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유원지 캐릭터와 버려진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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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ato, Peace & Love
못난이 감자를 팝니다. 감자유원지, 더루트컴퍼니

한 지역의 청년들이 로컬 특산물을 알리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기 위해 나섰다. 그 결과 로컬 푸드 판매장이자 카페인 감자유원지가 탄생했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김지우(더루트컴퍼니 대표)

최근에야 국내 대표 감자칩 ‘포카칩’의 비밀을 알게 됐다. 햇감자철인 5월에서 10월 사이 감자칩을 고를 땐 무조건 포카칩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2022년, 오리온은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감자 특산지 강원 양구, 전남 보성 등에서 수확한 햇감자로 포카칩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품 패키지에 ‘생감자’ 대신 ‘햇감자’ 뱃지를 달아 구분하는데, 제철인 5월~10월에만 맛볼 수 있다(생감자 버전은 주로 수입산이다). 솔직히 감자의 원산지를 확인하며 감자칩을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원산지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는 확실한 감자칩도 있다. 바로 ‘포파칩’. 강원도에서 난 못난이 감자를 활용한 감자칩으로,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감자유원지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감자유원지에서는 감자칩을 비롯해 맥주, 비누 등의 제품과 다양한 감자 요리도 만날 수 있다. 감자유원지를 한참 둘러 보면, 오랫동안 강원도를 대표해 온 감자가 드디어 명성에 걸맞는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든다. 
감자유원지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먼저, 모회사 더루트컴퍼니를 소개할게요. 더루트컴퍼니는 강원도를 기반으로 한 농식품 임팩트 스타트업입니다. 강원도 감자 농가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사업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요. 종자 연구부터 재배, 원물 및 가공에 이르는 감자 밸류체인(Value Chain) 관리와 ‘감자유원지’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감자유원지 1층에는 강원도 로컬 푸드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델리&로컬 스토어가 있고, 2층은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키친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강원도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버려진 감자를 활용해 농식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강원도에서 생산한 단오, 왕산 품종의 종자로 만든 감자 원물을 국내 최고의 품질로 재배하는 데 집중했어요. 원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버려지는 감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우리가 주로 수퍼마켓에서 보는 감자들은 보통 120~200그램의 무게로, 상처도 없고 둥그스름한 모양을 가졌어요. 이 규격 안에 들어가지 못한 감자는 따로 출하하거나 유통 채널을 찾아야 해요. 상처가 있거나 못생긴 혹은 너무 작거나 큰 감자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좋은 가격에 판매되지 못할 경우, 산지에서 폐기되는 경우가 많죠. 
감자 농가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소득 불안정성이에요. 못난이감자를 활용할 수 있다면 폐기할 때 필요한 인력, 시간, 비용을 새로운 수익으로 바꿀 수 있고 환경 문제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업사이클링 감자를 이용해 농식품을 만들기 시작했죠. 

어떤 제품이 있나요? 
가장 대표적으로, 못난이감자를 활용한 포파칩 3종(솔트, 갈릭&버터, 치즈)이 있고요. 키친에서 제공하는 메뉴로는 감자 스프, 감자눈 카레우동, 치즈감자호떡, 항정살감자솥밥 등이 있습니다. 아직 제품군이 다양하진 않지만, 올해 수확한 햇감자를 활용해 감자 스프 밀키트와 신품종 감자를 활용한 프리미엄 감자칩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자유원지에 와서 감자에 대한 지식을 딱 한 가지하도 더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았어요. 흔히들 아는 수미 감자 이외의 다른 품종을 알게 될 수도 있고, 감자유원지 한 편에 마련된 작은 감자 틀밭에서 재배 과정을 지켜보거나, 꽃을 틔우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요. 감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식자재이지만, 사실 감자에 대해 뭘 아냐고 물으면 말할 거리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자유원지를 오픈하면서 참고한 스폿이나 영감을 얻은 콘텐츠가 있다면?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싶어서 일부러 다른 곳을 참고하지 않았어요. 다만, 대구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활동을 하고 있는 피키차일드컴퍼니(@picky_child_dining)와 함께 기획했기 때문에 그들이 운영하는 동아식당에서 영향을 받긴 했죠. 동아식당은 재료라는 음식의 본질에 충실한 식당인데요. 지역 식자재로 만든 요리와 로컬리티를 담은 공간이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저에게 또 하나 영감을 준 것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이에요.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먹거리와 재료를 대하는 태도를 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향인 강릉에서 창업했는데, 지역의 청년 사업가로서 장단점을 이야기해준다면?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게 중요한 것은 가족과 긍정적 영향력, 그리고 자연 경험인 것 같아요. 이 3가지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강릉에서 창업했기 때문에 언제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고요. 어쩌면 큰 행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지역 비즈니스의 단점은 큰 도시에 비해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거죠.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성장은 중요한 과제예요. 그런데 모든 비즈니스가 꼭 성장에 방점을 찍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속도와 철학을 갖고 성장하는 로컬 브랜드가 이제 더 많아질 때도 된 것 같아요. 

농산물 관련해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중국과 미국 그리고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어요. 엄청난 면적의 재배지에서 감자 종자를 연구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미국의 농업 시스템, 네덜란드의 기술력이 궁금해요. 아직은 유튜브나 논문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언젠간 현장에도 가보고 싶네요.  

농가와 협력하며 이룬 성과 중 유의미한 지표가 있다면? 
더루트컴퍼니의 임팩트 미션은 바로 농가 소득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농가 매출액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평균 24퍼센트의 매출액 증가를 달성했는데, 저희 스스로도 보람 있는 결과입니다. 못난이감자 업사이클링 지표도 있는데요. 현재까지 누적 63톤 정도를 업사이클링했어요. 
더루트컴퍼니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감자는 4대 식량 중 하나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작물이에요. 연관 식품도 많고요. 농산업 분야에서의 감자를 살펴보면, 딱 이런 표현이 생각나요. ‘아무도 하지 않는 비즈니스’.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그런 점에서 더 매력을 느껴요. 아무도 하지 않는 비즈니스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더루트컴퍼니가 그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지금은 오픈 초기라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갈 길이 아직 멀죠.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내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전히 농업이나 감자에 대한 스터디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감자와 로컬에 진정성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감자 종자와 제품을 만들 예정이에요. 또 언젠가는 감자유원지의 농촌 버전도 구상하고 있어요. 감자에 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이자 작품으로 완성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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