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크인의 내부 전경

 

ⓒ 피치바이피치

Check in at Your Dream Destination
꿈꾸는 여행지로의 체크인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 것이 아닐까. 여행 서적과 와인으로 가득 찬 공간 ‘책크인’에서는 다른 세계로의 체크인이 한결 빠르고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고윤경(책크인 대표)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딩 패스, 기내식, 체크인, 룸서비스 등 여행과 관련된 용어가 그렇다. 서울 연남동에 자리한 여행 책방 ‘책크인’도 이 지점을 노렸으리라. 책크인에는 여행 서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 속의 여행지로 빠르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스낵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때론 친구처럼, 때론 언니나 누나처럼 여행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책방지기 고윤경 대표다. 앞으로 떠날 여행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조언을 듣고 싶을 때 혹은 길을 나설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책크인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과 격려,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책크인은 어떤 공간인가요?
여행 서적을 주로 다루는 책방인데요.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 간단한 스낵도 판매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됐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여행사였어요. 처음 입사한 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여행사였는데, 패키지를 공장처럼 찍어내기 바쁘더라고요. 겨울철 비수기에도 로키 산맥 여행 상품을 팔아야 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 회의감을 느껴 퇴사했죠. 두 번째 들어간 곳은 이전 회사와 대척점에 있는 여행사였어요. 남∙북극 같은 오지 여행 전문으로, 현지 업체와 직거래하며 대부분의 수익이 현지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었죠. 당시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오지에서 차량부터 가이드, 호텔, 여행사까지 모두 개별적으로 찾아야 하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이후 또 다른 여행사로 이직했는데, 아무래도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래서 10여 년 동안 여행 업계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6년, 제 여행사를 차리게 됐죠.

여행사 이름도 역시 책크인인가요?
원래는 ‘고앤두트래블(Go&Do Travel)’이었는데 지금은 책방과 통합해 ‘책크인 위드 고앤두(Check in with Go&DO)’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요. 2019년 여행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손님과 상담할 곳이 필요해 책크인을 만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 서적으로 많은 사람이 각자의 여행 취향을 찾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죠. 그렇게 5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여행사 상담하러 온 손님이 책방 단골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책크인 위드 고앤두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여행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려운 한국 사회 특성상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여행 계획이 필요하죠. 책크인 위드 고앤두에선 고객의 성향과 취향을 파악한 후 호텔부터 음식점, 액티비티까지 업체 리스트를 선별해 제안해요. 시간을 들여 찾아야 하는 정보를 니즈에 맞게 족집게처럼 알려주는 것, 그게 저희가 하는 일이에요.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여행 상품도 있다고요.
서울 연희동에서 요리 교실을 운영하는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와 함께 일본 가나자와(金沢市)를 여행하는 상품인데요. 히데코 선생의 고향인 가나자와는 전쟁은 물론 자연재해도 비켜간 도시로 유명해요. 덕분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풍부한 지역 식자재를 활용한 전통 요리법도 잘 보존돼 있죠. 히데코 선생과 함께 료칸에 머물고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가나자와 미식 투어’를 매년 운영하고 있어요.

여행사와 책방,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난 10월까지는 한 달을 기준으로, 3주는 책방을 열었어요. 중간에 여행사 관련 출장이 있으면 다녀오기도 했고요. 나머지 한 주는 무조건 개인적인 여행을 떠났어요. 올해부터 시작한 ‘룸서비스’라는 상품 때문인데요. 한 달에 한 번 제가 여행하면서 구매한 기념품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엽서와 함께 보내주는 서비스예요.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보내준 선물처럼 말이죠. 지난 달 이탈리아 시칠리아편은 사전 예약에 60명이나 신청했어요. 역사적인 기록이었죠. 특산품, 문구류, 현지 작가가 만든 공예품 등을 현지에서 구매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데, 그마저도 제겐 여행이고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이번 달은 동유럽의 세 도시, 체코의 프라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그리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룸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책은 어떻게 선별하나요?
여행 에세이나 시대를 막론한 여행기를 주로 취급하고 특정 도시를 다룬 서적도 소개하고 있어요.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예술, 음식, 음악, 미술 관련 서적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페이퍼백 형태의 책을 좋아해서 배낭 옆 주머니에 구겨 넣어도 되는 작은 판형의 도서를 ‘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이름으로 큐레이팅했어요. 혼자서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그때 위로가 될 만한 책들이죠.

와인은 어떤 기준으로 들이나요?  
계절에 맞게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와인 위주로 선별해요. 단골 손님 대부분이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호하더라고요. 값비싼 와인보다는 친구네 집에 놀러갈 때 한 병씩 들고 갈 만한 부담 없는 와인을 선택하고 있어요.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월세를 제때 낼 수 있을 때?(웃음) 농담이고요. 책방에 온 손님이 어디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지 한눈에 딱 보일 때가 많아요. “어디 가시나봐요. 정말 좋겠다.”하며 말을 걸곤 하죠. 그 지역은 어떻게 여행하면 좋은지 팁을 주기도 하고요. 가끔 제 조언을 듣고 만족한 손님이 여행지에서 엽서를 써서 보내주기도 해요. 여행 중에 저를 떠올려준 그 마음이 정말 고맙죠. 반대로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손님도 종종 있거든요. 이 공간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혼자 떠날 결심을 하는데, 그때가 제일 좋아요.

지난 11월 1일, 책방에서 ‘지속 가능한 여행’을 주제로 한 토크를 진행했죠.
최근 연남동, 연희동, DDP 등에서 열린 ‘그린칩스 페스티벌 2023’에 참여하며 기획하게 된 행사인데요. 단순히 물건만 팔기보다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언급하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요(웃음). 매달 여행하며 미친듯이 탄소발자국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거창하지 않아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만든 비건 요리를 먹고 내추럴 와인을 마시며 지속 가능한 호텔 찾는 방법부터 현지에 이익이 돌아가는 투어 업체까지 공유하는 자리였어요.

다년간의 여행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도 많을 것 같은데.
데이터 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진을 많이 보관하지 않는 것, 호텔 어메니티 대신 개인용품을 사용하는 것 등등 정말 사소한 거예요. 그날 행사에 8명이 참여했는데, 의외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요즘 유럽 내 화두는 ‘저탄소’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 독일 49유로 티켓도 소개했어요. 안 그래도 제가 내년에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라 ** 프랑스 49유로 패스를 직접 경험해볼 생각이거든요. 제 급한 성미에 TGV를 타지 않고 여행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이지만(웃음). 느리게 여행할 때만 볼 수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 지난 5월 독일 전역에서 매달 49유로(약 7만 원)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티켓이 출시됐다.

** 내년 여름 출시 예정인 교통패스. 현재 TGV를 제외하고 무제한으로 지하철과 버스, 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국내에선 장기 여행을 떠나는 게 쉽지 않은데, 느린 여행의 매력을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불성설이긴 해요. 요즘 유럽 내 단거리 비행이 제한되면서 일정을 짜는 데 제약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종종 불가능한 여행 일정을 들고 오는 분이 있어요. 그럴 땐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도시 대신 근처 작은 마을을 알려주거나 다른 즐길 거리를 찾아주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죠. 여행의 지속 가능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요?
11월부터 운영 주기를 바꿨어요. 열흘을 주기로 책방 문을 열고, 여행을 떠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계획이에요. 12개국, 12번의 룸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 그렇게 남은 한해를 보낼 예정이죠.

책크인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월세를 제때 맞춰 내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웃음). 이 공간이 지속 가능하도록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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