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독립해서 회사를 설립했죠. 7년 동안은 지속 가능한 패션이나 환경에 대한 실천을 특별히 하지 못하고 동물성 소재를 쓰기 않겠다는 정도에 그쳤어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이런저런 핑계로 미뤘던 것 같습니다. 3년 전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결심한 후 오픈플랜을 시작했어요.
지속 가능한 패션이기 때문에 성공한다 못한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옷을 잘 만들고 거기에 지속 가능하기까지 하면 마다할 사람이 없겠죠. 쉬운 일은 아니에요. 다양한 소재 사용에도 제약이 있고, 단가 측면에서 문제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몇 년 전만 해도 유기농 먹거리를 구매하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은 동네 슈퍼마켓에 가도 어느 정도 유기농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잖아요. 제품 가짓수는 한정적이지만 유기농 먹거리가 제공되는 것을 보면서, 지속 가능한 옷도 즐겨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비단 한국이어서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도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기 위해 걸어온 과정을 간단히 들려주세요.
우선 국내 관련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그런 게 조금 힘들었죠. 원단 같은 경우, 국내 섬유 제조는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그런데 저희 같은 작은 규모의 디자인 회사가 섬유를 생산하는 뛰어난 대기업과 처음부터 함께 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하는 일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시작할 수 있었죠.
사실 소재를 바꾸고 오가닉 코튼을 사용 했다고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각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디자인하고 시스템도 고려해야 하죠.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환경에 대한 담론들은 시기에 따라 바뀌고 기술이 변화하면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실천해보기로 했죠. 우선 제일 먼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일단 옷에 들어가는 재료를 지속 가능한 노력으로 생산된 제품으로 바꿨어요. 옷에 사용되는 재료 뿐 아니라 라벨이나 패키징에도 신경을 썼죠. 소비자에게 가는 운송 과정에서도 100퍼센트 지속 가능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더 나은 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플라스틱 프리 비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플라스틱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성 물질 없이 디자인한다는 것인데요. 패션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등의 합성 섬유를 쓰지 않고, 플라스틱 지퍼나 단추 등의 부자재를 쓰지 않는 것이죠. 플라스틱은 약 150년 전에 발명됐는데, 500년이 지나야 썩는다고 합니다. 최초의 플라스틱이 아직 지구상에 남아 있다는 뜻이죠. 특히 섬유에서 나온 플라스틱은 생산 단계부터 미세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하수 시스템에서 정화되기 어렵다고 해요.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고 결국 그게 우리 몸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죠.
멋이나 패션을 위해 플라스틱을 꼭 사용해야 할까요? 현대 사회에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몸을 보호하고 아름다움과 멋을 표현할 수 있는데, 꼭 그래야 할까요? 패션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아름답고 멋지게 사는 것을 얘기하잖아요. 다른 생명을 해치고 억압하면서 나온 소재로 우리를 표현하는 게 맞는가. 또한 재료를 얻는 데 뒤따르는 공장식 축산 문제와 기후 위기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요. 그렇기에 저희는 플라스틱 프리 비건 컬렉션을 디자인합니다. 자연 섬유만 사용하거나 비건 패션을 말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우리는 두 가지를 다 추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