬렉션 의상에 특정 장소의 이름을 붙이는 게 흥미롭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제품마다 이름을 지어주는데, 디자인의 성격이나 무드, 혹은 그 컬렉션을 기획할 때 가진 생각이나 경험 등을 반영하곤 합니다. 디자이너는 물리적 재료에 내면의 얘깃거리를 더해 풀어내는 사람이죠. 저에게 입력된 소스 중 여행에서 얻어지는 영감이나 자극이 가장 긍정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나를 새로운 공간, 새로운 빛과 냄새 등에 노출시키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머물면서 새로운 환경 속에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것이 쌓여서 결국 디자인에 직간접적으로 반영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