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 자리한 포시즌스 리조트 란다기라바루

 

ⓒ Four seasons hotel & resort

The Most Natural Moments in Four Seasons
자연스러움의 결정체, 포시즌스 몰디브 & 포시즌스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거쳐 몰디브에 머물며 * 세 곳의 포시즌스를 경험했다. 예상치 못한 풍경과 따뜻한 환대 속에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포시즌스에서의 시간. 

박진명
사진 제공 ∙ 취재 협조 포시즌스 호텔 & 리조트(Four Seasons Hotel & Resort)
* 현재 국내에서 몰디브까지 직항편이 없다. 이번 여정에서는 싱가포르를 경유했다.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몰디브 말레로 입국해 포시즌스 리조트가 있는 2개의 섬, 쿠다 후라(Kuda Huraa)와 란다 기라바루(Landaa Giraavaru)를 차례로 여행했다.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의 조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Four Seasons Hotel Sigapore)로 향하는 길, 널찍한 도로 양옆에는 싱그러운 초목이 가득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라답다. 싱가포르 쇼핑의 중심지 오차드 로드(Ochard Road)로 진입하니 아이온 오차드, 파라곤 쇼핑 센터 등 트렌디하고 화려한 대형 쇼핑몰이 결집해 있다. 럭셔리 호텔도 여럿 자리하는데,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도 그중 하나다.
로비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가구와 전통 소품, 아트 피스가 차례로 눈에 담긴다. 올해로 설립한 지 29년 된 이 호텔에는 전통과 현대가 동시에 공존한다. 2019년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되 오랜 역사를 지닌 호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를테면 낡고 헤진 가구와 벽지는 새것으로 교체했지만, 쓸만한 바닥 타일은 그대로 사용하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오너의 개인 수집품을 기존과 다르게 배치해 고전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포시즌스 싱가포르 호텔은 이처럼 고유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지만, 친환경이 여행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면서 분명 변화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친환경이나 지속 가능성을 염두하고 설계된 호텔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환경에 기여할 수 있을까. 자동 개폐형 커튼과 LED 조명을 설치하고 별도로 요청하지 않는 한 침대 시트와 수건을 3일마다 교체하며 에너지 절감하는 것은 쉬운 편에 속한다. 객실 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없애고 쓰레기통을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로 나눠 자연스레 분리 배출을 유도하는 등의 디테일한 친환경 정책은 작은 것에서 출발해 수 년에 걸쳐 완성됐다.
자연과 문명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유기성 폐기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음식물 쓰레기를 추적하는 루미틱스(Lumitics)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조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자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원나인티(One-Ninety)는 현지에서 공급한 제철 식자재를 최대 80퍼센트까지 사용하고 나란히 자리한 원나인티 바는 식물성, 글루텐 프리를 기반으로 한 요리와 칵테일 음료 등 웰니스 중심의 메뉴를 선보인다.

 

