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디자인 에이전스 더스에서는 음악 감상실 심쿵서클을 운영 중이다.

 

ⓒ 피치 바이 매거진

A World of Vintage Music
심장을 두드리는 빈티지 사운드의 세계, 심쿵서클

디자인 에이전시 더스(thus)는 코로나 시절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텅 비어버린 사무실을 빈티지 음악 플레이어로 채우고 청음 공간 서비스 ‘심쿵서클’을 열었다. 전성환 대표를 만나 스트리밍 시대에 우리가 놓치는 건 무엇인지 들여다 보았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전성환(디자인 에이전시 더스 대표)

‘더스’라는 공간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2012년에 창업한 디자인 에이전시예요. 주로 선행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죠.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사무실이 계속 비어 있었는데, 그때 빈 공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한남동으로 이사오면서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어요. 평소 컬렉팅하던 빈티지 음악 플레이어와 스피커, 카세트테이프, LP판 등을 전시해 직원뿐만 아니라 빈티지 애호가나 리스너가 함께 이용하면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심쿵서클’이라는 청음 공간 서비스가 탄생했죠.

언제부터 빈티지 음악 플레이어를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시계와 올드카를 먼저 좋아했어요. 오래된 기계식 회중 시계의 무브먼트를 직접 커스텀하거나 옛날 차 내부를 도색하고 가공해 원래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취미였는데요, 제품 디자이너가 고민해서 만든 것을 똑같이 따라해보며 디자인의 본질을 배웠죠. 워크맨과 디스크맨 컬렉팅도 같은 이유로 시작했어요. 디테일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지고 경험하며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나도 언젠가 이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한 마디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 디자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컬렉팅으로 이어진 거라 할 수 있죠.

심쿵서클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나요?
여기에 있는 모든 카세트테이프와 LP판, CD의 음악을 원하는 기기로 감상할 수 있어요. 최초의 워크맨부터 방수 기능을 갖춘 모델까지 각각의 플레이어에 담긴 스토리도 들을 수 있고요.
 
‘심쿵서클’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지 궁금해요.
올드카의 수많은 부품 중 제가 유일하게 튜닝한 것이 스피커예요. 좀 더 풍부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기존 스피커에 맞는 부품을 추가해 조율했거든요. 자동차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데, 말 그대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피커의 성능과는 상관 없이 마음으로 듣게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자동차(바퀴), 시계, 카세트테이프 모두 원을 그리며 작동하는 공통점이 있어 ‘서클’이란 단어를 뒤에 붙였죠.

플레이어 구매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원래는 판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구매하고 싶다는 손님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제 기준에 맞는 제품을 준비해서 2개월 주기로 단 이틀 동안만 판매하고 있어요. 수익을 남기기보다 빈티지 기기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중고 제품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잖아요. 처음엔 어디서, 어떤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지, 적당한 가격인지, 사운드가 제대로 나오는 건지, 파악하기 어렵죠. 저도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거든요(웃음). 저만의 빈티지 기기 구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제품을 고르고 수리한 제품이기 때문에 구입 조건도 까다롭게 정했어요.

어떤 조건인가요?
요즘 같은 세상에 같은 공간을 한 번 이상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심쿵서클을 1회 이상 방문한 고객에 한해서만 판매하고 있죠. 물론 구매할 때도 직접 와야 하고요. 빈티지 플레이어를 포함해 이어폰, 건전지 등등 음악을 듣는 데 필요한 모든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상세히 안내받은 후에 따라 구매할 수 있어요.
 
나만의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손상된 앨범을 복원하는 서비스도 있다고요.
스트리밍 음원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다음 공테이프에 녹음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녹음하는 동안 각자 원하는 이미지를 템플릿에 조합해 제이 카드(j card, 카세트테이프 속지)와 라벨을 직접 제작할 수 있고요.
다른 게 녹음돼 있거나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새로운 테이프에 다시 녹음하는 앨범 복원 서비스도 제공해요. 제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카세트테이프 버전을 어렵게 구했는데, 어쩌다가 이상한 소리가 그 테이프에 입혀진 거예요. 영국에서 CD 버전으로 다시 구입해 테이프에 녹음한 뒤 들어보니 두 가지 버전의 퀄리티가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손님들이 고품질의 녹음 기기를 이용해 손상된 앨범을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죠.

클래식 음악부터 케이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앨범이 있네요.
오래전부터 개인 작업에 쓸 BGM을 찾기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곤 했어요. 음악을 편식하지 않는 것도 심쿵서클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주 고객층이긴 하지만, 카세트테이프를 경험해보지 못한 1020세대도 종종 방문하거든요. 본인들이 자주 듣는 최신 가요를 카세트로 들으면 디지털 음원과는 또 다른 소리를 경험할 수 있어 신기해 하더라고요.
 
심쿵서클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여행지나 스폿이 있나요?
따로 참고한 건 없어요.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내부를 꾸몄죠. 계속 강남 쪽에 사무실을 두다가 이번에 한남동으로 이사를 왔는데요, 개성 넘치는 공간과 한남동 특유의 젊은 에너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심쿵서클이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도록 많은 고민을 했죠. 주변에서 커피를 팔면 좋겠다는 말도 많이 하지만, ‘음악 감상’이라는 서비스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음악과 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여행을 떠날 때 챙겨가고 싶은 빈티지 음악 플레이어는?
해변가에서 소니의 ‘스포츠 워크맨 WM-F5 온 더 비치’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요. 워크맨에 ‘스포츠’라는 이름이 붙으면 방수 기능을 갖췄다는 의미거든요. 게다가 이름도 ‘해변에서’ 잖아요.
저는 사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웃음). 집에서 조용히 뭔가에 집중하고 사부작거리는 걸 더 선호하죠.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도 많지만 저는 그런 성향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손가락 한 번이면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는 시대에서 심쿵서클은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나요?
일단 오래된 제품은 불편하고 느립니다. 오류도 많고요. 듣고 싶은 부분만 손쉽게 들을 수도 없으니, 여유와 너그러움을 요하죠. 그런 시간이 일상에서 가끔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SNS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죠.

올해 계획이 궁금해요.
온라인 숍을 오픈하고, 손님이 만든 믹스테이프를 복제해 판매하는 등 심쿵서클이라는 서비스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이와 별개로, 4년 동안 준비한 픽스터(fixter)라는 자동차 정비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어요. 언제든 차주가 바뀔 수도 있는 자동차 특성상 언제, 어딜 고쳤는지 모든 히스토리를 남기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정비사와 차주를 정직하게 연결하고 개인의 자동차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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