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로 유명한 대청댐의 허수아비 사진.

 

© 이상엽

Seasonal days
절기따라 떠나는 우리 땅 여행 - 입춘에서 대서까지

입하 立夏 5월 5일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정해져 있다. 고양이과의 대형 포유류인 사자와 호랑이가 으뜸일 테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코끼리나 기린이 그 다음 될 듯하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동물을 가까이서 보면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참으로 이 땅의 기후와 어울리지 않는 동물이 있다. 북극곰이다. 저렇게 추운 곳에서 진화한 거대한 동물이 이렇게 더운 날 어찌 견딜까? 아니나 다를까, 북극곰은 완전히 늘어져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북극곰은 고향이 그리운 듯하다. 하지만 너무 더워 꼼짝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회색곰과 교잡이 계속 생기면 이 곰처럼 순혈의 북극곰은 동물원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입하는 여름의 시작이다. 5월 초면 여름이 시작된다니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이때쯤이면 제주도 청보리를 패기 시작해 입하를 맥추(麥秋)라고도 한다. 봄기운은 완전히 사라지고 산과 들은 초록 일색이다. 밤이면 집 밖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린다. 사람들은 활동하기 좋은 이때 나들이를 간다. 그래서 동물원은 이맘때 사람이 가장 많다.

 
소만 小滿 5월 21일 
무주 덕유산은 걸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나 보다. 겨울 스키장에서 사용하는 리프트는 산에 쉽게 오르려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나른다. 사실 나는 케이블카 반대론자다. 대부분의케이블카 건설론자는 장애인의 접근권이나 지역 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독점적 자본의 핑계에 불과하다.덕유산 케이블카는 1989년 국립공원 내 건설된 마지막 허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군데서 케이블카를 건설하려 한다.
그냥 걷자. 일교차가 큰 덕유산 정상은 안개로 가득하다. 등산복은 이슬로 흠뻑 젖는다. 묘한 산행이다. 태양은 황경 60도에 걸리고 풍부한 햇빛을 지상에 내린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장하는 시기다. 24절기로 볼 때 소만이다. 이 절기에는 붉은색 음식인 팥죽을 먹으며 질병에 걸리기 쉬운 여름을 대비한다. 산에서 내려가면 팥죽 짓는 집을 찾아볼 일이다.

 
망종 芒種 6월 6일 
서울 강동구 풍납토성 안쪽 마을이다. 이 마을은 사실 2,000년 역사를 깔고 앉아 있다. 이곳이 바로 한성백제의 수도였다는 것이 밝혀진 후부터 일체의 재건축이 불허되었다. 그리고 주민들은 언젠가 마을을 떠나야 한다. 그들의 집과 땅은 시가 사들여 한 50년 후에는 완전히 한성백제 유적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은 참으로 사람 살기 좋은 한적한 도심의 마을이다.
6월 절기는 망종이다. 황경이 75도로 중천에 가깝고, 이때 농부는 모를 심고 보리를 거둔다. 정말 발등에 오줌 눈다고 할 정도로 농부들이 바쁜 절기다. 오래전 보릿고개라는 얘기처럼 봄철 배고픔은 이 절기를 고비로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들에는 매실처럼 나무에 달린 과일들이 부쩍부쩍 자란다. 도시 사람들이야 농민의 수고를 모르니, 미안하게도 그저 나들이하기 좋은 초여름일 뿐이다.

 
하지 夏至 6월 21일
홍도 해송이 절경이다. 절벽에서 수백년 동안 10미터 가까이 자란 해송은 짙은 녹색을 띤다. 사실 쌀 한 톨 나지 않는 섬이 홍도다. 섬 자체가 산봉우리 형태라 지형이 가파르고 땅은 암석이다. 모든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고 그저 부업으로 밭에 밀이나 보리를 심는다.
6월의 첫 번째 절기는 하지다. 하지는 낮이 가장 긴 절기이니, 이는 기후 절기가 아니다. 매년 6월 21일경이 하지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요즘 기후로 보면 하지는 이제 6월 초순이다. 이는 장마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홍도는 여러모로 이 나라에서 특별한 섬이다.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됐고, 그 후에는 국내 최초로 쾌속선이 취항해 편도 8시간 걸리던 바다길을 2시간으로 줄였다. 덕분에 1980년대까지 홍도는 관광객으로 넘쳤다. 물론 갈 곳 많은 지금은 찾는 이가 줄었다.

 
소서 小暑 7월 7일 
대청댐 아래 한 농촌 마을에는 따가운 햇살 아래 벼가 무럭무럭 자란다. 아직은 낱알이 익지도 않았으니 허수아비는 할 일이 없다. 사실 요즘 허수아비는 말 그대로 허수아비다. 참새가 영악한 시절이다. 멀리 대청댐도 보인다. 1975년에 공사를 시작해 1980년에 완공된 대청댐 때문에 거대한 호수 속에 4,000여 세대의 집과 농토가 잠겼다. 댐이 가둔 물로는 이제 송어를 양식한다. 대청댐 아래 찬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여름 송어회는 참으로 시원하고 달다.
7월 초의 절기는 소서다.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하지와 대서 사이에 든다. 양력으로는 7월 7일 무렵이지만 기후의 변화로 6월 27일경을 새로운 소서로 본다. 태양이 황경 10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며, ‘작은 더위’라 불린다.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대서 大暑 7월 22일 
새벽 강원도 장호항 어시장에 나온 대왕문어다. 문어 숙회는 한여름 별미인데 가격이 정말 만만치가 않다. 특히 제상에 문어를 올리는 풍습이 있는 경북 사람들은 강원도 문어를 공수해 사용했으니 그 비용이 만만찮았을 것이다.
7월 말의 절기는 대서다. 연중 가장 더운 절기다. 보통 이 절기는 15일가량 이어졌는데 기후변화로 이제 대서는 한 달 가까이 진행된다. 소서까지 합치면 근 두 달 가까이 돼서 겨울 한 달이 줄어든 것을 여름이 채우는 형국이다 . 이렇게 여름이 늘어났다는 것은 냉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으로 다시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새로 쓰는 절기상, 7월 22일이었던 대서는 소서 뒤에 나타나 8월 20일 입추 때까지 이어진다. 이 안에 초복, 중복, 말복이 모두 들어온다. 이러하니 삼복더위를 피해 음식을 마련해 해변과 산간계곡을 찾아 떠나는 것도 당연하다. 문어 숙회는 정말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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