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 박나희

New & Sustainable Singapore
새롭고 지속 가능한 싱가포르 여행

싱가포르는 거의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슬며시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상대다. 1 열정으로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외치는 작은 섬나라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법을 엿본다. 

표영소
사진 박나희
취재 협조 싱가포르관광청
1 Passion Made Possible. 싱가포르관광청의 슬로건이다 , www.visitsingapore.com/ko_kr/

메이크 잇 유어셀프
서울보다 조금 크고 부산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싱가포르엔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쇼핑몰이 촘촘하게 자리해 있다. 그레이트 월드 시티(Great World City)도 그중 하나다. 매장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 이른 오전 시간에도 쇼핑몰 안 카페와 식당은 아침 식사를 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소비의 대명사인 이 공간에 색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2 진리 스튜디오(GINLEE Studio)가 있다.
2011년 싱가포르 출신의 진 리(Gin Lee)와 이스라엘 출신의 타미르 나브(Tmir Niv), 두 디자이너 부부가 이스라엘에서 처음 시작한 진리 스튜디오는 전통 플리츠 기법을 활용한 여성 패션 브랜드다. 런칭하고 몇 년 뒤 싱가포르에서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로 주목 받기 시작했고, 3 탕스(Tangs)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브랜드를 따라 부부도 자연스럽게 싱가포르로 이주한 시기가 2020년.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한 단계 진화했는데, 4 메이크(/ake) 체험 클래스가 그 핵심이다. 패브릭, 끈 등의 각종 재료와 플리츠 백이 걸려 있고 아담한 작업 테이블이 마련된 매장 한 구석에서 매일 다섯 차례의 클래스가 진행된다. 진리 스튜디오의 제작 방식 그대로 나만의 플리츠 백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고급 쇼핑몰에 자리한 리테일 숍에서 값비싼 공간과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체험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미르의 표현을 빌리면 메이크 클래스는 ‘새로운 판매 방식(New Way of Retail)’이다. 고객에게 제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제품과 더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 다른 이유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대량 생산하는 기성품, 일명 패스트 패션의 대안으로 맞춤 제작의 아이디어를 체험 클래스에 접목한 것. 고객에게는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 입장에선 불필요한 제품 생산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모든 제품을 모듈 방식으로 제작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5 주문 제작 시스템(Get-Order-On Demand, GOOD)을 도입해 매 시즌 발생하는 재고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메이크에 참여하면 전통 플리츠 제작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가방 형태로 봉제된 패브릭을 종이로 만든 패턴 틀에 넣고 잘 여민 뒤 끈으로 단단하게 감아 100도씨의 오븐에서 20분간 6 가열하면 완성. 진리 스튜디오의 플리츠 제품 역시 7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된다.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피스의 패턴 작업에만 8명의 손이 필요하다고 한다. 플리츠 백을 만드는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는 원하는 길이에 맞춰 잘라낸 끈과 마감재의 끄트머리 정도. 이마저도 귀여운 참 장식으로 재탄생한다.
플리츠 제품의 매력은 직접 몸에 걸쳤을 때 발휘된다. 몸의 형태, 안에 담긴 물건의 크기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돼 독창적인 패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시간과 트렌드를 초월해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인 의류를 만들려는 브랜드의 철학과도 닮았다. 플리츠 패턴을 형상화한 ‘메이크’ 로고처럼.

2 ginleestudio.com

3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로컬 백화점. 1932년에 문을 열었다.

4 그레이드 월드 시티와 래플스 시티(Raffles City) 내 매장에서 진행한다. 1회 최대 7명까지, 1시간 30분 소요, 78싱가포르달러.

5 제품을 받기까지 제작 기간만큼 시간이 더 소요되는 대신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6 폴리에스테르 함량이 높은 패브릭은 플라스틱과 성질이 비슷해 열을 가하면 형태가 고정된다.

7 제품의 종류마다 각각 종이로 된 패턴 틀이 있고, 하나의 틀은 50여 회 사용 가능하다.

로컬 문화를 지키는 로컬 푸드
켈롱(Kelong)은 싱가포르를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대의 해안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양식장이다. 보통 수심이 깊지 않은 해안가 바다 위에 나무판자와 목제 기둥, 밧줄 등을 사용해 구획을 나누고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와 갑각류, 해조류 등을 가두어 기른다. 최근 전통 켈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싱가포르 본섬과 팔라우 우빈(Palau Ubin) 사이 해안에 자리한 8 아 후아 켈롱(Ah Hua Kelong)은 이와 무관해 보인다.
2014년 아 후아 켈롱에 합류한 웡 징 카이(Wong Jing Kai)는 싱가포르산 해산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촌 마을에서 시작된 도시 국가의 역사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지만, 오늘날 싱가포르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일본이나 유럽 등 수입산 해산물이 싱가포르산보다 더 품질이 좋다는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현지 해산물을 알리기 위해 켈롱을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결론. B2B 판매에 집중하는 다른 켈롱과 달리, 해산물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B2C 서비스에 도전한 것도, 9 레스토랑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댓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소형 모터 보트에 올라 5분 정도 바다를 가르면 아 후아 켈롱에 닿는다. 나무판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 만든 듯한 0.5헥타르 규모의 수상 양식장. 이곳에서 농어, 도미, 그루퍼 등 다섯 종류의 생선과 홍합을 포함한 조개류가 자란다. 외지인의 눈엔 허술해 보이지만, 강아지 두 마리와 일꾼들이 상주하고 그들의 휴식 공간과 취미로 가꾸는 미니 정원까지 갖췄다. 양식장 구석구석을 안내하던 카이가 갓 잡은 홍합을 삶아 내온다. 염도 높은 싱가포르의 바닷물은 조개의 단맛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과 함께.
켈롱의 신선한 홍합을 제대로 맛보려면 2017년 하지 레인(Haji Lane)에 문을 연 10 스케일드 바이 아 후아 켈롱(Scaled by Ah Hua Kelong)으로 가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켈롱을 소유한 해산물 레스토랑이다. 중국식 찐빵이 곁들여 나오는 커리 향 강한 홍합찜(Curry Mussel)부터 사워도에 발라 먹는 농어 살 페이스트까지, 이곳 메뉴는 로컬 해산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 부족함 없다.

