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주로 가구를 디자인했어요. 연구실에서 분기별로 대청소를 했는데, 할 때마다 원단 샘플부터 부피가 큰 시제품, 스케치 등등 온갖 쓰레기가 건물 2층 높이만큼 쌓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거예요. 처리하는 데만 3톤 트럭 두 대로 며칠씩 걸리는 걸 보면서 회의감이 확 들었어요. ‘난 뭐 하는 사람이지? 예쁜 쓰레기 만드는 사람 같다.’ 그래도 디자인은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싶었고요. 그러던 중 달력을 만들 시기가 됐어요.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사근사근하게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1년에 한 번이라도 ‘내가 너를 참 이렇게 좋아해’ ‘늘 생각하고 있어’ 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매년 달력을 만들거든요. 달력에 이런 고민을 녹여볼까 싶어서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다가 헌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책 내지에 오버 프린트를 해서 달력을 만들어보자 했죠.
그렇게 만든 헌책 달력이 브랜드로 이어진 건가요?
맞아요. 친구들에게 나눠줬더니 너무 괜찮다면서 한번 팔아보라는 거예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이후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고, 알맹상점에도 입점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많이 팔렸어요. 회사에 다니고 있던 때라 점심 시간에 택배 부치러 다니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밤새도록 도장 찍고 그랬죠. 힘들긴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정말 사는구나, 생각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구나 했죠.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려다 보면 현실적 제약도 마주하게 될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택배 포장에 비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잡지로 봉투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택배 접수가 안 되는 거예요. 파손이나 보상 문제로 박스 포장이 아니면 안 받아주더라고요. 지금까진 문제가 생기면 제가 부담하기로 하고 보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쓰레기를 줄이려고 비닐 사용을 안 하고 있지만 만약에 포장이 부실해서 제품이 파손되면 결국 쓰레기가 되니까요. 그런 이유로 상품을 재발송하게 되면 과연 친환경적인 걸까 하는 고민도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