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츠키 관련해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이제 막 마키에(蒔絵)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마키에란 칠기 표면에 옻칠로 그림을 그리고 금이나 은을 뿌려 마감하는 기법인데요. 킨츠기가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기 전인 1990년대까지 마키에 장인은 골동품 수리를 하곤 했거든요. 이 기법을 킨츠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키에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며칠 전 일본 도쿄를 방문해 배워봤는데요. 앞으로 일본에 갈 때마다 꾸준히 배워보려고 해요.
마키에를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엔 가나자와(金沢市)에 가고 싶어요. 옻칠과 금박 공예로 유명한 도시인데, 좋아하는 곳이라 자주 찾죠. 마키에를 배우기 이전에는 마키에 공예품이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깊이 이해하고 나면,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킨츠키를 접하고 난 후, 가장 달라진 삶의 변화가 있다면?
제가 행동은 느린데 성격이 급해요. 그 부조화가 만드는 실수가 많죠. 그런데 킨츠기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거든요. 작업의 모든 공정에서 완성도를 높이지 않으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이러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적어도 킨츠기 작업을 할 때만큼은 성격이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는 여전하지만.(웃음)
마지막으로, 킨츠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의뢰를 받고 수리하는 데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 이상 걸려요. 그동안 그 기물을 매일 들여보고, 오랜 시간 손에 쥐고 작업을 하죠. 그러다 보면 정말 이상하게 물건에 정이 들어요. 값이 비싸든 아니든, 취향에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냥 애정이 생겨요. 남의 것에도 그런데, 제 기물을 고칠 땐 더 하죠. 구입한 장소부터 당시의 내 모습, 곁에 있던 사람들까지 떠오르니 그리움도 생기고요. 그런 시간은 마음을 고요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힘도 길러줘요.
어쩌면 우리에게는 그런 경험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그릇을 수선하며 환경을 보호하자는 거창한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킨츠기를 통해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며 이 아름다운 순간을 꼭 누려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