몰디브 고유의 매력을 간직하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면 4시간 50분만에 몰디브 말레 공항에 닿는다. 늦은 밤, 비릿한 바닷냄새가 코를 찌르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살결을 스치자 몰디브에 도착한 것이 실감난다. 인도양 중심부에 자리한 몰디브는 26개의 환초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에 크고 작은 1,192개의 산호섬이 존재한다. 그중 160여 개의 섬에 각각 하나의 리조트가 자리하는데, 포시즌스 리조트는 쿠다 후라(Kuda Huraa)와 란다 기라바루(Landaa Giraavaru) 그리고 프라이빗 섬인 보아바(Voavah), 총 3개의 섬에 자리 잡았다. 말레에서 스피드 보트로 약 25분이면 닿는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Four Seasons Resort Maldives at Kuda Huraa)가 몰디브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 소금기 어린 바닷바람에 닿은 머리카락이 빳빳해질 때쯤 보트의 소음이 사라진다. 작은 배에서 내려 선착장 나무 덱에 길게 이어진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어슴푸레한 불빛에도 선연하게 옥색 빛을 띄는 바다를 보니 기분 좋은 긴장감이 온몸에 감돈다.
잘게 부서진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침대에서 눈을 뜨니 바다가 바로 앞에 다가와 있다. 날이 밝자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의 진가가 드러난다. 개별 방갈로로 이루어진 총 96개의 객실은 야자나무로 지붕을 만들고 산호 벽돌을 쌓아 벽을 세우는 몰디비안(Maldivian) 스타일의 초가집으로 지었다. 객실 내부 역시 몰디브 전통 방식으로 꾸몄는데, 열대꽃, 조개, 산호, 풍부한 녹지 등 이곳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벽지나 패브릭으로 포인트를 주고 대나무로 짠 가구를 배치해 고유한 매력과 가치를 담았다. “지난해부터 리조트 전체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어요. 경쾌하고 편안한 몰디브만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홍보 담당자 샤이마(Shaima)가 말한다. 객실은 일출 뷰와 일몰 뷰로 나뉘고 프라이빗 야외 풀과 해먹, 선베드 등을 갖춘 테라스는 바다와 연결된다. 일출을 볼 수 있는 방갈로는 산호 해변으로 이어지고 일몰 뷰의 방갈로에서는 물고기와 산호가 서식하는 라군으로 곧장 뛰어들 수 있다.
어느 구역에 발을 딛든 산호 천지인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쿠다 후라는 당연히 산호초 보호에 심혈을 기울인다. 산호초는 전 세계 해양 생물의 25퍼센트가 살고 있는 서식처인데, 포시즌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된 산호초의 3분의 2가 파괴됐다. 포시즌스 앳 쿠다 후라의 산호초 보호 프로그램은 주변 해역에 약 3,500개의 산호 프레임을 배치해 기존의 산호초를 보호하고 새로운 산호초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7년 동안 산호초 프레임 2,000여 개를 만들었다. 여행자는 기부를 통해 산호초 보호 프로그램에 동참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가이드 스노클링에 참여해 산호 종묘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다. 최소 10회의 다이빙 경험이 있는 다이버라면 산호 정원 가꾸기 체험에 도전해도 좋고 산호 조각을 직접 심어 자신의 이름표도 부착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산호초에 안전한 리프 세이프(Reef-Safe)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만 잊지 말자.
점심 식사 후 해변에서 서핑 체험을 하고 한껏 늘어진 늦은 오후. 근처 해역에 살고 있는 돌고래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승선 전 30분간 해양 생물학자 쇼나(Shona)의 브리핑이 이어진다. “우리는 오늘 수염고래, 이빨고래 등을 만날 거예요. 돌고래는 수다스러운 동물인데요. 딸깍 소리, 삐걱거리는 소리, 휘파람 소리 등 다양한 음향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합니다.” 10여 명의 돌고래 관찰자를 태운 크루즈는 철로를 따라가는 기차처럼 앞으로 계속해 나아간다. 파도의 넘실거림이 거세지자 감탄이 들리기 시작한다. “어? 저기 있다!” “우와, 여기를 보세요!” 많은 사람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가다 보니 돌고래가 눈에 들어온다. 크루즈를 에워싼 채 수면 위로 튀어오르고 서로 경주하듯 헤엄치는 돌고래의 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떠날 때가 돼서야 이곳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다니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든다.

 

