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오비비 헌책달력, 북마크, 문진 제품

Old but Better, Studio obb
좋아하는 걸 계속 만들다 보니, 스튜디오 오비비

헌책을 뜯어 빛바랜 종이에 달력을 인쇄하고, 종이상자로 헤어핀 모양의 북마크를 만드는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스튜디오 오비비(Studio obb)는 버려지는 것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한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친환경 콘셉트를 멋진 디자인에 녹여 내는 스튜디오 오비비 작업실에서 손효숙 대표를 만났다.

업사이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주로 가구를 디자인했어요. 연구실에서 분기별로 대청소를 했는데, 할 때마다 원단 샘플부터 부피가 큰 시제품, 스케치 등등 온갖 쓰레기가 건물 2층 높이만큼 쌓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거예요. 처리하는 데만 3톤 트럭 두 대로 며칠씩 걸리는 걸 보면서 회의감이 확 들었어요. ‘난 뭐 하는 사람이지? 예쁜 쓰레기 만드는 사람 같다.’ 그래도 디자인은 너무 좋아서 계속하고 싶었고요. 그러던 중 달력을 만들 시기가 됐어요.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사근사근하게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1년에 한 번이라도 ‘내가 너를 참 이렇게 좋아해’ ‘늘 생각하고 있어’ 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매년 달력을 만들거든요. 달력에 이런 고민을 녹여볼까 싶어서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다가 헌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책 내지에 오버 프린트를 해서 달력을 만들어보자 했죠.

그렇게 만든 헌책 달력이 브랜드로 이어진 건가요?
맞아요. 친구들에게 나눠줬더니 너무 괜찮다면서 한번 팔아보라는 거예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이후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고, 알맹상점에도 입점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많이 팔렸어요. 회사에 다니고 있던 때라 점심 시간에 택배 부치러 다니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밤새도록 도장 찍고 그랬죠. 힘들긴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정말 사는구나, 생각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구나 했죠.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려다 보면 현실적 제약도 마주하게 될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택배 포장에 비닐을 쓰고 싶지 않아서 잡지로 봉투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택배 접수가 안 되는 거예요. 파손이나 보상 문제로 박스 포장이 아니면 안 받아주더라고요. 지금까진 문제가 생기면 제가 부담하기로 하고 보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쓰레기를 줄이려고 비닐 사용을 안 하고 있지만 만약에 포장이 부실해서 제품이 파손되면 결국 쓰레기가 되니까요. 그런 이유로 상품을 재발송하게 되면 과연 친환경적인 걸까 하는 고민도 들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처음 가졌던 생각에도 변화를 불러왔을 것 같아요.
오비비를 시작할 때는 약간 회까닥했던 것 같아요. (웃음) 솔직히 말하면, 환경 문제에 너무 심취해 있을 때라 ‘리사이클링’ 제품도 그린워싱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무조건 업사이클로 할 거야!’라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저 역시도 자꾸 한계에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사용성을 위해서라도 어떤 부분은 타협이 필요할 것 같고, 리사이클 소재를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어요. 불가피하게 환경에 좋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대부분의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데 구조적 한계는 없는지 궁금해요.
업사이클 제품은 기계 공정이 어렵다 보니 수공업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니까 브랜드를 키울 수가 없죠. 사실 그런 측면에서 답답함을 좀 느끼고 있어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 많아서 잘 팔리면 기쁜데 슬픈 거죠. 기쁘지만 슬프다. (웃음) 다 손으로 해야 되니까 잠도 못 자고 쉴 새 없이 도장 찍고 만들고 해야 되거든요. 결국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제 몸도 상하지 않아야 되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신제품을 고민하다가도 자꾸 브레이크가 걸려요. 

그럼에도 이 일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다들 그걸 물어봐요. 친구들도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게 대단하다!”고 하고요. 사실 저는 별생각 없거든요. 그냥 그만두는 걸 잘 못해요. 관성처럼 계속하는 거예요. 너무 싫어서 더는 못 견디겠다 싶지만 않으면 계속하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 어려움이 있어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뭐’하고 넘어가고요. 엄청나게 대단한 포부나 목표가 있어서 해온 것 같지는 않아요. 그냥 재미있고, 하다 보니 일상이 된 것 같아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하고 기존의 업사이클 제품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일부만 남겨두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자칫 잘못하면 그린워싱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요. 골 트래커라고 스티커로 일상을 기록하는 제품이 있어요. 사실 스티커도 접착면이 다 플라스틱 필름이라, 전분 접착 스티커를 만들었죠. 그러고 나니 일반 스티커를 사용하는 일이 생기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지는 거예요. 플라스틱 필름이 싫어서 전분 접착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제품을 포장할 때 일반 스티커를 쓰면 모순이니까요. 시작할 땐 나름의 포부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제작 공정, 제품 사용성, 안정성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거죠. 

