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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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 of Travel TV Shows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

2023년 상반기, 여행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재미와 함께 여행의 지속 가능성도 생각하는 여행 콘텐츠를 기다리며 쓴 주관적인 시청 리뷰.

표영소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일반 여행자 못지 않게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도 몸이 근질근질했던 것 같다. 작년 말부터 기다렸다는 듯 여행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평소 여행 관련 영상 콘텐츠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 덕분에(?)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대부분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예능에 방점이 찍힌다. 여행보다 여행하는 인물이 중요하고, 여행지의 이야기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재미(시청률)가 더 중요하니까. 그런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여행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프로그램 제작 시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을 주제이니 무리한 시도일 수도 있지만, 올 상반기에 본 몇몇 프로그램을 지속 가능한 여행의 관점에서 비교해보려고 한다.

비교 프로그램명 (방영 기간 / 여행지 / 콘셉트) 
- 지구마불 세계여행 : 2023년 3~5월 / 전 세계 / 여행 유튜버 콘텐츠 조회수 대결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2023년 4~7월 / 호주 시드니 / 워킹 홀리데이 체험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2023년 5~7월 / 노르웨이 / 동계 캠핑 여행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 2023년 6~7월 / 인도 / 무계획 배낭여행


 

현지 문화 체험과 보존

여행의 가장 큰 가치는 내가 속한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시리즈는 여행의 이러한 본질에 충실한 편. 연출자의 기획 의도 못지 않게 출연자 기안 84의 태도가 프로그램의 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좀처럼 보기 드문 열린 마음의 여행자다. 거리낌없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 현지 결혼식에 참석해 댄스 타임을 즐기고 전통 빨래터 체험에 뛰어든다. 심지어 몸을 아무렇게 주무르는 대여섯 명의 마사지사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연출되어도 그다지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이유는 현지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편견 없이 마주하고 존중하는 여행자의 시선 덕분이다. 〈부산 촌놈 in 시드니〉는 워킹 홀리데이 체험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출연자들의 여행 경험이 제한적인데, 대신 중국인이 운영하는 농장과 튀르키예인이 사장인 카페, 한국인 타일러와 청소업체 사장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러 인종의 워킹 홀리데이어(working holidayer)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파머스 마켓이나 카페에서 경험하는 현지인과의 교류도 그들의 일상을 한 발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호주의 커피 메뉴가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 피오르 깊숙이 위치한 구드방엔(Gudvangen) 캠핑장부터 해변을 마주한 로포텐(Lofoten)의 캠핑장까지, 노르웨이 전역을 누비며 다양한 캠핑 시설과 자연 풍광을 보여준 것은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의 공이라 할 만하다. 사우나를 한 뒤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하는 노르웨이의 대표 문화 아이스 배스나 자연설로 뒤덮인 스키장 체험도 신선했다. 반면, 여행 유튜버 3인의 ‘콘텐츠 조회수 대결’을 내세운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여행은 게임이자, 콘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각 여행지에 할애된 시간은 고작 2~3일 정도인데, (조회수 경쟁을 의식했든 아니든) 싱가포르에서 ‘하루에 14달러로 버티기’ 위해 공항 노숙을 하거나 마다가스카르에서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 15시간을 이동하는 등 미션 달성에 초점을 맞추니 당연한 결과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


 

지역 경제 기여도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에 관대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주인공은 지역 경제에도 살뜰히 기여한다. 거스름돈이 없다고 버티는 택시기사부터 반강제로 축복 기도를 파는 거리의 힌두교 사제까지, 인도에서 만난 이들에게 ‘호구’를 자처하는데 당사자가 그 마저도 여행의 경험으로 포용하고 즐기는 덕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애매하다. 〈부산촌놈 in 시드니〉에선 워킹 홀리데이로 번 돈을 현지 체류비와 여행 경비로 사용했으니 어쨌든 지역 경제에 일조한 셈.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팀은 노르웨이 곳곳의 캠핑장과 현지 마트를 이용하며 숙식을 해결한다. 이 부문만큼은 〈지구마불 세계여행〉도 점수를 줄 수 있다. 베테랑 여행 유튜버들답게 숙소, 이동편, 식사 모두 현지식을 무리 없이 따랐고,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에서 모론다바(Morondava)로 이동하거나 갈라파고스에서 핀손(Pinzón) 섬 투어를 할 때 현지 여행사를 이용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

 

에너지 절감과 자연 환경 보호

배낭여행과 캠핑 여행은 각기 다른 친환경 요소로 1등 자리를 겨룬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에서는 여행지 내 이동수단으로 대중교통편을 이용하고 최소한의 짐으로 여행하면서 탄소배출량 절감에 기여한다.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의 캠퍼들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대신 3~4인이 한 차량에 탑승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고 온수와 전기 사용이 제한적인 캠핑장에서 숙박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여행이 탄소배출량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부산 촌놈 in 시드니〉는 가장 지속 가능한 기획이다. 인도와 노르웨이, 각각 한 나라 안에서만 이동한 두 프로그램이 그 다음. 그리고 3명이 한 달간 15개국을 방문하며 지구 다섯 바퀴에 맞먹는 25만 킬로미터를 이동했다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가장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여행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


 

생물 다양성 보호

여행지의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 여기까지는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시도해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여행법이다. 그런데 ‘생물 다양성 보호’라고 하면 갑자기 어려워진다. 여행을 통해 생물 다양성 보호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다는 걸까? 다행히 〈부산 촌놈 in 시드니〉 최종화에 좋은 예시가 담겼다. 일주일간의 워킹 홀리데이 체험을 마친 출연진이 마지막 밤을 보낸 장소인 포트 스티븐슨 코알라 생츄어리(Port Stephens Koala Sanctuary). 시드니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반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단순히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글램핑장이 아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병에 걸렸거나 부상을 당한 혹은 부모를 잃은 야생 코알라를 치료하고 돌보는 ‘코알라 은신처’로, 포트 스티븐스 코알라 병원과 지역 의회가 협력해 조성했다. 8헥타르 규모의 숲 지대는 코알라의 재활과 치료에 초점을 맞춘 이상적인 서식지.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나 투숙객은 코알라를 관찰하고, 숙련된 현지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에 참여해 코알라 보호에 대해 배우며 자연스럽게 생물 다양성 보호에 동참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멋진 글램핑 텐트는 오히려 덤에 가깝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우연히 얻어 걸린 쪽에 속하는데, 게임 규칙에 따라 에콰도르 여행에 당첨된 출연진이 갈라파고스를 방문한 것. 현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관광세를 부과하고 일회용품 반입을 금지하는 정책이 소개되어 별 하나를 준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
부산 촌놈 in 시드니 ★★★★☆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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