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리스본 캔어리

 

© 박신우

The Feeling of Traveling at Yeonnam
연남동 골목에서 여행을 찾다

피치바이피치 사무실이 자리한 연남동을 오가며 발견했다. 보고, 먹고, 마시며 여행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저런 장소들.
편집팀의 취향에 따라 고른 6곳을 소개한다.

표영소, 허태우, 박진명
사진 박신우

렁디 커피

월요일에 쉬는 매장이 많은 연남동에서 월요일 영업을 절대 사수하는 카페가 있다. 피치바이피치 사무실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렁디 커피다. 바리스타로 4년 정도 일하다 자신만의 공간을 꾸린 유성일 대표가 프랑스인 아내 살로메 바타르(Salomé Battahar)와 함께 운영하는 곳. 피곤한 월요일,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프랑스어로 ‘월요일’을 뜻하는 렁디(lundi)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시그너처 메뉴는 우유 베이스에 커피를 얹은 렁디 커피와 라테 위에 수제 크림을 올린 크림 라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도 렁디 커피인데, 바닐라빈과 과일을 넣어 냉침한 우유의 은은한 단맛이 커피와 어우러져 상당히 매력적이다. 히비스커스 티에 과일 등을 넣어 냉침한 크림슨 티(Crimson Tea), 수제 레몬청으로 만드는 레모네이드 등 음료 메뉴도 공들인 티가 난다. 작년 여름, 프랑스 북동부 소도시 티옹빌 (Thionville)의 처가댁을 방문했을 때 장모님께 배워온 레시피로 만드는 크레프와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초코 무스, 레몬 소르베 등 홈메이드 프렌치 디저트 메뉴에는 아내의 손길이 녹아 있다.
렁디 커피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들이 언제든 들를 수 있는 편안한 카페를 추구한다. 작년 봄 처음 카페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도 런던의 *몬머스 커피 컴퍼니(Monmouth Coffee Company)처럼 우드톤이 주를 이루는 따뜻한 분위기였다. 초기에는 스탠딩 바를 설치하고 바 좌석을 마련했다가,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랜 시간 머물길 좋아하는 우리나라 커피 문화에 맞춰 의자와 테이블을 들이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다. 비슷한 이유로 좀 더 넓은 공간으로의 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부터 최신 유행 인테리어로 무장한 SNS 핫플까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또 다른 카페가 나타나는 연남동에서 커피로 밥벌이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1년여 간 한자리를 지켜온 것만 해도 박수 받을 일이다. 물론 늘 함께 방문해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노부부, 매번 렁디 커피만 주문하는 단골, 주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 등 동네의 작은 카페에 애정을 보내주는 이들의 덕이 크다. 카페를 찾은 손님과 나누는 대화, 깨끗이 비워진 커피잔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유 대표의 소박한 마음도 한몫했을 테고. 맛있는 커피, 친절한 사장님, 편안한 분위기. 이 세 가지를 다시 찾고 싶은 동네 카페의 기준으로 꼽는다면, 렁디 커피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이다. 아무 계산 없이 이웃 카페를 추천해주는 다정함까지 겸비한 곳이니 더욱 더 그렇다. 렁디 커피에서 커피 한 잔 마셨다면, 유 대표가 추천해준 연남동의 또 다른 카페 **환대도 꼭 함께 들러보길.

*1978년 몬머스 스트리트(Monmouth St.)에서 시작된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로, 런던 내 3개 지점을 운영한다. 단일 커피 농장과 공정 거래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 오픈 전부터 자주 찾아와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단골이 문을 연 곳. 서울시 마포구 연남로1길 70, 1층.


 