현대적 우아함과 열대우림의 생동감이 어우러지다

돌고래와의 조우가 긴 여운으로 남은 이튿날 아침, 포시즌스가 있는 또 다른 섬 란다 기라바루로 향하기 위해 경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몰디브가 산스크리트어로 ‘화관’이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여서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산호섬들이 바다에 핀 꽃 같다. 터키블루와 사파이어 빛을 내는 바다색에 넋을 놓고 감탄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몰디브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본떠 디자인한 경비행기는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에 착륙한다.
란다 기라바루에 도착하자마자 머리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과일박쥐와 한시도 쉬지 않고 지저귀는 형형색색의 열대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리조트를 짓기 전, 이 섬은 야자수 농장이었어요.” 섬 유일의 한국인 직원 조(Joe)는 한때 농장이자 새들의 놀이터였던 섬을 있는 그대로 가꾸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Four Seasons Maldives at Landaa Giraavaru)는 쿠다 후라보다 4배 정도 큰 규모로, 103개의 객실을 갖췄다. 객실은 빌라와 방갈로, 두 종류이고, 객실에 딸린 정원은 울타리 대신 열대 나무로 구획이 나뉜다. 쿠다 후라와 마찬가지로 몰디비안 전통 방식으로 건축한 객실은 얼마 전 리모델링해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객실 내 장식품 중 몰디브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색감의 도예 작품이 인상적인데, 현지 장인이 상주하며 이곳에서 직접 제작한다는 게 조의 설명이다. 열대우림에 있는 듯한 정원에는 5미터 길이의 수영장과 선덱 전망대가 딸려 있다. 풀숲을 지나면 바로 파도가 찰박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해안가다.
풀숲이 무성하게 우거진 길을 따라 걷다 향긋한 허브 향에 걸음을 멈춘다. 약 2헥타르 규모의 란다 기라바루 난초 정원(Landaa Giraavaru Orchid Garden) 앞에 도착한 것. 이곳에서는 일곱 종류의 난초 8,000여 개와 20여 종의 허브가 자란다. 바질, 민트, 레몬그라스, 나비콩 꽃 등의 허브는 리조트 내 바와 레스토랑에서 두루 활용된다.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허브는 물론 채소, 달걀 등을 직접 재배해 요리에 활용하고 생선과 해산물 등 식자재의 90퍼센트를 현지에서 조달한다. 리조트 내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정원 뒷편에서 3개월간 자연 발효시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정원에서 재배한 피마자 식물, 노니, 어목, 드럼 스틱 등은 스파 관리에 활용된다.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에서 운영하는 스파 브랜드 아유르마(AyurMa)는 리조트의 웰니스 철학을 관통한다. 고대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Ayureda), 요가 테라피, 웰니스, 지구적 복지의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인의 몸과 마음은 물론 자연과 지구와의 조화까지 생각하는 것이 핵심(이를 위해 아유르베다 의사와 요가 테라피스트, 자연요법 치료사 등의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아유르베다를 바탕으로 개인의 체질을 분석한 뒤 스파 테라피, 자연요법, 침술, 요가, 명상 등의 맞춤형 웰빙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이는 리조트 내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판에도 적용돼 체질에 맞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몰디브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은 스노클링에 도전하기로 한다.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인 바 아톨(Baa Atoll)의 일부이자 쥐가오리의 서식지로 유명한 섬에서 바다 탐험을 놓칠 수 없다. 한적한 인도양 한가운데에 몸을 던져 열대어 무리와 함께 유영하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해도 지나며 시간을 보낸다.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는 쥐가오리를 만나기 좋은 시즌이다. 포시즌스 리조트 몰디브 앳 란다 기라바루에는 근처 해역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마린 디스커버리 센터가 자리한다. 센터에서 발견한 쥐가오리는 모두 7,000여 종에 이른다고. “사람에게 지문이 있다면 쥐가오리에겐 배에 새겨진 무늬가 있죠.” 부매니저 아크바르(Akbar)가 말한다. 센터에서 발견한 모든 쥐가오리의 사진과 10 이름이 건물의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쥐가오리의 신비로운 자태를 보고 있으니 여행자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궁금해진다. 아크바르는 기부를 하거나 만타 온 콜(Manta On Call,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노키아 폰을 소지하고 있으면 센터 내 연구원팀이 쥐가오리를 목격한 즉시 연락을 해준다)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쥐가오리와 함께 수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질테니까요.” 센터에서는 다친 거북을 치료해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는 거북 재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10년 동안 300여 마리의 거북을 구조해 상당수를 본래 터전으로 돌려 보냈다.
몰디브에서 지내는 동안 성가신 알람 소리 대신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이 깼다. 걷는 자리마다 핀 열대꽃과 초목의 이름을 유추하고 돌고래, 거북이, 쥐가오리 등 야생동물과 만나며 도시에 사느라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 행성에는 인간 말고도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산다는 것을 말이다. 인도양의 거대한 바다 위, 포시즌스에서의 시간은 그 어느 곳보다 자연스럽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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