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된 시레토코 반도 국립공원

 

ⓒ 박신우

Motorhome Trip in Hokkaido
홋카이도 캠핑카 여행

쇼산베쓰무라의 해변부터 비에이 청의 호수, 시레토코 반도 국립공원,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까지. 홋카이도 자연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캠핑카 여행. 

박성희
사진 박신우

일본 여행의 매력은 하루의 피로를 온천에서 풀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레킹과 온천 여행은 두 가지 테마를 모두 즐기는 여행자에게 일석이조의 만족을 주는데, 여기에 비탕 숙소(일본의 비탕(秘湯)은 ‘자연 속에 숨은 좋은 온천’을 뜻한다)까지 이용하게 되면 거의 최고 수준의 일본 여행이 완성된다. 한동안 온천과 트레킹 그리고 비탕 숙소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눈에 띈 곳이 온천 시설을 갖춘 오토 캠핑장이다. 그후 언젠가는 멋지게 캠핑카를 타 ‘온천이 있는 캠핑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자료를 찾고 준비를 했지만, 팬데믹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시기가 3년 이상 이어졌다. 새로운 테마의 여행을 기다리면서, 캠핑카 여행은 준비만으로도 꽤 설레었다.
드디어 홋카이도의 단풍이 절정에 달한 2023년 10월, 캠핑카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에서도 홋카이도는 캠핑의 성지로 손꼽힌다. 숲과 광활한 호수,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 와일드한 풍경 속에서 멋진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바다 옆에서 캠핑을 하며 야생의 동식물이 살아 있는 대자연을 즐길 수 있고, 길고 긴 해변도로를 따라 오렌지빛에서 짙은 보라빛 하늘로 변하는 홋카이도의 석양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홋카이도의 대자연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직 국내에는 정보가 많지 않아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 캠핑카 여행의 생생한 체험담과 최신 정보를 여기 소개한다.
홋카이도는 넓다, 생각보다 더
홋카이도의 전체 면적은 대한 민국의 80퍼센트 정도. 넓어도 너무 넓다. 더욱이 곳곳에 솟아 있는 크고 작은 산맥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간이 많아서 이동 시간은 예상치를 여지없이 웃돈다. 아까운 시간을 길에서 버리고 싶지 않다면 사전 스케줄을 잘 짜고, 이동 시간의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일주일 정도 계획한다면 홋카이도 중앙의 다이세츠산(大雪山, 해발 2,991m로,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을 기준으로 방향을 나눠서 여행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홋카이도 동부 루트라면 신치토세공항–오비 히로(帯広)–구시로(釧路)–시레토코(知床)–아바시리(網走)– 아사히카와(旭川)–신치토세공항. 홋카이도 중북부 루트라면 신치토세공항–비에이(美瑛)–아사히카와–시베츠(士別)– 왓카나이(稚内)–쇼산베츠(初山別村)–신치토세공항으로 계획하면 된다. 일정이 길지 않다면 신치토세공항–도야코 (洞爺湖)–하코다테(函館)–니세코(ニセコ町)–신치토세공항 으로 이어지는 홋카이도 남부 루트 일정도 가능하다.
 
캠핑카 100퍼센트 활용하기
캠핑카의 최대 장점은 사이트마다 텐트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캠핑카에 따라서는 화장실이나 샤워 설비까지 딸린 경우도 있지만, 몸집이 커질 수록 급수 등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아진다. 이번에 이용한 토요타 ‘로빈슨 771’의 경우, 롱 웨건 바디의 차량으로 일반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고 비교적 운행의 부담이 적었다. 길이 4.98미터, 폭 2.1미터로 캠핑카 치고 차체가 크지 않아 좁은 언덕길을 달릴 때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 대신 딱 취침용 사이즈다. 아이 포함 최대 7인까지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쾌적하게 이용하려면 4인 정도가 알맞다. 에어컨과 히터가 장착됐고 작은 싱크대와 냉장고, 휴대용 버너 등을 구비하고 있어서 물을 끓이는 정도의 간단한 조리는 가능하다.
미치노에키(道の駅, 일본 공공도로의 휴게소. 대부분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직매장을 갖추고 있어 여행자들이 식자재를 많이 구매한다)나 슈퍼에서 식자재를 구매해서 캠핑사이트의 시설을 이용하면 아웃도어 분위기도 맘껏 즐길 수 있다. 홋카이도의 캠핑장은 대체로 화장실이 깨끗하고 샤워장은 물론 온천을 갖춘 곳도 있으며, 코티지 같은 숙박동을 함께 운영하는 등 시설을 잘 갖춘 곳이 많은 덕분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큰 불편함은 없다.
 
쓰레기봉투부터 이용료까지, 캠핑장마다 다 다르다
홋카이도 에는 약 300개의 캠핑장이 있다. 각 캠핑장마다 운영 방식이나 시설 등 자잘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하나같이 달랐다. 예를 들어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쓰레기봉투만 해도 분리수거 방식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으리라는 것까지는 예상했는데, 아예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곳도 있다. 모닥불을 피워도 되는지, 받침대나 방화시트가 필요한지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수도와 전기 정도를 제공하는 간단한 오토 캠핑장이 있는가 하면, 방갈로나 코티지를 함께 운영하고 개별 화로대와 야외 조리대까지 갖춘 곳도 있다. 방갈로의 규모와 내부 시설 역시 천차만별. 캠핑용품을 대여해주고 컵라면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 딸린 캠핑장도 있지만, 관리 직원조차 없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캠핑카 여행의 장점이라면 일반적인 관광 루트를 벗어나 다양한 풍경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잘 관리 해온 캠핑장은 호텔과는 다른 매력을 뽐낸다. 캠핑카 여행을 즐기는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 캠핑카 여행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해도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테마 여행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미 알려진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광활하고 멋진 자연과 함께 모험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홋카이도 캠핑카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보자. 그만한 만족감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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