책크인

여행 책방 책크인의 영업시간은 역마살을 타고난 여행자처럼 종잡을 수 없다. 언제 문을 열고, 언제 쉴지 아무도 모르지만, 고윤경 대표에게도 한 가지 규칙은 있다. 한 달에 20일은 책방을 운영하고, 10일은 여행하는 것. 원래 날짜를 지정해 운영하다가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책방의 영업 일수만 지키는 방식으로 바꿨다. 책크인과 여행사 고앤두 운영을 병행하고 있는 고 대표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6년째 책방 문을 닫지 않은 비결이라면 불가능한 것은 빨리 포기하고 주어지는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 덕분 아닐까. 국내 대형 여행사에 입사하면서 여행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고 대표는 오지 전문 여행사를 거쳐 여행 상품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게 됐다. ‘내 부모에게 추천할 수 없는 상품은 누구에게도 판매하지 않는다.’ 1인 여행사이다 보니 개별 맞춤 프라이빗 상품 위주로 진행하고, VIP 행사 인솔 등의 외부 의뢰도 많은 편이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한 달에 한 번 이상 비행기에 몸을 싣는 고 대표에게 경의선숲길 뒷골목, 아담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책크인은 일(여행)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2019년 가장 익숙한 동네 연남동에서 처음 문을 열어 코로나19와 한 번의 이전을 거쳤고, 책도 팔고 와인도 팔고 여행 상담도 하는 현재에 이르렀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도시의 서점 리스트를 만들고 시간이 될 때마다 찾는다는 걸 보면 영락없는 서점 주인이다. 여행사 일로 규칙적인 영업이 어렵고 월세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현실이지만,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수많은 단골 손님 덕분(혹은 때문)에 매번 문 닫을 결심을 미룬다고. 
여행사와 책방 운영 간의 균형을 이루려는 욕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대신 끊임없이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고 거침없이 시도하는 열정으로 그 두 가지 일을 저글링하듯(멀리서 보면 능수능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멈출 수 없는) 해내고 있다. 일의 특성상 갔던 곳을 또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여행에 대한 흥미도, 의욕도 줄어드는 편인데,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출간된 〈동물농장〉을 수집하고 룸서비스 프로그램(여행지에서 직접 구매한 기념품으로 만든 꾸러미를 보내주는 서비스, 2023년 1월에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완판됐다.)을 운영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으려는 그녀만의 노력이다. 힘든 순간이 많지만, 자신이 추천해준 장소가 정말 좋았다는 고객의 피드백을 받을 때면 고 대표는 생각한다. ‘이 일을 엄청 싫어하지만 이 일 없이는 못 살겠구나!’ 그리하여 작년에 이어 이번 7월에도 교토에서 보내는 여름방학 프로그램(교토의 마츠야를 빌려 임시 게스트하우스를 오픈, 투숙객과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10월부터는 ‘파리 현지 작가와 함께하는 미술 여행’을 시작으로 책크인만의 시그너처 패키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책방 주인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책을 판매한 수익만으로 월세를 내보는 것. 부디 머지 않은 미래에 그런 날이 꼭 오길 응원한다.

 

에이 하우스

회화 작품부터 도기와 자기, 목공과 유리 공예품, 차와 도서 그리고 쓸모가 궁금한 갖가지 오브제까지. 이 공간을 채운 것들을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분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연남동의 한 골목에서 나지막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쇼룸, 혹은 갤러리, 아니면 카페라고 불리는 곳. 예술적 만물상 같은 공간의 목적을 캐내고 싶은 방문객에게, 에이 하우스(A-House)라고 쓰여 있는 작은 사인보드가 넌지시 실마리를 던진다. “A부터라는 의미. 그리고 아트(art)와 아키타(Akita)의 A. 원래 일본 아키타현에 에이 하우스를 먼저 오픈했었어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여행사 인페인터글로벌의 박성희 대표가 설명한다. “2018년부터 아키타 *쓰루노유에서 시작한 작가 레지던스 겸 카페인데, 한국의 이소을, 김선우, 김선영 작가 등이 그곳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했죠.” 박 대표는 일본 여행 홍보 전문가이자 여행 작가다. 10여 년 전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아키타의 비경과 온천을 한국에 알리는 데 일조했고, 뉴토 온천마을에서 ‘숲속 마을 갤러리’ 콘셉트로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 페스티벌도 열었다.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적 스펙트럼을 더한 홍보 활동으로 여행지를 알려온 것. 아쉽게도 아키타의 에이 하우스는 팬데믹으로 종료했지만, 2019년 5월에 문을 연 연남동의 에이 하우스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즉, 이곳은 인페인터글로벌의 여행 행보를 차곡차곡 추려 넣은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아키타현의 비탕(秘湯, 비밀스러운 온천)으로 약 3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고집스레 전통을 지키는 료칸의 정취로 유명하며, 〈뉴욕 타임스〉가 ‘일본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온천’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에이 하우스를 열기 전, 인페인터글로벌은 차별화된 일본 *여행 상품으로 먼저 주목받았다. 일본의 비탕 온천 여행,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하는 여행, 전통 차와 술 체험 여행 등 일반 여행사가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테마가 돋보였다. 기성품 같은 여행보다 각자의 취향에 맞춘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브랜드의 태도에 공감하는 팬도 생겼다. 마치 핸드메이드 같은 여행.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감각의 과정을 고민해 담은 여행 말이다. 여행 후의 경험은 에이 하우스에서 또 다른 형식으로 이어진다. 전문가의 워크숍과 토크 콘서트를 주기적으로 열어 여행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레지던스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일본 현지 장인의 공예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여행 덕분에 작가와 협업한 제품도 선보였다. 전국의 다원을 여행한 후에는 이소을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패키징한 전통차가 나왔고, 양조장 여행으로 콘텐츠를 쌓은 후에는 김선영 작가와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한정판 진맥소주를 출시했다. 이 역시 핸드메이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에이 하우스는 더욱 활발한 여행 교류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한번 방문하면 갖가지 여행의 기억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곳. 색다른 여행의 감성을 만드는 에이 하우스는 또 어떤 오브제로 채워질까?

