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노포 3곳

Bangkok’s Historical Restaurants
태국 방콕 노포의 맛을 찾아서

130년 미크롭의 전통을 지켜온 미 크롭 진리부터 왕실의 비법으로 만든 찹쌀 망고로 유명한 코르 파니치, 반세기 넘게 똠얌꿍의 명성을 이어온 밋 코 유안. 태국 방콕의 살아 있는 역사와 같은 노포 맛집 3곳과 대표 음식을 소개한다. 

  • 피치 바이 매거진 편집부
  • 일러스트레이션 김은빈
  • 제작 협조 *한아세안센터
  •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는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 회원국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3월 13일에 설립했다.

130여 년 역사의 노포, 미크롭 진리

미크롭 진리(Mee Krob Jeen Lee)는 방콕 톤부리 지역 탈랏플루(Talat Phlu)에 자리한 노포다. 약 130년 역사를 이어오는 곳으로, 태국식 중국 음식 전문이다. 19세기 말, 중국계 이민자 진 리(Jeen Lee)가 창업했으며, 가게 이름은 ‘텍헹(Tek Heng)’으로도 불린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어느 날 왕실 근처의 운하변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를 따라온 라마 5세 국왕이 이 집의 미크롭을 맛보고 크게 감탄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창업주의 증손녀 격인 4대째 가족이 운영하고 있으며, 가게 내부에는 태국 왕실의 사진을 걸어 놓았다. 
미크롭 진리의 간판 메뉴인 미크롭은 달콤새콤한 소스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쌀국수 볶음이다. 가느다란 쌀국수를 기름에 튀긴 뒤, 팜슈거와 타마린드로 만든 양념에 볶아내기 때문에 면발이 서로 달라붙는데도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새우, 마늘, 숙주, 쪽파, 고추, 오렌지 껍질 등의 식자재가 가미되어 풍부한 맛을 낸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면서도 끈끈한 면과 함께, 오렌지 향이 은은히 퍼지는 달콤짭짤한 맛에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옛 조리법 그대로 만든 미크롭은 미쉐린 가이드 방콕에서 빕 구르망에 선정했고, “한 번은 꼭 맛봐야 할 요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랜 역사만큼 메뉴판에는 다양한 전통 요리도 가득하다. 생선 완자 볶음, 건조 생선 튀김이나 솥에서 푹 고아낸 소고기 똠얌 등 흔치 않은 메뉴도 맛볼 수 있어 방콕 미식가의 숨은 보물창고로 통한다. 요리의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며, 현지 분위기의 소박한 식당에서 왕족이 반한 태국 전통의 맛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창업연도 : 19세기 말

주소 : 326-330, Talat Phlu, Thon Buri, Bangkok 10600

찹쌀 디저트의 전설, 코르 파니치

코르 파니치(Kor Panich)는 방콕 구시가지의 프라나콘(Phra Nakhon) 지역에 위치한 찹쌀 망고 디저트 전문점이다. 1932년에 문을 연 이래 90여 년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방콕에서 카오 니아오 마무앙(Khao Niew Mamuang, 망고 스티키 라이스)을 처음 선보인 곳 중 하나로 유명하다. 부부가 함께 가게를 시작했는데, 아내는 젊은 시절 왕궁 주방에서 일하던 어머니에게 찹쌀 디저트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왕실의 비법을 토대로 만든 코르 파니치의 찹쌀 망고는 입소문을 타며 방콕의 전설적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렸고, 3대에 걸쳐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찹쌀 망고 디저트는 고슬고슬 찐 찹쌀에 달콤한 코코넛 밀크를 뜨거울 때 바로 부어 버무린 다음, 잘 익은 노란 망고 과육을 곁들여 낸다. 코코넛 밀크의 진한 풍미가 찹쌀에 배어들어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단맛이 일품이다. 특히 찹쌀밥에 사용하는 코코넛 크림의 농도와 당도를 일정하게 지키기 위해 나무 주걱으로 크림을 섞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여행객은 물론 현지인도 일부러 코르 파니치에 찾아와 찹쌀 망고를 포장해 갈 만큼 인기가 높다. 4~5월의 망고 제철에는 금세 망고가 소진되니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게의 테이블에 앉아서 즉석에서 찹쌀 망고를 맛볼 수도 있다. 망고 향이 가득한 찹쌀을 한입 먹는 순간 방콕의 달콤한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다.

창업연도 : 1932년

주소 : 431 433, Thanon Tanao, Khwaeng Sao Chingcha, Khet Phra Nakhon, Bangkok 10200

방콕 최고의 똠얌꿍, 밋 코 유안

방콕 구시가지의 딘소 로드(Dinso Road)에 들어선 노포 식당 밋 코 유안(Mit Ko Yuan). 1966년에 중국계 태국인 창업자인 코 유안이 문을 연 이래 약 6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코 유안은 이곳을 오픈하기 전에 거주했던 아유타야에서 서양 요리를 배울 기회가 있었고, 그 영향으로 태국 요리에 중국식과 서양식 조리법이 절묘하게 조화된 음식을 개발해냈다. 실제로 밋 코 유안의 주요 메뉴를 보면 태국식, 중국식은 물론 ‘소혀 스튜’처럼 프랑스풍 요리도 포함되어 있다.
밋 코 유안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똠얌꿍이다. 좁고 긴 형태의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아서 똠얌 한 그릇을 받으면, 우선 국물의 뽀얀 빛깔에 눈길이 간다. 일반 노점의 똠얌 국물처럼 연유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신선한 민물새우 머리에서 우러난 육수와 기름으로 완성된 주황빛 크림색 국물이다. 국물 위로 송송 뜬 붉은 기름은 새우의 고소한 풍미를 그대로 전하며, 버섯과 향신채가 듬뿍 곁들어져 향을 더한다. 진하고도 개운한 똠얌 꿍 특유의 신맛에 칼칼한 고추 향이 더해져 해장국처럼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무엇보다도 새우의 식감이 인상적이다. 새우살이 육즙을 머금을 정도로 완벽히 조리되어 나온다. 현지 단골들은 “입에 넣는 순간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라 극찬하며, 방콕에서 최고의 똠얌꿍 중 하나로 꼽는다.  
똠얌꿍 외에도 프랑스식 소혀 스튜는 갈비찜처럼 향신료와 함께 소의 혀를 푹 삶아낸 요리로, 연하게 조리된 소 혀가 진한 소스와 어우러진 맛이 별미다. 클램 팟자(razor clam pad cha, 맛조개 볶음)도 인기 메뉴인데, 싱싱한 맛조개를 마늘, 후추, 핑거루트 등의 향신료와 함께 센 불에 볶아내어 불향과 향신료의 풍미가 어우러진다. 현지 직장인과 관광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을 피해 가면 오래된 노포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공간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창업연도 : 1962년

주소 : 186 Dinso Rd, Sao Chingcha, Phra Nakhon, Bangkok 1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