또 다른 로컬 레스토랑
싱가포르의 페라나칸(Peranakan) 음식 문화의 전통을 이어온 11 신포포(Sinpopo)가 12 카통(Katong) 지역에 있던 기존 매장을 닫고 얼마 전 백화점 탕스에 플래그십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모던하고 고급스럽게 꾸민 다이닝 공간에서 식사는 물론, 차와 디저트까지 다양한 페라나칸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코코넛밀크로 지은 달달한 밥 나시 르막(Nasi Lemak)은 신포포의 시그너처 메뉴. 삼발 소스로 볶은 캐슈넛과 가지, 매콤한 오징어 등의 요리가 입맛을 한층 돋운다. 핑크 코코넛 케이크와 판단 카야 케이크, 팜 슈거를 넣은 떡 온데온데(ondeh ondeh) 등 신포포의 또 다른 장기인 디저트 메뉴도 꼭 맛보길 추천한다.

8 ahhuakelong.com

9 2개의 켈롱과 2개의 레스토랑, 1개의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10 scaled.sg

11 sinpopo.com

12 페라나칸 문화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숍하우스가 모여 있는 지역.

습지의 잠재력
13 숭게이 부로 습지 보호지(Sungei Buloh Wetland Reserve)는 싱가포르에 있는 4개의 자연 보호 구역 중 하나다. 1993년 싱가포르 북서쪽 해안의 습지를 자연 공원(Nature Park)으로 지정해 일반인에게 개방한 것이 그 시작. 현재 맹그로브 숲, 갯벌, 연못 등을 포함해 약 200헥타르에 이르는 습지 일대가 보호지에 속해 있다.
이곳의 가치를 처음 알아본 이들은 조류 탐사객이었다.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추위를 피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는 14 철새들이 이 습지에서 포착된다. 그들에게 이곳은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가는 13만여 킬로미터 길이의 긴 여정 중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는 중요한 쉼터다. 물론 왜가리와 백로, 물총새, 태양새 등 수많은 텃새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보호지에 조성된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대포처럼 거대한 초망원 렌즈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집중하는 탐조객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이글 포인트(Eagle Point)가 대표적 장소다. 조호르 해협(Straits of Johor) 쪽으로 비죽 튀어나온 데크에 서니 머리 위로 흰배바다수리(white-bellied Sea- eagle) 서너 마리가 날아다니고, 물가에는 왜가리가 미동도 없이 서 있다.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맹그로브 숲이다. 습지와 바다 사이에 형성된 맹그로브 숲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다. 습지 안내를 맡은 가이드 림짐청(Lim Gim Cheong)은 싱가포르에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가 맹그로브 숲 덕분이라고 말한다(실제로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많은 지역이 개발을 목적으로 맹그로브를 파괴했다). 이 지대의 토양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식물이 서식하기 힘든 환경인데,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살아 남은 관목이 파도와 강풍을 막아주는 것.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능력이 일반 숲에 비해 최소 10배나 높아 ‘탄소 저장고’라고도 불린다. 알고 보면 숭게이 부로 습지의 생태계를 지키는 주인공은 싱가포르 정부나 ‘보호지’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천연 방파제이자 자연 정화 시스템인 맹그로브다.
해안, 숲, 철새 관찰 등의 테마별 트레일이 습지 구석구석을 파고 든다. 가장 긴 구간도 2킬로미터를 넘지 않아 걷기에 부담이 없다. 다만, 딜레니아(Dillenia), 판다누스(Pandanus) 등 다양한 열대 식물과 맹그로브에서 서식하는 머드 랍스터(mud lobster)부터 앙증맞은 딱정벌레까지 온갖 생명체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등장하니 느긋한 일정으로 방문하길 추천한다. 운이 좋으면 입을 쩍 벌리고 일광욕 하는 악어나 한가롭게 태닝 중인 이구아나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자연
15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인공 조형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거대한 도심 정원이다. 101헥타르의 부지에 테마 정원, 온실, 전망대 등이 들어서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열대 고산 지역의 희귀 식물이 가득한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를 테마로 조성한 ‘아바타 : 더 익스피리언스’ 덕분이다. 영화 속 배경을 연상시키는 조형물과 초록빛 식물, 폭포, 조명 등의 장치가 어우러져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매일 저녁 두 차례 진행되는 가든 랩소디 슈퍼트리 쇼도 놓치기 아깝다.

13 2003년 싱가포르 최초의 아세안 헤리티지 파크(ASEAN Hertiage Park) 지정되었다.

14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등의 도요류와 검은가슴물떼새, 왕눈물떼새 같은 물떼새류가 대표적.

15 gardensbythebay.co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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