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가장 큰 가치는 내가 속한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시리즈는 여행의 이러한 본질에 충실한 편. 연출자의 기획 의도 못지 않게 출연자 기안 84의 태도가 프로그램의 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좀처럼 보기 드문 열린 마음의 여행자다. 거리낌없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 현지 결혼식에 참석해 댄스 타임을 즐기고 전통 빨래터 체험에 뛰어든다. 심지어 몸을 아무렇게 주무르는 대여섯 명의 마사지사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연출되어도 그다지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이유는 현지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편견 없이 마주하고 존중하는 여행자의 시선 덕분이다. 〈부산 촌놈 in 시드니〉는 워킹 홀리데이 체험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출연자들의 여행 경험이 제한적인데, 대신 중국인이 운영하는 농장과 튀르키예인이 사장인 카페, 한국인 타일러와 청소업체 사장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러 인종의 워킹 홀리데이어(working holidayer)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파머스 마켓이나 카페에서 경험하는 현지인과의 교류도 그들의 일상을 한 발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호주의 커피 메뉴가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피오르 깊숙이 위치한 구드방엔(Gudvangen) 캠핑장부터 해변을 마주한 로포텐(Lofoten)의 캠핑장까지, 노르웨이 전역을 누비며 다양한 캠핑 시설과 자연 풍광을 보여준 것은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의 공이라 할 만하다. 사우나를 한 뒤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하는 노르웨이의 대표 문화 아이스 배스나 자연설로 뒤덮인 스키장 체험도 신선했다. 반면, 여행 유튜버 3인의 ‘콘텐츠 조회수 대결’을 내세운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여행은 게임이자, 콘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각 여행지에 할애된 시간은 고작 2~3일 정도인데, (조회수 경쟁을 의식했든 아니든) 싱가포르에서 ‘하루에 14달러로 버티기’ 위해 공항 노숙을 하거나 마다가스카르에서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 15시간을 이동하는 등 미션 달성에 초점을 맞추니 당연한 결과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