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게 아동의 노동 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거네요.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퍼센트가 콜웨지에서 생산된다고 해요. 미국에서도 코발트를 채굴할 수 있는데, 그동안 광산 허가가 안 났거든요. 왜냐하면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 너무 심하니까. 그런데 세상에 아파도 되는 사람이나 초록초록한 풍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콜웨지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지구에 공장이나 화장실 역할을 하는 곳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하루종일 캔 코발트 덕에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저 아이들이 아이폰을 사용하진 않죠. 그럼 아이폰 유저가 과연 저들에게 고마움을 느낄까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런 일이라도 해야 먹고 살지’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ESG 경영이나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워 칭찬받는 사람들은 따로 있죠. 어쩌면 우리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의 절박한 삶을 즐겁게 이용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 가능성과 재활용, 그린 뉴딜 등의 어렵고 피상적 단어를 외칠 게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해요. 그게 없으면, 다 헛것이라 생각해요.
진실을 알고 나면 불편해지니까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직접 봐야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아무리 환경에 관심이 있고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한다고 해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할 수 있으니까요.
〈환경스페셜〉을 제작하면서 무력감에 사로잡힐 땐 없었나요?
‘나 하나 노력한다고 뭐가 바뀔까’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다 쓸모가 없어져요. 주제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오히려 치유받고 있어요.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인종적 불의나 동물 보호 등의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지구에서 생기는 즐거운 일을 보여줬다면, 〈환경스페셜〉에서는 여행을 하며 찝찝했던 부분을 짚어낼 수 있어 보람을 느끼거든요. 사실 미디어 종사자가 하는 일은 어떤 삶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쿨’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5년 전만해도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게 힙하지 않고 구린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런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미디어의 역할인 것 같아요.
〈환경스페셜〉을 보고 느낀 점을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요?
몇몇 환경운동가는 시청자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해요. 각자 좋아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에 메일을 보내라고.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최대 이윤과 경제 활성화이니까 코발트를 최저가로 사기 위해 아동 노동 착취를 방조하는 건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쳐요. 그럴 거면 적어도 친환경과 윤리, 도덕을 논하지는 말아야죠. 저희 프로그램도 그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 문의 메일이 1통일 땐 힘이 없지만, 1,000통, 100만 통이 모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기업도 비윤리적 문제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되겠죠. 꼭 행동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방송을 보고 난 뒤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친환경적 이미지를 가진 기업을 보고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으로 패션 하울 영상을 수시로 찍는 유튜버를 보고 불쾌하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친환경 여행’을 모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책에서 봤는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비유하더라고요(웃음). 사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사는 것 자체가 환경 오염이에요. 탄소배출량을 줄이려고 사람다운 활동을 못하게 할 거면 우리가 뭣하러 지구를 지키냐고요. 사람답게, 즐겁게 살기 위해 기후 위기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