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으로 어두운 야외 공간에 인공 조명을 설치한 것을 ‘빛공해’라고 한다. 밤을 인위적으로 밝히는 불빛은 인간의 건강은 물론, 야생과 기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건물 내외부에 설치한 조명부터 광고판, 상업 시설, 사무실, 공장, 가로등, 불 밝힌 스포츠 경기까지 모두 빛공해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국제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darksky.org)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인의 10명 중 3명이 은하수를 볼 수 없고, 유럽과 북미에 거주하는 인구의 99퍼센트가 심각한 빛공해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여러 통계를 보면 수많은 네온 사인과 밝은 조명이 점령한 동아시아의 많은 도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전 세계에서 지난 10년간 빛공해에 가장 오염된 지역으로 선정됐다.
나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밝은 도시에 살고 있다. 칙칙한 오렌지색과 회색빛 조명으로 뒤덮인 런던. 지구의 35억 년 역사 중 인공 조명으로 밤하늘을 밝힌 기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20세기 초 이래, 정확히 말하면 고작 지난 70년간 인간은 집과 사무실, 거리 그리도 도시에 전등불을 밝혔다. 진정한 어둠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겨우 한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반 고흐는 1889년 프랑스 생레미(Saint Rémy)에서 자신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오늘날 고흐가 이 작품을 그린 장소에 가면 백열전구의 빛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완벽하게 가리고 있다. 단지 130년이 지났을 뿐인데 어느 훌륭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하늘이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다.
인공 조명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매년 10퍼센트씩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존, 인간의 휴식과 잠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연의 밤이 사라져가고 있다. 낭비되는 조명의 빛만큼 해결하기 쉬운 공해도 없다. 바다 위의 미세플라스틱을 전부 수거하거나 대기 중의 탄소를 모두 제거하는 것처럼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아니다. 빛공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명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 꼭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만 사용하는 것(작동시키는 것).
국제밤하늘협회는 빛공해로부터 지역 사회와 야생을 지키고 야간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기구다. 세계 곳곳에 국제밤하늘보호구역(International Dark Sky Places)을 지정해 빛공해를 줄이고 밤하늘을 복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다. 밤을 지키기 위해 밤하늘 보호구역을 방문하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도 없다.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를 찾아, 자연적인 어둠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직접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