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필동에 자리한 비건 아이스크림 가게 코코너즘

 

ⓒ 피치 바이 매거진

Into the Vegan Ice cream World
우유 없는 아이스크림의 비밀, 코코너즘

식물성 아이스크림 브랜드 코코너즘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시작된 식문화가 이제는 되레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브랜드의 철학은 비장하지만 코코너즘의 아이스크림은 쉽고 유쾌하다. 식물성 아이스크림이라는 신비한 세계로 이끄는 코코너즘의 정종훈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어 : 박진명

인터뷰이 : 정종훈(코코너즘 공동 대표)

코코너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우유 대신 코코넛 밀크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아이스크림이라는 디저트를 새롭게 정의하는 브랜드예요. 아이스크림으로 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담았어요.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자동차 회사에 다녔는데,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던 2020년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한창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는데 비건 디저트,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비건 아이스크림이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장 가정용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사들여 방구석 실험실을 열었죠.

최병준 공동 대표는 어떻게 합류했나요?
고등학교 동창인 병준은 광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저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유당불내증이 있어 식물성 아이스크림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요.
코코넛 밀크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일반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 제조법상 유지방을 6퍼센트 이상 함유한 제품만 아이스크림으로 분류해요(2퍼센트 이상인 경우엔 아이스밀크). 우유를 꼭 사용해야 아이스크림이라 불릴 수 있는 거죠. 엄밀히 말해 코코넛 밀크로 만든 제품은 빙과류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으로 인식하죠.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새롭게 정의한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어요.
맛의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코코넛 밀크, 치커리 뿌리에서 추출한 당식이섬유가 기본 재료로 들어가고 쌀, 배, 밤, 복숭아 등 제철 식자재로 다양한 맛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맛을 구현할 때마다 코코넛 밀크가 원재료의 맛을 균형 있게 받쳐주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최근 활용해본 식자재 중 흥미로웠던 것 한 가지만 소개해준다면?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기가 어려운데요(웃음). 저희와 손님 모두 만족스러웠던 메뉴가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추석 에디션으로 메이플, 시나몬, 대추를 메인 재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그중 대추는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메이플과 시나몬을 더하니까 맛의 레이어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메이플의 달콤한 맛이 나고 이어서 시나몬의 쌉싸름한 향이 입안에 감돌면서 대추의 아삭한 식감이 씹히는 게 묘하게 매력적이에요.
두 번째는 배와 애플민트를 섞은 배 모히토예요. 처음엔 배만으로 소르베를 만들었는데, 어딘가 심심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애플민트를 넣었죠.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저희 둘 다 요식업에 처음 입문한 거라 매번 조심스러우면서도 재미있어요. 이 모든 게 저희에겐 도전이고 배우는 시간이죠.

필동엔 어떻게 자리 잡게 됐는지 궁금해요.
브랜드를 론칭하고 팝업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처음 만났어요. 첫 번째 팝업은 망원역 근처에서, 두 번째는 소공동에서 열었죠. 재방문하는 손님, 다음 팝업에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지난해 서울 회현동에 매장을 오픈했죠. 1년 정도 매장을 운영하다 문득 코코너즘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동네는 어디일까 고민하게 됐어요. 올해 초에 성수동, 신사동 등 여러 동네를 다니다 지금의 자리를 발견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역동성이 마음이 들었어요. 조용히 활기가 넘친달까. 이 동네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5월 이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죠.

작업실을 분리하지 않고 오픈 키친으로 매장을 구성한 것도 신선해요.
평수가 크지 않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죠.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에도 손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소통하고 싶기도 했고요. 손님의 피드백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코코너즘을 운영하면서 참고한 장소가 있다면요?
1월에 회현동 매장을 정리하고 재오픈을 하기까지 여유가 좀 있었어요. 그때 최 대표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갔죠. 푸글렌 도쿄(Fuglen Tokyo)에서 보낸 시간이 인상적이었어요.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함과 역동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바 자리에 앉았는데, 안 쪽에서 일하는 직원과 대화를 주고 받은 것도 기억에 남고요.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복닥복닥 모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결국 그 공간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걸 깨닫고, 코코너즘에도 반영하려 노력해요.

아이스크림 관련해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딘가요?
미국에 꼭 가고 싶어요. 코코너즘을 준비하며 수많은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접했거든요. 특히 반 리우웬(Van Leeuwen)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2008년 저희처럼 세 명의 친구가 모여 집에서 만들어 먹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탄생한 브랜드예요. 브루클린에서 아이스크림 트럭으로 출발해 현재 미국 전역에 매장을 두고 있죠. 비건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도 아닌데 비건 라인이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요.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운영하면서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엔 비즈니스로 접근했지만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축산업의 환경오염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된 것처럼요. 현재는 크게 2가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아이스크림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식물성 재료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 결국 이 두 가지는 저희 브랜드의 근간이기도 하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매장을 열기 전 온라인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를 먼저 시작했어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온 세계 최초 아이스크림 브랜드이기도 해요(웃음).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공장에서 OEM 생산을 하다보니 퀄리티 컨트롤이 쉽지 않아 현재 판매량을 줄이고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노하우 쌓은 다음 판매량을 늘리려고요. 동시에 지점을 늘려 더 많은 분에게 코코너즘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고요. 최종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도파민이 아닌 세로토닌(정서적 안정감,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감, 공감 등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주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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