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원도심에 자리 잡은 펍이자 복합문화공간 신형당

 

ⓒ 피치 바이 매거진

The Base Camp for Traveling Mokpo
목포 원도심 여행의 출발점, 신형당

목포는 유달산을 중심으로 약 127년 전 형성된 근대 도시다. 원도심엔 과거를 기억하는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역사의 흔적 사이사이, 과거로 향하는 상상력에 마중물을 붓는 공간이 공존한다. 펍, 전시장, 공연장, 영화 상영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는 신형당 역시 그중 하나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신형배(신형당 대표)

신형당을 어떻게 오픈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어요. 서울에서 입시 미술을 가르치다 제주를 거쳐 목포에 자리 잡게 됐는데, 개인 미술관을 갖고 싶어 100년된 목조 주택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죠. 외국인을 대상으로 신안 퍼플섬을 다녀오는 투어 프로그램도 간간이 운영하고 있어요. 

목포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 나이가 올해로 만 57세인데요. 50년을 서울 강남에서 살았어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서울이란 도시에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꼈죠. 인본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에 잠식돼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전국 국토 종단을 하고 제주로 넘어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문득 이곳에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쉰의 나이에 모든 사업을 접고 제주로 이주했죠. 3년 정도 지났을 무렵 거대한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제주에서도 (부동산에 가치를 두는) 서울의 분위기가 연상되더라고요.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목포로 여행을 왔어요.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리는 그 묘한 느낌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적산 가옥을 빌려 한 달간 머물렀죠. 2018년, 신형당이 자리한 이 건물과 현재 제가 거주하는 집, 두 채를 매입해 제주도와 목포를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어요. 

100년된 적산 가옥을 리모델링하며 우여곡절도 많았을 텐데요. 
최대한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옛 가옥 느낌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옥에서 사용하지 않는 목재를 가져다가 마루를 보수하고 주춧돌도 다시 깔았어요.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1년 동안 납작 엎드리고 다녔어요(웃음). 아무래도 건물 주변이 시끄럽고 복잡해 인근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니까요.  
2층은 공연이나 영화 상영 공간으로 사용할 때도 있어요. 현재는 외국에서 온 친구가 적산 가옥에서 지내보고 싶다고 해서 온전히 내주고 잠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죠. 
목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목포는 말 그대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에요. 목포항은 대한제국의 자주적 개항(1897년)을 상징하는 장소인데, 얼마 안 가 일제 수탈의 창구가 되고 말았죠. 일본영사관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고 이를 중심으로 상가, 주택,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일본인 마을을 형성했어요. 당시 지은 적산 가옥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목포 원도심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마치 일본의 어느 소도시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죠. 그런 마을의 형태가 이색적이면서도 정감 있게 느껴져요. 

꿈꾸는바다꼴목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직도 역임했다고 들었어요. 
제주에 살 때부터 지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지역 특성이 두드러지는 건축물에 흥미를 느끼죠. 자연스레 현지의 삶을 한층 깊게 들여다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목포에 왔을 때 마침 목포시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생겼습니다. 정부 주도하에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이었거든요. 그곳에서 저처럼 아무 연고 없이 이 지역에 온 이들과 만나게 됐고 맥주 한 잔씩 기울이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어요. 그 모임이 꿈꾸는바다꼴목 협동조합으로 발전된 거예요. 전남 예비형 마을기업에 참가해 조직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듬해엔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좀 더 활성화되기 시작했죠. 
도시재생 프로젝트 이후 마을의 분위기는 어떻게 변화했나요? 
사실 관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이 희박해요. 정책 자체가 딱딱하고 제약이 많기 때문에 지역에서 창의적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겐 그다지 메리트가 없어요. 그래서 지역의 매력에 이끌려 이주한 사람 대부분이 한계를 느끼고 1~2년만에 떠나곤 하죠. 아무래도 자생력없이 지원 정책에 의존하는 마을 기업은 오래 유지되기 힘들어요.  
그런 행정 정책이 오히려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 정책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죠.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자면,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교토,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 각 지역의 도시가 비교적 고유의 특색을 잘 간직하고 있잖아요. 도시 간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요. 

여행지로서 목포 원도심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인 것 같아요. 역에서 원도심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더라고요. 
목포에서 창업을 하려 할 때 두 가지 이점이 있어요. 하나는 강릉, 전주, 안동에 이어 4대 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됐다는 것. 목포는 신안의 섬들뿐만 아니라 순천, 여수를 연결하는 관광 허브예요. 다른 하나는 2022년 법정문화도시(문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시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하는 발전 체제를 갖춘 법정 지정도시)에 지정됐다는 점. 둘다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사업이거든요. 그나마 다행이죠. 

지역에서 창업하려는 젊은 사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이야기할게요. 지원금만으론 안 돼요. 지역에서 사업적 성과를 이루려는 목표가 있다면 창업 자금의 반을 자산화해야 합니다. 목포 청년 협동조합 괜찮아마을의 모델을 참고해보세요. 이 친구들은 7년간 목포에서 활동하며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거든요. 아주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친구들이죠. 
목포 다음엔 어느 도시에 머물게 될까요? 
다른 도시로 옮기진 않을 것 같아요. 신형당 건물이 팔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웃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요즘 새롭게 시작한 드로잉∙인문학 강의를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돼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어제 드로잉 수업을 했는데, 수강생 대부분이 도화지에 처음 그림을 그려본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과 자연과 예술, 인문학을 공유하며 삶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게 지금까지 제가 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유일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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