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어느 한 도시를 제대로 알기 위한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나는 한 도시를 알기 위해 상점에서, 역에서, 건널목에서, 공원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뉴욕의 거리를 촬영할 때도 순간 순간 스쳐가는,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모를 수많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여행의 방식은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나는 습관처럼 아침에 출발 장소를 정하고 거리 사진을 찍곤 했다.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일단 출발 장소를 정한 다음에 그저 마음 내키는대로 걸어 나갔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뉴욕의 차이나타운이 굉장히 넓고, 의외로 월스트리트와도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만 몇 번을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굳이 같은 장소를 다시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