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Wine Makers in France
프랑스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국내 최고의 내추럴 와인 전문가가 만난 프랑스를 대표하는 5인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최영선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Vinofeel) 대표. 국내 최초 내추럴 와인 행사 '살랑오(Salon O)'를 주최하고 있다. 프랑스 내추럴 와인 생산자 총 58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두 번째 이야기> (한스미디어)를 썼다.

유기농 혹은 비오디나미(바이오나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발효 · 숙성시키고, 필터링이나 안정제 없이 병입한 와인. 내추럴 와인을 짧게 정의해 보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줄이면 ‘깨끗한’ 혹은 ‘솔직한’ 와인이 되지 않을까. 복잡한 지식이 없이 그저 좋다, 안 좋다 혹은 마음에 든다, 안 든다 같은 단순한 표현만으로 충분한 와인 즐기기. 레이블 역시 대부분 어려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의 약자. 프랑스 와인의 품질 관리를 위해 시행하는 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로, 생산지에 따라 정해진 엄격한 규정을 충족하는 제품에만 해당 등급이 부여된다) 코드 대신 병에 담긴 와인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사실 와인은 원래 자연의 산물로만 만드는 알코올 음료였다. 1950~60년대 농업에 제초제와 합성비료 등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포도밭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았고, 이어 발효 과정에도 천연 효모가 아닌, 쉽고 빠른 발효를 보장하는 배양 효모가 도입되었으며, 대량 양조를 위한 각종 양조 관련 배합물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양조학이 정립되었다. 이렇게 생산된 와인을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이라고 부른다. 와인의 수천 년 역사 중 컨벤셔널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껏해야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1980년대에 프랑스 보졸레 지역을 거점으로 시작된 ‘내추럴 와인 혁명’은 원래의 양조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인 것이지, ‘혁명’은 아닌 것이다.

내추럴 와인이 궁금하다면? 살롱오 파리에 소재한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이 개최하는 내추럴 와인 페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고 소비 저변을 확대하고자 시작한 내추럴 와인 전문 시음회로, 2017년 2월 개최한 제1회 살롱오를 시작으로 매해 2월 말에 열린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유럽 각지의 유수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내한해 와인 애호가, 와인업계 종사자들에게 직접 와인을 설명하고 와인을 따라주는 축제 같은 행사다. 살롱오의 ‘O’는 제로(zero) 즉, 첨가물 혹은 인위적 개입이 없다는 뜻. 물을 가리키는 불어 단어 ‘eau’와도 발음이 같다. 물처럼 깨끗한 와인을 뜻하기도 한다. salon-o.org, @salono_naturalwine

 

쥐라 ㅡ 피에르 오베르누아
Pierre Overnoy

내추럴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전설적인 생산자는 단연코 쥐라(Jura, 콩테 치즈로 유명한 프랑스 동부 지역)의 작은 마을 푸피앙(Pupillan)에 있는 피에르 오베르누아다. 1980년대부터 이산화황(SO2)을 사용하지 않은 내추럴 양조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며 프랑스 내추럴 와인 운동의 시작을 함께한 피에르. 이제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약간 구부정한 등, 떨리는 손, 크게 말하지 않으면 늘 되물어야 할 정도지만,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여느 젊은이 못지 않다.
포도 재배 가문에서 태어나 1950년대부터 가족 소유의 포도밭을 경작해온 피에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처음 와인 양조 기술을 배웠다. 학창 시절 현대적 양조법을 배우기 위해 부르고뉴(Bourgogne)의 본(Beaune)에 있는 와인학교에 진학했으나, 곧 학교에서 배운 대부분의 산업 기술이 자연과 토양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아버지가 만든 와인 찌꺼기는 자연의 풍미로 가득 차 있던 반면, 자신이 현대적 방법으로 만든 찌꺼기는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문제는 이산화황, 즉 와인의 안정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첨가물에 있었다. 이 사건은 피에르가 완전히 자연적 와인 양조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의 와인이 와인 애호가들에게 제대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15년도 채 되지 않는다. “내 와인이 어떻게 수백 유로가 넘는 가격에 팔릴 수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나는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출고 가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든.” 엄청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저 포도 농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이 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표 와인 : 플루사르(Ploussard). 쥐라의 대표 레드 품종인 플루사르로 만든 맑은 빛의 레드 와인. 화사한 과일 향이 넘칠 듯 가득해 살짝 가볍게 느껴지는 와인이지만, 뒤로 잡히는 복합미로 강한 잠재력을 내뿜는다. 아름다운 산미와 밸런스가 매력의 정점을 찍는다. 


루아르 ㅡ 장피에르 호비노
Jean-Pierre Robinot

프랑스 루아르(Loire)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장피에르 호비노. 그는 특이한 이력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다. 17세에 가방 하나만 들고 파리로 가서 배관공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파리의 배관공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직업이었다고 한다. 100년 넘은 건물이 즐비한 파리에는 예나 지금이나 배관공 수요가 상당히 많다. 장피에르는 그렇게 번 돈으로 고급 와인을 사서 마시기 시작했고, 다양한 시음회에 참여하면서 와인 지식을 쌓았다. 그의 나이 22세에 처음 접한 내추럴 와인은 그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았다. 고급 컨벤셔널 와인에 익숙해져 있던 그는 내추럴 와인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맛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후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뛰어들게 된다. 와인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며 와인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더 깊은 지식을 쌓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1983년 와인 잡지 〈르 후즈 에 르 블랑(Le Rouge et Le Blanc)〉의 창간에 참여했고, 파리 11구에 랑주 뱅(L’Ange Vin)이라는 내추럴 와인 바를 열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2년 와인 생산을 시작해 2008년부터는 이산화황을 넣지 않은 내추럴 와인만 만들고 있다. 그의 와인은 파리, 뉴욕, 런던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활용한 독특한 레이블 또한 유명하다. 만약 인생을 한 번 더 바꿀 기회가 있다면 사진작가가 꿈이라는 장피에르. 어쩌면 그는 여전히 가방 하나만 들고 파리로 떠난 17세 소년이 아닐까 싶다.

