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소코 마사유키

 

ⓒ Sesoko Masayiki

Sesoko Masayuki in Okinawa
오키나와에서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 세소코 마사유키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해 현지 생산자와 공간을 소개하는 만능 에디터  세소코 마사유키에게 물었다. 어떻게 오키나와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로컬 이벤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인터뷰어 허태우
인터뷰이 세소코 마사유키(Sesoko Masayuki)
통역 박성희

한국에 자주 방문했나요?
8년 전에 방문했어요. 제 책이 한국에서 번역되어서 북 콘서트를 열었거든요. 

오키나와에서 거주 중인데, 그 전에는 도쿄에서 일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가나가와현 출신이에요. 문장이나 언어에 관심이 워낙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출판 관련 업무가 모여 있는 도쿄에서 잡지 에디터로 근무하며 잡지 1<카메라비요리(カメラ日和)> 2<지큐지소쿠(自休自足)> 등을 만들었습니다. 

오키나와로 언제 이주했나요?
2012년에 이주했어요. 도쿄에서 일하다 30대 중반쯤 되니 나다운 삶을 살면서 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가고 싶어 이주를 하게 됐죠. 제 선조의 뿌리가 오키나와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으니 아주 연관이 없는 지역은 아니었고요. 

처음에 이주했을 때 오키나와의 분위기나 느낌이 어땠나요?
오키나와의 풍경은 가나가와나 도쿄하고 전혀 달라요.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죠. 보통 리조트나 휴양지 이미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하면서 도시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고요. 저 같은 경우는 오키나와의 풍경이나 문화가 주는 색다른 감각에 매력을 느껴 자연스럽게 현지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일본은 어떤가요?
경쟁이 치열하고 일상도 바쁜 대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는 현상은 일본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선 환경적 측면에서 여유가 생기니까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기 위해 도시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있고요.

1 : ‘카메라와 함께하는 일상’을 주제로 한 사진 전문 매거진.

2 : 자연 속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콘텐츠를 만들고, 행사도 개최하고요.
잡지 에디터로 계속 일해왔으니까 오키나와에서도 에디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온 거죠. 제가 좋게 느낀 것을 인쇄물로 먼저 소개했고, 온라인으로 오키나와를 알리거나 오프라인 이벤트와 팝업을 기획해서 소개하는 방식으로요. 일본의 여러 잡지와 미디어에 오키나와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오키나와 클립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 여행 정보도 꾸준히 소개하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매체는 다르지만 각각에 맞춰 편집자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활동하면서 현지의 생산자나 소상공인, 작가들과 네트워크도 차곡차곡 쌓았어요. 최근 몇 년간은 오키나와의 생산자와 숍을 소개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제가 오키나와로 이주했을 때만 해도 현지에 에디터로 업무 경험을 쌓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의 노하우를 살려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할 수 있었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 건 아니에요. 편집자로서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한다는 생각이었으니까요. 오키나와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눈에 띠고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소개하는 경우도 많고요. 통상적으로 오키나와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내 주변의 일상에서 좋은 것을 알리려고 합니다. 
장소나 공간, 혹은 생산자를 취재할 때는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요.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 배경을 들여다보고, 제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을 더 끄집어내서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먼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게 제 스타일이죠.

얼마 전 오키나와를 알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시마노요소오이(Shimanoyosooi, 島の装い)는 이 섬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4년 전에 첫 행사를 열었는데, 당시 팬데믹이 시작돼서 관광객이 아무도 없었어요. 오키나와 사람들만 찾아왔죠. 그런데 현지인들이 오키나와에 살면서도 이렇게 멋진 사람과 물건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매우 좋아했고 응원해주시기도 했어요. 반응이 굉장했죠. 그런 걸 경험하면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어요. 
2024년에는 시마노요소오이의 콘텐츠를 모아서 ‘마음이 전해지는,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아 책으로도 출판했어요. 책이 나왔을 때는 생산자들이 각자 소개된 페이지에 사인도 해주고,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가게나 공방에 찾아와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다양한 소통이 이뤄졌죠. 책 덕분에 새로운 가치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오키나와에도 섬마다 지역색이 있나요? 
바다가 아름답다는 건 같지만, 실제로 말의 억양이나 사람들의 느낌이 분명히 달라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한 차이인데, 일단 직접 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각각의 섬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보면 지역마다 개성을 더 잘 느낄 수 있고요.

한국 사람들이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경험했으면 하는 것은?
오키나와가 윤택한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다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내요. 공예품일 수도 있고, 작품일 수도 있고, 화장품일 수도 있죠. 거기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는데, 그게 멋스럽게 느껴져요. 오키나와 하면 바다를 먼저 생각하지만, 상점이나 공방을 찾아가서 이런 소소한 물건이나 작품을 많이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자주 찾아가는 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해요. 
집에서 가까운 해변에 가서 석양을 보며 놀다 오곤 합니다. 제 이름의 한자어에 ‘바다의 저편’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는데요, 오키나와에 왔을 때 주변에서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 때 물의 흐름이 좋은 장소에 가보라고 귀띔해주더군요. 오키나와 본섬 남부에 카키노하나 히자(垣花樋川)라는 데가 있어요. 물이 흐르는 깨끗한 샘인데,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파워 스폿 같은 곳이에요. 가끔 그곳에 가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키나와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도 좋아하고, 사진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언어로 이렇게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요.  

앞으로도 계속 오키나와에서 거주할 생각인가요?
오키나와에서는 토박이를 우치난추(ウチナンチュ )라고 부릅니다. 제가 진짜 우치난추는 될 수 없겠지만, 우지난추에 가까워지기 바라면서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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