*인페인터글로벌의 테마 일본 여행 상품은 소노타비(sonotabi.com)와 피치바이피치 웹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리스본 캔어리

밤에만 조명을 켜는 연남동의 포르투갈 통조림 가게? 리스본 캔어리 (Lisbon Cannery)의 첫인상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이곳을 정말 식료품 가게로 알 수도 있겠다. 생선 통조림과 와인을 파는 가게라고. 피치바이피치 사무실과 지척이라 퇴근길에 자주 그 앞을 지나치는데, 밤마다 가게 안에서는 늘 몇 명의 손님과 호스트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단골이 꽤 모인 것 같다. 과연 통조림을 두고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궁금해지는 모습이다.
리스본 캔어리의 정체는 통조림 가게가 맞다. 호스트인 김유정 부장의 설명을 따르자면, 포르투갈의 해산물 통조림과 와인을 페어링해 맛볼 있는 곳. 포르투갈의 국민 통조림, 하미레즈(Ramirez) 통조림을 독점 수입하는 회사 노바스텔라가 운영하는 쇼룸이자 바다. 7년 전, 김 부장과 대표를 맡고 있는 남편은 통조림을 처음 수입할 때부터 고객과의 꾸준한 접점을 고민했는데, 리스본 캔어리가 그 해결책이었다. 이미 200여 회의 하미레즈 통조림 팝업 행사를 통해 호응을 확인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고. 리스본의 작은 통조림 공장을 콘셉트로 시작한 작은 가게. 8명쯤 앉을 만한 바 테이블과 통조림 선반으로 소소하게 꾸몄지만 생기가 넘친다. 2022년 문을 열어 올해 2년 차인데, 벌써 입소문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제품의 맛과 공간의 분위기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하미레즈 통조림은 해산물 외에 올리브와 소금만 사용했기 때문에 비리지 않고 오히려 좋은 풍미를 낸다. 김이나 크래커, 바게트 등에 정어리 한 점을 크게 올려 먹으면 그 맛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정어리 살이 녹아들 듯 입안에 들어와 통조림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버린다. 정어리로 시작해 고등어, 대구, 오징어 등으로 취향에 따라 통조림을 골라 메뉴를 만들어도 된다. 와인을 페어링해 마실 수 있는 덕분에 단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빠져든 식객은 리스본 캔어리를 나설 때마다 여지없이 서너 개의 통조림을 *구입해가고는 한다.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에는 청담동에 2점을 열었고, 앞으로 3호점도 열 계획 이라고. 실제로 리스본에는 동네마다 통조림 전문 가게가 있으니, 서울에서 못할 것도 없다. 그래도 김유정 부장은 연남동만의 친근한 분위기를 놓칠 수 없기에 리스본 캔어리의 출발점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연남동이라서 종종 열 수 있는 독특한 행사도 이곳의 매력 포인트다. 단골 손님이 매니저가 되어 영업할 때도 있고, 작가나 셰프를 초대해 특별한 통조림 메뉴를 내기도 한다. 연남동의 하미레즈 식문화 커뮤니티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러니 포르투갈의 맛이 궁금해 이곳을 찾는다면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겠다. 바에 앉자마자 무심결에 통조림 추종자가 될지도 모르니.