대표 와인 : 리리스(L'Iris). 장피에르가 최고의 포도 품종으로 꼽는 슈냉 블랑(Chenin Blanc). 미네랄과 구조감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화려한 산미가 뒤이어 오는 감귤류의 향과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행복과 설렘을 선사하는 와인.

 

보졸레 ㅡ 필립 장봉
Philippe Jambon

부르고뉴의 남쪽 끝자락이자, 보졸레(Beaujolais)의 북쪽 시작점에 자리 잡고 있는 필립 장봉의 와이너리. 그가 만드는 와인만큼 긴 기다림을 거치는 와인이 또 있을까. 몇 년은 기본이고, 와인의 상태가 마음에 들 때까지 10년 이상 숙성시킨 후 병입하는 와인이 수두룩하다. 필립은 그렇게 오랫동안 만든 와인을 병입한 후 또 다시 몇 년을 기다렸다가 판매하는 느림보 완벽주의자다. 참고로 보졸레 누보의 경우 수확부터 발효, 병입, 판매까지 세 달 남짓 걸린다.
필립은 자신만의 와인 철학에 따라 화학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포도만을 사용해 와인을 만든다. 유기농을 뛰어넘는 농법을 고수하면서도, 유기농 인증 마크에는 관심이 없는 그는 말한다. “내추럴 와인 양조의 가장 기본 조건이 유기농인데, 그 기본 사항을 로고를 붙이면서까지 과시할 필요가 있겠어? 너무 당연한 건데.”
포도밭은 잡초와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가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에게 내추럴 와인의 매력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와인 속에 담긴 에너지와 자연스러움까지 포함한다. 희한하게 들리겠지만, 필립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양조한 와인은 건강에도 이롭다고 확신한다!

대표 와인 : 레 발타이유(Les Baltailles). 품종은 가메(Gamay). 3~4년의 스틸 탱크 숙성 후 다시 4~5년간 오크통 숙성을 거쳐 병입하고, 다시 필립이 원하는 와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비자 앞에 선보이는 귀한 와인. 가메로 표현되는, 가히 그랑 크뤼(Gran Cru)를 뛰어넘는 와인이다.

 

오베르뉴 ㅡ 오헬리앙 레포흐
Aurélien Léfort

오헬리앙을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아를(Arles)에서 열린 내추럴 와인 행사장이었다. 그는 와인에 대한 설명 없이 조용히 와인만 따라주고 있었는데, 그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순간 생산자의 정적인 분위기와 정반대로 엄청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만, 생산지가 한국의 와인 애호가에겐 너무나 낯선 오베르뉴(Auvergne). 게다가 내추럴 와인은 더욱 더 생소했던 때였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쳐들며 감탄만 건넸다. 그렇게 그의 첫 빈티지 와인 ‘2012’와 인사를 했다.
그 후 오헬리앙은 빠르게 슈퍼 스타로 성장했다. 그의 와인을 구하는 건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갔다. 그는 원래 프랑스 브르타뉴의 예술 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 Arts) 출신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다가 와인에 빠지게 된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모든 레이블을 직접 작업하는 그는 와인을 통해 마치 전 세계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도 함께 감상하는 것이니 말이다. “예술과 포도밭은 한 발자국 거리다.”라고 말하는 오헬리앙. 예술가와 와인 생산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표 와인 : 1=1. 가메 & 샤르도네(Chardonnay)로 만든 페낫(Pét- Nat)! 신선하고 과일 향이 나는 매우 독특한 와인. 병 안에서 발효가 지속되어 미세한 거품이 싱그럽고, 아주 소량의 잔당이 감미로움을 선사한다.

 

아르데슈 ㅡ 앤더스 프레데릭 스틴
Anders Frederik Steen

앤더스는 한때 덴마크 코펜하겐에 자리한 레스토랑 노마(Noma)에서 소믈리에로 일했다. 노마는 전 세계 미식가가 열광하는 레스토랑으로, 음식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방대한 내추럴 와인 리스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식도락가라면 한 번쯤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물론 예약에 성공했다는 가정 하에….
2017년 아르데슈(Ardèche)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중 한 명인 제랄드 우스트릭(Gérald Oustric)의 양조장에서 앤더슨과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제랄드의 양조장 한 구석을 빌려서 와인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후 ‘피치(Peach)’라는 이름의 와인이 한국에 수입되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상 이 와인을 발판으로 앤더스는 스타의 자리에 안착했다.
앤더스는 매년 다른 포도를 사용해 새로운 캐릭터의 와인을 생산한다. “해마다 기후나 포도의 익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와인을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앤더스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 만드는 와인 네이밍도 독특한데, 그 안에는 와인에 대한 진정성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I can see you from the other side of the valley’라는 이름이 붙은 화이트 와인은 그가 재배한 포도와 제랄드가 재배한 포도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서로 다른 계곡에 자리 잡은 두 포도밭의 조화를 보여준다. 어쩐지 코펜하겐과 아르데슈가 교차하는 앤더스의 삶과도 닮아 있다.

대표 와인 : 더 브라이트 사이더 오브 라이프(The Bright Cider of Life).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사과로 만든 사과주 시드르(Cidre). 알코올 농도 6.5퍼센트로, 잔당을 가볍게 머금고 있어 식전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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