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제주맥주가 나오는 청보리밭

 

© 이상엽

Seasonal days
절기따라 떠나는 우리 땅 여행 - 입춘에서 대서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이 모은 우리나라 24절기의 풍경. 

글 ∙ 사진 * 이상엽
* <레닌이 있는 풍경> <파미르에서 원난까지> <변경지도> <은어는 안녕하신가?> 등의 책을 펴냈다.

입춘 立春 2월 4일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졸업식이 열리는 날은 꼭 춥다. 봄이 오는 것을 겨울이 시샘하듯 말이다. 막내 졸업식이 있던 날 참으로 푸짐하게 눈이 왔다. 입춘은 원래 2월 초순이지만 이제 1월 중하순이면 입춘 날씨다. 그런데 입춘이란 절기의 날씨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1월 내내 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잠깐 추울 수 있어도, 1월과 2월의 평균 온도는 영상을 기록한다.
입춘은 원래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드는 때이며, 양력으로 2월 3~4일에 들었다. 일 년 중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입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개 이때를 즈음해 설날이 온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 했다. 원래 입춘이라는 명칭은 중국의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시기 기상이 매년 불규칙해 이때를 전후한 시기가 일 년 중 가장 추운 해도 있다. 이런 날이 꼭 졸업식이더라.

 
우수 雨水 2월 19일 
충북 달래강 변에는 자작나무가 밀집해 자라고 있었다. 시베리아의 툰드라를 떠오르게 하는 이 나무는 흰 수피로 보기가 좋고 쓰임새도 많은 나무다. 하지만 이곳에서 조금 남쪽인 충남으로 내려가면 기후가 따뜻해 말라 죽는다. 충북이 수목생장 한계선인 셈이다. 
입춘 다음 절기인 우수는 눈과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절기이니 비로소 진짜 봄이다. 달력에 기록된 우수는 2월 20일 경이지만 기후변화로 절기도 변해 2월 초면 우수다. 태양이 황경 330도에 있을 때 우수가 된다. 우수가 되면 수달이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 바위에 늘어놓는다고 한다. 이것을 수달이 수신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해석해 ‘달제어’라고 불렀다. 이 시기에는 기러기도 북으로 날아가며, 초목에는 새싹이 핀다. 달래강은 실제로 수달을 볼 수 있는 생태 환경이 좋은 곳이다. 카메라 메고 걷기 좋은 강변이 이어진다.

 
경칩 驚蟄 3월 5일 
가뭄으로 말라붙은 경북 안동호의 모습이다. 겁 많은 고라니가 대낮에 나와 물을 찾고 있다. 흔치 않은 풍경인데, 그만큼 봄 가뭄으로 목이 탄다는 증거일 것이다. 경북에는 가뭄이 매년 찾아 든다. 저수지들의 저수량이 50퍼센트 미만으로 줄어 농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심할 때는 수몰리가 물 밖으로 드러나 초현실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집은 사라졌지만, 길이 선명하게 이어지고 가로수 밑동도 여전하다. 그래도 이맘때 경칩이란 절기는 익숙하기도 하고 정겹게도 느껴진다. “개구리가 깨어나는 절기!”. 놀랄 ‘경’에 벌레 ‘칩’을 사용하는 이 말은 천둥이 치고 땅에서 벌레가 놀라 깨어난다는 뜻이다. 비가 오고 대지가 생명으로 깨어난다는 것. 3월이지만 요즘 변화된 절기로 보면 대충 2월 말이 경칩이다. 옛사람들은 들에서 씀바귀를 캐고 저수지에서 개구리 알을 건져 국을 끓였다고 한다. 개구리알국이라? 이건 좀, 가난이 슬프다.

 
춘분 春分 3월 21일 
부산의 산허리를 깎아 낸 산복도로는 동네 곳곳을 연결하는 독특한 도로 시스템이다. 이 도로는 원래 일제강점기 때 부족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고, 경사가 있는 토지에 집과 건물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산을 깎기 시작했다. 당시야 고생스러운 삶의 상징이었겠지만 오늘날 산복도로는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춘분의 봄 날씨에 산복도로를 따라 걸으면 다양한 상점과 갤러리,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덤으로 주변의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은 경칩과 청명의 중간에 드는 절기로 양력 3월 21일이다.
춘분은 기후 절기와는 상관없이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즉 하루가 낮과 밤으로 정확히 나뉘는 천문현상이다. 낮과 밤처럼 음양의 반반씩 갈리는 때라 고려와 조선의 왕실은 춘분에 빙고에서 얼음을 꺼내며 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빙고의 얼음은 녹기 시작했을 것이다.

 
청명 淸明 4월 5일 
제주도의 황홀한 청보리밭 풍경이다. 4월 초 곡우가 오기 전까지 바람과 비가 제주를 자주 찾는다. 출렁이는 보리밭에 취한다. 제주도는 이 보리를 이용해 맥주 브랜드도 출시했다. 언젠가는 제주도가 맥주의 성지가 될지 모르겠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로 크게 달라진 절기는 청명이다. 원래는 4월 5일쯤인데, 20일쯤 당겨져 춘분과 비슷한 시기가 되어 버렸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식목을 하던 그 절기는 3월이 되었으니 식목일도 당겨야 할지 모르겠다. 실제 식목일이 청명인 까닭은 나무가 얼거나 메마르지 않는 적당한 절기로, 아이가 어른이 되면 농을 짜는데 쓸 목재를 얻기 위해서였다. 또  청명은 한식(寒食)과도 겹치는데, 춘추전국 시대 개자추의 이야기를 담은 한식은 기후 절기를 반영하는 날이 아니니 넘어가기로 하자. 다만, 이때는 제상에 술 대신 차를 올렸다고 한다. 요즘 제상에 차를 올리는 집은 드문 것 같다.

 
곡우 穀雨 4월 20일 
경북 김천 직지사의 비 풍경이다. 곡우의 비를 맞은 기와는 반짝이고 나무의 새잎들은 무성하다. 걷다 보니, 직지사 담벼락에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공양을 준비 중인지 굴뚝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4월에 든 절기는 4월 5일쯤의 청명과 4월 20일쯤의 곡우지만, 변화된 기후로 인해 곡우와 입하로 바뀌었다. 4월 초까지는 청명이 이어지다가 4월 중순인 14일쯤 곡우고, 27일쯤은 입하의 날씨다. 곡우는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로 말 그대로 봄비가 내려 백 가지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다.
24절기에 대한 책을 쓴 농부 안철환은 “곡우가 되면 농부들은 정신없이 바빠진다. 춘분 때까지만 해도 사실 농한기의 여운이 남아 농부의 입가에는 여전히 하품이 맴돈다. 청명이 되어 따듯한 햇살에 막걸리라도 한 대접 목을 축이며 점심을 먹은 뒤에는 졸음이 찾아온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청명이 지나면 정신이 없다. 강낭콩에 완두콩을 심고 얼갈이 아욱 시금치 홍당무 상추를 이어 심노라면 정신없이 내달린 기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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