모든 걸 다 충족시키는 일이 꽤 어렵겠어요.
그럼요. 그전에는 환경적 측면 때문에 디자인도 타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친환경적 실천이 지속되려면 세상과 동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공감하고 갖고 싶고 쓰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되, 그 안에 친환경적 요소가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더라고요. 환경에 좋지 않다고 무조건 거부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지 묻는다면 저는 아닌 것 같아요.
흔히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환경 분야에서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람이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한다고 해서 그럴거면 안 하는 게 낫다, 어디 가서 운동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진 않잖아요. 친환경 활동에 있어서는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완벽함의 잣대를 적용하곤 해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적정 범위를 찾는 게 어려워요.
 
작업실에 놓인 물건들을 보니 평소에도 문구류나 종이를 대하는 시선이 남다른 것 같아요. 여행할 때도 문구류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요? 
구경하는 거 좋아하고, 솔직히 사는 것도 조금 좋아해요. (웃음) 저는 해외에 나가면 종이를 그렇게 많이 사요. 엽서라든지 메모지라든지.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레퍼런스용으로 많이 사오거든요. 먹는 건 그냥 그 지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음식을 한 번 맛보고 나면 나머지는 뭘 먹어도 상관없어요. 대신 조그마한 가게나 귀여운 상점에 들어가 보는 걸 좋아해요. 아, 마트 구경도 진짜 좋아해요. 저는 마트가 문화의 집결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나라 사람들은 뭐 해 먹고 사나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 비누나 치약 같은 것도 여행지에서 사서 써보고요. 요즘에는 세상이 너무 가깝게 연결돼 있잖아요. 되게 팬시하고 예쁜 편집숍에 가봐도 사실 다 본 거예요. 오히려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 같은 데가 더 재밌더라고요. 여행에서 사온 물건들 좀 보여드릴까요? (웃음) 

홈페이지에서 여행지에서 사 온 문구류를 판매하는 ‘세계 문방구’ 카테고리도 봤어요.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년에 타이페이 아트 북페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트 북페어에 참가하는 김에 가서 사 온 것들이에요. 혹시 대만의 제사 문화에 대해 아세요? 제사 지낼 때 돈이랑 금괴, 명품 시계 같은 것을 함께 태운대요. 하늘에 계신 조상이나 모시는 신이 그걸 받으면 좋아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종이로 만든 금괴, 아이폰, 명품 지갑, 시계 같은 걸 팔아요. 너무 귀엽지 않아요? 대만 사람들은 경품뽑기도 많이 한대요. 아무리 행사 규모가 작아도 경품뽑기는 빠지지 않기 때문에 문방구에서 경품뽑기용 용지를 팔 정도예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정말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더라고요. 화교 인구가 많아서 일력에도 영어랑 말레이시아어, 중국어가 다 적혀 있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나요?
독일을 정말 좋아해요. 대학생 때 자매결연 학교 프로그램으로 아헨 공대 친구들과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처음 가게 됐죠. 그냥 여행이 아니라,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도 같이 다니면서, 잠깐이지만 현지에 사는 사람처럼 생활을 해봤어요.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독일이 처음이었어요. 나중에 남편이랑 다시 독일에 갔을 때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가봤어요. 친환경 도시라고 해서 궁금했거든요. 보봉(Vauban)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자체 에너지로 생활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 전지판이 달려 있고, 남는 에너지는 주변 마을에 판매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공동 주택 앞에는 작은 텃밭이랑 컴포스트 공간이 있어서 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로 쓰고 있었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치앙마이에 가보고 싶어요. 태국 같은 경우는 이상 기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보니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마트에서도 플라스틱 대신 바나나 잎을 포장재로 사용한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 실제로 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울창한 자연도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오비비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저는 오비비가 한 사람에게 혹은 한 영역에서만 100점을 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다수에게 그리고 다방면에서 70~80점을 받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좋은 뜻이 담겼다고 해도 안 예쁘면 안 사고 싶잖아요. 저 역시도 제로웨이스트 숍에 가면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제품은 많이 못 만나거든요. 친환경적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디자인이나 사용성을 따졌을 때 총점은 낮은 거죠. 결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야지 유효한 제품이 아닐까요. 소수만 향유하는 건 오비비가 가고 싶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환경 영역에서 100점은 아닐지라도, 총점은 한 70~80점 정도 되는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 그게 어찌 보면 더 현실적이고 더 지속 가능한 친환경이 아닐까요. 
 
스튜디오 오비비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 

- 망원동 떠블유떠블유
주소 :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5길 15 2층
인스타그램 : ww.store.__

- 서촌 보안책방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2층
인스타그램 : boanbooks

- 제주 책방 마고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화10길 13
인스타그램 : margo.bookshop

- 서귀포 취향의섬 북앤띵즈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속골로 66-7 2층 취향의섬 북앤띵즈
인스타그램 : chwihyang.books
 
  • 매거진
  • 트래블
  • 생태 여행지
  • 충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