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텐샨산맥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풍경

 

ⓒ MuratOzcelik

Saving the Stars
밤하늘의 별을 지켜라

밤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도시에서 별을 보기 어려운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어두운' 밤하늘을 지켜야 한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말인가. 

메건 이브스(Megan Eaves)
미국 뉴멕시코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에디터. 여러 주요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책과 SNS,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지속 가능한 여행과 밤하늘 프로젝트와 관련된 컨설팅도 진행한다.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서쪽, 중국 국경에 인접한 톈샨산맥(Tian Shan Mountains) 고지대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내가 살면서 본 밤하늘 중 가장 어두웠다. 유라시아 대륙의 한가운데로 향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까지 간 뒤 고속도로를 따라 10시간 정도 달리면 어느 새 탁 트인 초원 위 비포장도로에 접어든다. 그리고 길은 빙하호 콜수(Köl-Suu) 인근 계곡에 있는 유목민 거주지로 이어진다.
그날 우리는 키르기스스탄 야생마에 올라탄 채 계곡을 넘어 호숫가까지 갔다.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중국 방향으로 노를 저었다. 때는 9월,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오후 내내 거친 바위 봉우리를 배경으로 눈발이 날렸다. 우리가 머문 유르트 너머,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일몰이 지나자 구름이 가시고 하늘이 맑아졌다. 한밤중에 나와 동료는 차가운 부츠에 발을 쑤셔 넣고 밖으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몸을 데우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코냑 한 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밤하늘을 쳐다봤다. 별이 사방에 가득했다.
금세기에 지평선의 끝에서 끝까지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본다는 건 아주 귀한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는 모든 것을 한층 더 깨끗하게 만들었다. 마치 우리와 우주 사이에 먼지 한 톨조차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사방 수백 킬로미터 이내에 인공 조명 하나 없는 덕에 밤하늘은 정말 깨끗했다. 밤하늘을 가리켜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어딘가엔 먼지가 가득하고 오염된 밤하늘이 있다는 의미다.

 

빛공해 문제

자연적으로 어두운 야외 공간에 인공 조명을 설치한 것을 ‘빛공해’라고 한다. 밤을 인위적으로 밝히는 불빛은 인간의 건강은 물론, 야생과 기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건물 내외부에 설치한 조명부터 광고판, 상업 시설, 사무실, 공장, 가로등, 불 밝힌 스포츠 경기까지 모두 빛공해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국제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darksky.org)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인의 10명 중 3명이 은하수를 볼 수 없고, 유럽과 북미에 거주하는 인구의 99퍼센트가 심각한 빛공해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여러 통계를 보면 수많은 네온 사인과 밝은 조명이 점령한 동아시아의 많은 도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전 세계에서 지난 10년간 빛공해에 가장 오염된 지역으로 선정됐다.
나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밝은 도시에 살고 있다. 칙칙한 오렌지색과 회색빛 조명으로 뒤덮인 런던. 지구의 35억 년 역사 중 인공 조명으로 밤하늘을 밝힌 기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20세기 초 이래, 정확히 말하면 고작 지난 70년간 인간은 집과 사무실, 거리 그리도 도시에 전등불을 밝혔다. 진정한 어둠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겨우 한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반 고흐는 1889년 프랑스 생레미(Saint Rémy)에서 자신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오늘날 고흐가 이 작품을 그린 장소에 가면 백열전구의 빛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완벽하게 가리고 있다. 단지 130년이 지났을 뿐인데 어느 훌륭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하늘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다.
인공 조명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매년 10퍼센트씩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존, 인간의 휴식과 잠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연의 밤이 사라져가고 있다. 낭비되는 조명의 빛만큼 해결하기 쉬운 공해도 없다. 바다 위의 미세플라스틱을 전부 수거하거나 대기 중의 탄소를 모두 제거하는 것처럼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니다. 빛공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명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 꼭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만 사용하는 것(작동시키는 것).
국제밤하늘협회는 빛공해로부터 지역 사회와 야생을 지키고 야간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기구다. 세계 곳곳에 국제밤하늘보호구역(International Dark Sky Places)을 지정해 빛공해를 줄이고 밤하늘을 복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다. 밤을 지키기 위해 밤하늘 보호구역을 방문하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도 없다.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를 찾아, 자연적인 어둠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직접 경험해보자.

 

아시아의 밤하늘 보호구역

한국 영양 반딧불이생태공원 경상북도 영양군 왕피천 계곡에 자리 잡은 공원.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자, 반딧불이 보호구역이다.

일본 고즈시마 고즈시마(神津島)는 도쿄에서 배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외딴 섬이다. ‘자연 천체투영관’으로 불리며, 하이킹, 스노클링, 수영 등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일본 비세초 오카야마현(岡山市) 이바라시에 자리한 마을 비세초(美星町)는 인공 조명 설치를 법으로 제한해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대표 사례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천문대가 있고, 정기적으로 별 관측 행사도 열린다.

일본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이시가키 국립공원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이리오모테이시가키 국립공원(西表石垣国立公園)은 아름다운 현지 호텔과 별 관측 투어, 웰니스 프로그램 등으로 유명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다양한 생물도 관찰할 수 있다.

타이완 허환산 타이완 동부, 타이루거 국립공원(太魯閣國家公園)에 속한 허환산(合歡山)은 맑고 깨끗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장소다. 환상적인 폭포와 협곡 등이 볼만하고, 하이킹 명소로도 유명하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직접 경험해보자.

 

밤하늘이 중요한 이유

빛이 공해가 될 때 부적절한 혹은 과도한 인공 조명은 환경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야생동물 지구 상의 동식물은 24시간을 주기로 생명 유지 활동을 관리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밤을 밝히는 인공 조명이 대다수의 종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꽃가루 매개자 빛공해는 곤충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곤충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는 환경, 특히 생태계의 먹이사슬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인간 야간 조명이 증가하면 비만, 불면증, 우울증, 당뇨, 심장 질환을 비롯해 일부 암까지,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시에 우리가 밤하늘을 볼 때 느끼는 평화와 경외감도 앗아간다.

탄소배출 인공 조명의 35퍼센트가 과도한 빛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에너지 의존도 역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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