*
하미레즈 통조림은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피에트라

자연 친화적(혹은 정신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피치바이피치 최고의 복지는 사무실이 경의선 숲길 코앞에 자리한다는 사실이 아닐지.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장미와 능소화가, 가을이면 단풍이, 겨울엔 눈 쌓인 나무가 가득한 철로를 거닐며,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숲길에서 가좌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여유롭고 개성 있는 동네 가게를 여럿 만날 수 있는데, 계절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가게도 조금씩 달라진다. 여름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바다가 떠오르는 푸른색 건물에 들어선 수제 젤라토 전문점 피에트라(이탈리아어로 '돌'이라는 뜻)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피에트라의 신석 대표는 연남동 주민으로, 목가적이고 편안한 동네 분위기에 반해 이 길을 자주 산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붕이 반으로 잘린 듯한 건물과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그는 무작정 근처 부동산에 가서 그 건물에 자리가 나면 연락을 달라 부탁했고 그로부터 1년 후, 피에트라를 오픈했다. 건축업에 종사한 이력을 살려 직접 인테리어를 주도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돌의 형태를 띠고, 벽면 역시 돌의 질감을 닮았다. 통유리창을 통해 바로 앞 숲길과 매장 옆 작은 정원을 파노라마로 바라볼 수 있는데, 돌과 나무, 빛이 잘 어우러진다. 
신 대표에겐 젤라토 만드는 일이 건축과 전혀 다르지 않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그는 ‘더 맛있는 것’을 갈구하다 젤라토 만드는 일에 몰두하게 됐다. 최상의 식자재로 만들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젤라토였던 것. 재료만 다를 뿐, 자신의 방식대로 설계하고 상상력을 펼친다는 데서 건축과 젤라토 만드는 일은 분명 닮아 있다. 그가 건물을 계약하고 1년이 지나서야 피에트라를 오픈한 건 젤라토를 향한 열정적인 학구열 때문이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완성한 대표 메뉴 중 하나는 브론테 피스타치오로, 시칠리아의 브론테(Bronte) 마을에서 재배한 피스타치오로 만든다. 전 세계 피스타치오 생산량의 단 1퍼센트만을 차지하는 브론테산 피스타치오는 에트나 화산의 경사면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자란다. 그래서인지 한 스쿱의 젤라토에서 열매에 내재된 강인한 생명력과 비옥한 토양, 강렬한 햇빛의 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맛 좋고 건강한 식자재를 찾다 보니 자연히 국내 농가와도 손을 맞잡게 됐다. 홍매실, 완두콩, 매화, 옥수수 등 국내 농장에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수급해 젤라토로 변신시키고 있다.
이제 3년 차다. 피에트라는 수많은 가게가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하던 코로나 시기에 문을 열어 화산에서 기어코 열매를 맺은 피스타치오처럼 잘 버텼다. 아직까지는 혼자서 젤라토 빚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신 대표. 그는 언젠가 꼭 브론테 마을을 방문해 피스타치오 농장의 농부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단다. 단순히 생산자와 구매자를 넘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물론 이 또한 피에트라의 더 맛있는 젤라토를 위한 노력의 일부이겠지만.

제철 식자재에 따라 한 달에 두세 가지 메뉴가 바뀐다.

 

하루노유키

때로는 반골 기질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도에 없는 선술집’ 이라는 부제를 달고 연남동에서 운영 중인 오뎅바 하루노유키에 마음이 동한 이유도 마찬가지. 소비자든, 운영자든 지도 앱에 의존하는 시대에 지도에 없는 가게라니. 그렇게 하기까지 주인의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테다. 하루노유키의 이중민 대표는 리뷰나 마케팅에 연연하지 않고 80퍼센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단골 손님과 오래오래 이 공간을 꾸려나가고 싶었다며 그 이유를 밝힌다.
양식을 통해 요리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는 이 대표. 그는 한식, 일식 등의 요식업을 차례로 경험한 후에 하루노유키를 오픈했다.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에 반해  *가마쿠라 (鎌倉市) 근처에서 1년간 살며 현지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하루노유키를 준비하면서 가마쿠라에서 자주 가던 동네 술집을 떠올렸다. 열띤 홍보나 근사한 메뉴 사진 한 장 없지만, 항상 활기차고 만석이던 가게에 대한 동경을 공간 안에 담은 것. 무엇보다 편안한 술집이 되기를 바랐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어묵을 메인 메뉴로 선택한 것도 그래서다. 이곳의 대표 요리는 뭉근히 끓인 육수에 각종 어묵, 달걀, 가리비, 쭈꾸미, 곤약, 두부 등을 넣은 **오뎅모리아와세(盛り合わせ)다. 손님들은 특히 육수에 대해 호평한다. 미역과 가쓰오부시, 종자 간장을 오래 끓여 낸 깊은 맛이 일품이다.

* 일본 도쿄에서 1시간 떨어진 소도시. 우리에게는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한 접시에 여러 요리를 담는다는 뜻으로, 단품 요리 뒤에 모리아와세를 붙이면 모둠 메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매장에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주방을 둘러싼 ‘ㄴ’자 형태의 바 자리를 만들었고 안쪽에는 4명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두었다. 매장 밖에 놓인 평상 역시 손님을 배려한 것이다. 일본에는 여전히 좌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많은데, 이를 응용했다. 이 대표가 수집한 각종 피규어와 포스터에도 시선이 간다. 손톱만한 피규어에 먼지 한 톨 없는 것이 인상적인데, 가게를 관리할 때도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일본의 미식 문화 중 일부라고. 그는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소박한 맛을 느끼며 일상의 소중함을 얻어갔으면 좋겠단다. 일본어로 ‘봄의 눈’이라는 뜻의 상호명처럼, 동네 술집 하루노유키에서는 누구라도 로맨틱하고 따뜻한 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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