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Not Trend, But Sustainable
우리 술은 유행이 아니야

200여 종의 전통주를 한곳에 모아 놓은 공간, 우리술당당에서 만난 김치승 대표의 진심.

박진명
인터뷰이 김치승(우리술당당 대표)

“네? 막걸리에 토닉 워터요? 이상할 것 같은데요.” 우리술당당 막걸리 클래스에 참여했던 동료가 막걸리에 토닉 워터를 섞어 먹었단 말에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 이상할 것 같았다. 막상 인터뷰를 위해 김치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그가 내어준 바로 그 ‘막걸리에 토닉 워터’를 섞은 칵테일을 맛보고 나니 함박웃음이 절로 나왔다. 용인 술샘의 붉은원숭이 막걸리에 토닉 워터를 섞은 후 얼음을 가득 채워 ‘성수노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메뉴는 하와이안 펀치 칵테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전통주에 대한 편견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우리술당당은 우리 술을 큐레이팅해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전통주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 메모 1. 우리 술 200여 종을 모아 놓은 애주가들의 방앗간!
 

우리술당당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말 그대로 우리 술을 마시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에요. 국내에서 빚은 전통주부터 맥주, 와인, 위스키, 진까지 다양한 우리 술을 조명하고 있어요. 자유롭고 건강한 술 문화가 싹트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선 술을 사고 마시고 직접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고요.
우리술당당이 가진 콘텐츠는 소매점, 펍, 클래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소매점은 200여 종의 우리 술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공간이고, 펍에서는 구매한 술이나 저희만의 특별 레시피로 만든 칵테일을 간단한 안주와 곁들여 즐길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클래스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술을 직접 빚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서울숲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리술당당을 처음 시작할 때, 여의도나 수원 쪽도 고려했었어요. 결정적으로 성수동에 마음이 동한 이유는 새로운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동네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아직까지는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술이 성수동에서라면 다이닝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리 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들었어요. 원래 술에 관심이 많았나요?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인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제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 집에는 늘 찐밥과 효모의 향이 가득했어요. 매일 같이 향기로운 술을 양조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우리 술의 매력에 스며들게 된 것 같아요. 전통주를 넘어, 술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문화가 형성되면 우리 술의 전통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술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와인이나 위스키, 맥주의 경우에는 양조회사나 주류 유통업체에 컨택해서 제품을 매장에 들여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어렵진 않아요. 대부분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통주를 빚는 작은 규모의 양조장은 설득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다들 장인 정신이 투철해서 힘들게 빚은 술을 함부로 내어주려 하지 않거든요. 얼마나 우리 술에 진심인지를 끊임없이 어필해야 해요. 사실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도 제가 안고 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고요.

여태까지 가장 설득하기 어려웠던 양조장은 어디인가요?
안동의 일엽편주요. 거의 3개월 동안 연락을 드렸어요. 손님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고요. 직접 안동까지 찾아가기도 했어요. 대표님이 결국에는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더라고요.

📝 메모 2. 다른 보틀숍과는 얼마나 다를까.

술은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팅하나요?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그만한 돈을 내고 마실 가치가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제품이 아무리 잘나가더라도 제가 생각할 때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맛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과감히 제외시켜요. 고객이 그런 제품에 실망하는 순간이 잦아지면, 우리 술 문화가 정말 유행처럼 소비만 되고 끝나버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점이 저희만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 모인 제품은 모두 직접 맛을 보고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구하기 힘든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음을 하는 편이죠.

나만의 시음법이 있다면?
기분 좋은 날에만 시음하려고 해요. 술을 빚는 게 얼마나 수고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하루의 끝에 한 잔씩 맛보곤 합니다.

술을 직접 빚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우리 술 문화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색다르고 신선한 걸 원하는데, 우리 술을 단지 상품으로만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았거든요. 손님에게 새로운 술을 권해도 한 번 맛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은 느낌?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것 말고 무언가를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직접 경험하는 게 가장 와 닿을 거라 생각해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죠. 클래스를 통해 재미와 추억을 전달하다 보면 우리 술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 메모 3. 우리 술이 일시적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와인처럼 익숙해질 수 있을까?

원소주나 한강주조와 같은 젊은 에너지의 전통주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트렌디하고 힙한 문화로 발전하고 있잖아요. 아직까지도 와인이나 사케처럼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우리 술이 산업화된 이후로 지금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이긴 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트렌디하다는 말이 동시에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트렌드가 사라지고 난 후 그 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이전의 것을 뛰어 넘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해요.

우리술당당의 지속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제품 자체의 가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가치를 불어넣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우리 술 큐레이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합니다. 똑같은 막걸리를 소개하더라도, 제품이 가진 의미와 역사적 가치 등 무형의 리소스를 탐구하며 발굴하고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갖는 정기 모임이 바로 그에 대한 실천이고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우리술당당’을 검색하고 채팅방에 입장하면 누구라도 당원이 될 수 있으니 우리 술이 궁금하다면 직접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서양에서 와인을 음식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것처럼 우리 술에서도 반주 문화라는 게 있잖아요. 음식에 술을 곁들이면서 미식 문화가 발전해온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술을 좋아할 수 밖에 없어요. 전통주의 근본은 쌀맛과 누룩맛이인데,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누룩은 장향이라고 해서 간장이나 된장의 향과도 굉장히 비슷하거든요. 익숙하고 정겨운 향과 매력이 우리 술 곳곳에 깃들어 있는 셈이죠.

우리 술 사업을 전개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일본 교토의 사케 로드요. 그곳에 다녀온 어머니의 경험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일본 사케 3대 생산 지역 중 하나인 교토의 양조장들에선 일본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에도 그에 견줄 만한 곳이 있어요. 경북 안동입니다. 일엽편주, 맹개술도가, 안동소주의 양조장이 있는 지역이죠. 제가 일엽편주를 들여오기 위해 노력했던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 중 퇴계 이황 선생이 가장 좋아했던 단어 ‘일엽편주(작은 배 한 편)’을 모티프로 만든 양조장인데요. 농암 이현보가 <어부가>를 탄생시킨 농암종택에 가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갔는지 와닿는 풍경이 펼쳐져요. 그 풍경을 바라보며 훌륭한 일엽편주 한 잔을 삼키면 그 자체로 완벽한 여행이지요.

무르익어 가는 가을에 먹기 좋은 우리 술을 추천해주세요.
가을은 전통주 문화가 꽃피는 계절이에요. 여름 햇살로 밀을 재배해 누룩을 띄우고 가을엔 갓 재배한 햅쌀로 술을 빚어 명주가 탄생하죠. 이맘때는 꼭 진하고 농밀한 탁주를 드시길 바랍니다. 삼양주가 딱 적당한데, 인천 송도향의 삼양춘, 여주 추연당의 백년향을 추천합니다.

BUY
우리술당당 막걸리 클래스
60,000원

📝 메모 4.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칠까. 김치승 대표의 추천 술인 전북 정읍의 청명주와 한아양조의 아홉쌀을 골랐다. 이번 연말 테이블에는 와인 대신 전통주를 올릴 거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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