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에게 크메르 제국은 어떤 의미일까? 한때 동남아시아 전체를 아우른 영광의 과거, 건축 양식, 정체성, 긍지의 근원. 캄보디아가 근대기 독립 국가로서 정체성을 새로 마련해야 했을 때, 그들은 크메르로 눈을 돌렸다. 독립 후, 막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온 젊은 건축가 완 몰리완(Vann Molyvann)에게 시하누크 국왕(King Sihanouk)은 캄보디아의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임무를 맡겼다. 15년 동안, 몰리완의 주도로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곳곳에 새로운 캄보디아를 대변하는 건축물이 들어섰다. 당시 유럽에 유행하던 모더니즘과 크메르 양식을 결합한 건축물에선 과감한 선만큼 자신감이 엿보인다. 프놈펜 도심, 짝또목 극장(Chaktomuk Conference Hall)에는 크메르 사원 지붕을 재해석한 지그재그 패턴을 적용했고, 부채 모양 지붕에는 크메르 양식 첨탑을 접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