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유사한 작업 방식이라고 말했는데요.
네, 일부러 따라 한 건 당연히 아니고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40년 넘게 저술을 업으로 해왔으니까, 그가 루틴으로 삼는 몇 가지가 괜히 나온 게 아닐 거예요.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좋아한다는 것뿐이지, 그 작가의 다른 면까지 좋아하고 따라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어쨌든 제가 20년 넘게 알량하게 글로 먹고 살다 보니까 ‘아, 저렇게 한 이유가 다 있구나’라고 알게 되는 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도 한때 담배 피우면서 밤을 새는 것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작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30대 초반에 담배를 끊어요. 완전히 체질을 바꿔서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머리 안 쓰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나머지 시간은 결국 오전 작업을 위해 할애하는 거죠. 달리기도 꾸준히 하고요. 얘깃거리를 만들거나 멋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쓰는 업을 지속하려면 꼭 필요한 거라서. 그게 시행착오를 거쳐 걸러진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죠.
작가님도 달리기를 하시잖아요. 체력을 위해서 선택한 건가요?
누적해서 1,000킬로미터 이상은 뛰었지만, 그걸 두고 ‘달리기를 한다’고 하기는 좀 그래요. 전 대회도 안 나가 봤고요. 코로나 때 우발적으로 시작했는데요, 달리기를 그나마 꾸준히 하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집중적으로 듣기 위해서예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말랑해지잖아요. 낭만적인 상태라고 해야 되나. 약간은 감상적인 상태여야 글쓰는 데 도움 이 되는데, 달리면서 음악을 듣는 게 가장 기분 좋거든요. 특히 밤에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인기척 없는 깜깜한 곳을 달릴 때면, 몸에 그 음악이 깊숙이 스며들어요. 음악 듣는 게 달리기의 가장 큰 효용이고, 그 다음은 물리적으로 뇌에 산소를 공급해 혈액순환이 되게 하는거죠. 예전엔 저술업자들이 산책하면 생각이 정리된다고들 했는데, 그게 다 뇌에 산소가 공급이 됐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산책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요. 산책은 몇 시간씩 필요 한데,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기엔 아깝고, 운동 효과도 2시간 혹은 만 보 걷는 것보다 10분 빨리 달리는 게 훨씬 높아요.
글쓰는 사람이라면 물론 욕심이 나는 작업이지만, 에세이를 쓰다가 소설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나라에서 소설가가 되는 경로는 신인문학상이나 신춘문예 등의 등단 시스템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봉쇄돼 있어요. 제가 처음 소설을 쓸 때만 해도 특히 그랬죠. 신문 기자나 매체 편집장이 소설을 쓰는 경우는 더러 있었는데, 저는 에세이와 방송 출연 인지도의 도움으로 첫 소설을 냈어요. 학고재 출판사의 젊은 여성 편집자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어떤 날 그녀들이〉(9편의 단편이 실린 연애 소설집. 2011년 출간)라는 소설집을 내게 됐고, 공교롭게도 그게 베스트셀러가 된 거예요. 5만 부 넘게 팔렸는데, 첫 책이 그렇게 팔리기 힘들거든요. 진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기존에 없던 종류의 소설이라서 그런 부분에서 수요가 있지 않았나 해요. 시장 반응이 좋아서 다음 책을 낼 수 있었고요. 첫 소설이 안 좋았으면 금세 사라졌겠죠. 그래서 항상 첫 기회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SNS에도 글을 쓰시잖아요. 그런 활동이 글 쓰는 작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서로 충돌하냐고요? 전혀요. SNS에서 쓰는 글은 뇌에서 나오지 않는 글이에요. 순간 순간의 투덜거림 같은 거죠. 미리 써 놓고 올리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 것 치고는 정돈된 편인데, 그건 제가 칼럼을 꽤 오래 써서 그래요. 거의 몇 천 편을 써서 1,000자, 2,000자짜리 토막글 은 기승전결을 짜는 게 몸에 딱 배어 있어요. (SNS에는) 내키는 대로 확 쓰고 대신 나중에 계속 고치죠.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일주일 후에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고쳐요. 심지어 문단 나누기가 조금 균형이 안 맞는다거나, 이어지는 사진들이 너무 안 어울린다 싶은 것도 수정하죠. 한마디로 저에겐 취미생활 같은 거예요.
퇴고를 계속하는 건가요?
그렇죠. 일단 처음에 거칠게 쓰니까. 눈에 띌 때마다 한 번 더 읽어보고 고치고. 그런 것에 대해 스스럼이 없어요. SNS에 올리는 글이 부담이나 의무가 되면 안 되죠. SNS는 즐기면서 해야지, 남들 하니까 나도 뭔가 해야 되겠다 하면 망하는 것 같아요. 내가 부자연스러우면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경계는 뭐냐, 내 글에 대해서 뭐라고 하든 난 알 바 아니다 라는 태도. 댓글에서 악플이 달리든 말든 내버려둬요. 차단 같은 것도 안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