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카페 야트막의 내부 전경

For Beginner into Zero Waste
제로 웨이스트 입문을 위한 가이드, 야트막

독립문역과 서대문역 사이,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해 ‘야트막’이라는 이름을 단 제로 웨이스트 숍 겸 카페가 있다.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늘 낮은 자세로 삶을 대한다는 운영자의 철학도 그 이름과 잘 어울린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카페를 오픈하기 전, 광고 회사에 다녔어요. 회사가 성수동에 자리한 덕분에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접할 수 있었어요. 4~5년 전, 당시 성수동에 있던 제로 웨이스트 편집숍 더 피커(The picker)를 우연히 방문했다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대해 처음 알게 됐죠. 환경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몰랐거든요. 더 피커에서 판매하는 여러 제품을 접하며 하나씩 사용해보기 시작했어요. 

제로 웨이스트 숍을 운영하는 건 또 다른 분야인데.
제가 막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무렵, 회사의 신사업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위한 회의에서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는데,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거예요.(웃음) 몇 달 뒤, 제로 웨이스트 숍 운영의 사업성과 가능성을 인정 받아 신사업 프로젝트로 채택됐고, 온라인 숍을 열어 주도적으로 운영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꾸리게 된 건가요?
퇴사를 하고 난 후, 오프라인 숍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온라인 숍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소개하는 데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더 피커에서 경험한 것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싶었달까요. 우연한 기회에 이 자리를 알게 됐고 제로 웨이스트 숍으로는 월세 내기도 벅찰 것 같아 카페도 함께 열었죠. (웃음)
 
독립문 영천시장을 가로질러 오는데, 그 풍경이 정말 정겹더라고요.
도심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아기자기한 동네가 있나 싶죠? 카페 바로 옆, 중학교로 이어지는 길은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도로 초입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 덕에 봄에는 골목 구석구석 아카시아향으로 가득해요. 또 옆 건물에는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마을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 있어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운영하기에 딱 알맞는 위치인 것 같아요.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원래 이곳은 튀김만두 공장이었어요. 공사할 부분이 많긴 했는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너무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죠. 테이블과 의자는 대부분 황학동 벼룩시장이나 빈티지숍에서 구매했고요. 제품 진열장 자체를 인테리어적인 요소로 보이고자 신경 썼어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협소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전시장과 나란히 놓인 창문이 저희 매장의 포인트예요. 창밖으로 은행나무와 교회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거든요.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는 개수대가 따로 있네요.
텀블러 유저라면 모두 공감할 거예요. 다회용기를 갖고 다니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눈치 보지 않고 세척할 수 있는 존을 꼭 따로 만들고 싶었어요. 또 테이크아웃하는 손님에게 기부 받은 텀블러를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해요. 일회용기가 없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다회용기를 사용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소개하고 싶은 매장 내 지속 가능한 실천 방법이 있다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카페에서 업사이클링 티 코스터나 다회용 빨대 등을 제공해요. 이외에 기후위기 관련 책을 읽는 독서 모임, 환경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심야 극장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경보호에 대해 함께 공부할 기회도 마련하고 있어요.

판매하는 제품은 어떻게 큐레이팅하나요?
제가 써보고 좋았던 물건 위주로 소개해요. 아무리 의도와 취지가 좋아도 사용하는 데 불편하면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상만 안 좋아질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하고요. 환경보호를 이유로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야트막에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호감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브런치 메뉴가 눈에 띄어요.
프렌치 토스트, 아보카도 에그 토스트, 바질 토마토 토스트, 파니니 등이 준비돼 있어요.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맛집이나 카페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곤 했거든요. 주변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카페가 없어서 그 아쉬움을 달래줄 메뉴를 선보이게 됐죠. 최근 프랑스 여행에서 인상 깊게 먹은 갈레트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매장을 준비하면서 영감을 받은 여행지나 공간이 있다면?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밀라노 카페 ‘바 루체(Bar Luce)’요. 앤더슨 감독 특유의 동화 같은 파스텔 색조가 매력적인 공간이죠.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 민트와 노란색으로 아일랜드 식탁과 의자에 포인트를 줬어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오픈한 지 3년차예요.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앞서 강조했듯 이 라이프스타일이 멋있어 보이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메뉴와 인테리어, 운영 철학을 통일감 있게 연결돼야 하고, 삼박자의 조화가 고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돼야겠죠. 한정된 자원으로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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