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in Tokyo’s Island, Izu Oshima
도쿄 섬 마을 이즈 오시마에서 산다는 것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해온 일본의 여행 저널리스트가 도쿄도의 섬 이즈 오시마로 이주해 카페를 연 이유.

좁은 골목을 따라 서른 걸음이면 하부항(波浮港)에 닿는다. 이곳에 나의 작은 카페, 하브 카페(Hav Cafe)가 있다. 카페가 자리한 건물은 지은 지 90여 년 된 옛 일본 가옥이다. 이 집을 매입한 것은 7년 전. 20년 가까이 아무도 살지 않아 바닥 여기 저기에 구멍이 나 있고 온통 먼지가 가득해 카페에 적합한 공간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집이 내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무런 근거는 없었지만, 어쨌든 옳은 선택이었다.
 
하브 카페가 있는 곳은 이즈 오시마(伊豆大島)라는 섬이다. 이곳이 도쿄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지도 모른다. 도쿄도에는 총 9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이즈 오시마가 가장 큰 섬이다. 그렇다고 해도 차를 타고 1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규모다. 인구는 고작 7,000여 명. 섬의 97퍼센트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활화산인 미하라산(三原山)이 섬 중앙에 자리한다. 트레킹, 사이클링, 낚시, 다이빙 등 일년 내내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다. 하브 카페에도 세계 각지에서 온 이들이 방문한다. 그들은 “니세코, 교토, 히로시마 같은 관광지는 다 가봐서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고 있었어요.”라거나 “자연을 좋아해요. 활화산 주변을 걸어보고 싶었죠.”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유로 이즈 오시마를 찾는다.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즈 오시마에 살기 전에는 시간이 될 때마다 이 섬을 찾곤 했다. 도쿄에 있는 집 근처 공항에서 최대 19명까지 탑승 가능한 경비행기를 타면 이즈 오시마까지 2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니면 도쿄 다케시바(竹芝)항에서 고속 제트보트를 타고 1시간 45분간의 항해를 즐길 수도 있다. 도쿄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운 섬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이즈 오시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섬을 드나드는 동안 친구를 사귀었고,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과 호텔도 하나둘 생겼다. 이곳을 다시 찾을 때면 사람들은 “돌아온 걸 환영해.”라며 반겨주었고,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해지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이즈 오시마를 방문할 때마다 이곳은 내게 점점 더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오래된 일본 가옥을 만났고, 그 집을 사버렸다. 그게 하브 카페의 시작이었다.
 
하브 카페는 아주 작은 카페다. 카운터 좌석 5개와 빈티지 카리모쿠 소파가 전부. 예전부터 사용하던 커다란 유리 선반에는 작은 도자기 접시, 시계, 그림, 엽서 등 100여 개의 나라를 여행하며 모은 수집품이 진열돼 있다. 오래된 집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라 손님들이 무척 좋아한다. 몇 년 전에는 TV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프로듀서가 연출하고 배우 카타기리 하이리(片桐はいり)가 출연한 〈도쿄방치식당〉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카페의 시설은 최첨단이다. 전문가용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과 인기 메뉴 피자 토스트를 위한 성능 좋은 토스터 등 최신 장비를 갖췄으며, 초고속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카운터 좌석에는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콘센트도 마련돼 있다.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시설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덕분에 카페에 오래 머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섬 주민과 여행자가 대화를 나누다가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전망 포인트에 갑시다!”라며 함께 드라이브를 나서는 일도 있다. 일본에 ‘이치고이치에(一期一会)’라는 속담이 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다. 이즈 오시마 여행이 모두에게 멋진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브 카페는 오늘도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