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빈

Streets of New York
뉴욕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프레임에 담기를 반복하고 반복했다. 사진가 윤정빈이 뉴욕의 거리에서 마주친 그들의 몸짓과 표정은 도시의 음영 속에서 강렬하게 살아 숨쉰다. 

글・사진 윤정빈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어느 한 도시를 제대로 알기 위한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나는 한 도시를 알기 위해 상점에서, 역에서, 건널목에서, 공원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뉴욕의 거리를 촬영할 때도 순간 순간 스쳐가는,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모를 수많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여행의 방식은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나는 습관처럼 아침에 출발 장소를 정하고 거리 사진을 찍곤 했다.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일단 출발 장소를 정한 다음에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걸어 나갔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뉴욕의 차이나타운이 굉장히 넓고, 의외로 월스트리트와도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만 몇 번을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굳이 같은 장소를 다시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련해준 칠면조 고기에 맥주를 잔뜩 먹은 다음날에도 술이 덜 깬 새벽부터 일어나 그 전날 그랬던 것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을 타고 뉴욕의 어느 거리로 갔던 기억이 난다. 습관의 힘이 그만큼 무섭다.

거리에서 파는 피자나 샐러드 박스만 먹으며 온종일 돌아다녀서 그런지 뉴욕에 다녀온 뒤 체중을 재보니 수 킬로그램이나 살이 빠져 있었다. 뉴욕의 거리를 그렇게 누빈 덕에 사진을 촬영한 장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굳이 GPS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지도를 보면서 짚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2019년 11월 뉴욕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낮에는 셔츠 하나만으로 충분하지만 해가 떨어지거나 비바람이 불 땐 꽤나 추웠다. 게다가 뉴욕은 지하에 난방 시스템이 있어서인지 원인 모를 수증기가 찬 공기를 뚫고 여기 저기서 올라왔다. 하지만 영화나 사진에서 무수히 봐왔던 풍경을 직접 보며 걸어 다닌 것만으로 흥분이 되어 뉴욕을 떠날 때까지 그 설렘이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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