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중앙시장 내 자리한 채식 식당 고사리 익스프레스

A Culinary Revolution with Gosari
고사리 혁명, 고사리 익스프레스

채식 식당 고사리 익스프레스에 들어서자, 홍콩 거리에 있는 현지 맛집으로 순간 이동한 듯하다. 입구 유리창에 강렬하게 새긴 그래피티, 어두운 조명 아래 녹색 벽지와 주황색 의자, 영수증으로 만든 일러스트 작품 등 그간 우리가 알던 채식 음식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독특한 인테리어만큼 색다른 방법으로 채식에 접근하는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김제은 대표와 이야기 나눴다.

고사리 익스프레스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푸드 스타트업 배드캐럿의 외식 브랜드로, 채식의 캐주얼화를 목표로 하는 누들숍이에요. 시장 안 할머니 국숫집을 물려 받은 손녀가 운영하는 노포 맛집을 콘셉트로 했어요. 신당동 서울중앙시장을 방문하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기 위해 메뉴를 국수로 정했고요. 국수엔 술이 빠질 수 없죠. 소주와 맥주는 물론 막걸리 칵테일, 와인, 하이볼 등의 주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작년 6월 서울 망원동에서 이곳 신당동으로 자리를 옮겼다고요.
망원시장 근처에서 제철 식재료 팝업 스토어 ‘고사리 바이 배드캐럿’을 운영하다 이곳으로 오게 됐죠. 사실 배드캐럿은 고사리 오일로 만든 파스타 소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시작한 회사인데요, 소비자가 고사리 오일 소스를 100퍼센트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안타까웠거든요. ‘이렇게 조리하면 진짜 맛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어요. 고사리 바이 배드캐럿에선 당일 준비된 제철 식자재 중 손님이 선택한 두 가지 채소로 만든 파스타를 판매했는데, 고사리 익스프레스에서는 고사리 오일 소스를 베이스로 한 클래식 국수를 포함해 들깨 비빔면, 누들 떡볶이 등의 식사 메뉴와 알배추 구이, 완탕 수프처럼 주류와 잘 어울리는 채소 음식을 선보이고 있어요.

창업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요리를 해왔어요. 대학 시절 푸드 트럭을 운영하며 외식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죠. 당시에는 필리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반미 등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음식을 판매했어요.
운명처럼 고사리를 만났다고 들었어요. 그때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이야기해준다면?
푸드 트럭 사업을 접고 F&B 브랜드에서 의뢰를 받아 비빔밥 전문 매장을 운영할 때의 일이에요. 어느 날, 취나물 대신 고사리 5킬로그램이 오는 배달 사고가 난 거예요. 마침 요리에 흥미가 떨어지던 시기였는데, 고사리로 뭘 해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왜 채소 기반의 소스는 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치킨 스톡, 다시마와 같은 조미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죠.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고사리 페스토,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가 차례로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를 판매하면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요?
제품 출시 이후 다음 스텝은 어떻게 이어갈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대로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 영업을 접을 생각이었죠. 그때 미국 뉴욕에 있는 친언니가 *블랙 베지페스트 페스티벌(Black VegFest)을 알려줬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뉴욕으로 떠났죠. 그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를 고집하지 말고 해외 시장을 노려봐도 되겠다 싶었어요. 현재 고사리 오일 소스는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자주 품절될 정도로 인기예요.
*2018년 흑인 비건 운동가가 흑인 해방과 비건 문화를 결합해 처음 개최한 행사. 매년 8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다.
고사리를 포함한 식자재는 어떻게 수급하는지 궁금해요.
고사리 익스프레스의 아이덴티티는자극적인 채소의 맛이에요. 궁극적 목표는 탄소배출량을 줄여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채소 음식을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푸드 마일리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매장이 시장 근처에 자리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현재 남양주에서 수급하는 고사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자재는 시장에서 구매해요. 슬픈 현실은 고사리 농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오죽하면 고사리 수급 때문에 제주도에 2호점을 낼 생각을 했다니까요(웃음).

메뉴는 어떻게 개발하나요?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언젠가 우동 가게에서 사람들이 우동에 들어간 쑥갓을 빼놓고 먹는 걸 봤는데, 갑자기 쑥갓이 너무 불쌍한 거예요. 쑥갓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탄생한 메뉴가 쑥갓 비빔 누들이죠. 고사리 오일 소스에 쑥갓과 배추, 비건 버터 등으로 완성했어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중화권의 식당이 떠올랐어요.
미국의 패스트 캐주얼 차이니즈 레스토랑 브랜드 ‘판다 익스프레스’를 오마주했기 때문이에요! 미국 전역 어디에나 있고 접근성 좋은 판다 익스프레스처럼 채식 식당을 활성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간판 대신 매장 유리창에 그래피티를 그린 것도 채식 식당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예요. 제 의도대로 지나가다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어오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어요.

입구 벽면에 가득한 나무 모양의 레고 장난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쿠폰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고사리 오일 소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탄소발자국으로 계산하면 제품 1개당 나무 0.7그루를 보호할 수 있거든요(지난 6월 오픈 후 절감한 탄소배출량을 객관적 수치로 계산하면 50톤 정도예요). 강원도 인제 숲 보호 프로그램도 후원하고 있어요. 자신의 메뉴 선택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도록 레고 나무를 분양해주고 있어요. 계산을 마친 손님에게 나뭇잎 레고를 드리면 본인 이름이 적힌 나무에 꽂는 거예요. 나뭇잎 11개를 모으면 밀키트로 교환해드리고요.
고사리 익스프레스를 준비하며 영감을 받은 장소나 여행지가 있다면?
매장을 오픈하기 전, 영국에 다녀왔어요. 대만식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외식 브랜드 바오(BAO)를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바오는 지점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시장 근처 매장에서는 스트리트 푸드를 판매하고 고급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점에서는 브런치 카페 콘셉트로 운영하죠. 좁은 공간을 위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어요.

채소 요리 관련해서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일본 교토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 덕분에 채소 요리가 발달했어요. 특히 채소절임이 유명하다고 해요. 교토에서 채소절임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반찬에 활용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메뉴나 공간이 있다면?
우선, 3월 말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고사리 들깨 비빔면과 쑥갓 비빔 누들을 밀키트로 출시할 예정이에요. 고사리 해장국 같은 컵라면을 만드는 게 제 숙원 사업이죠. 개인적으로 라면에 술을 곁들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2023년부터 고사리 오일 소스를 활용한 분말스프를 만들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올해 안에 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종종 외국인 손님이 인천공항에 채식 식당이 없어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채식 식당 최초로 공항에 입점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예요. 쉽진 않겠지만, 시도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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