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철

Do What You Love
파비앙의 좋아서 하는 일

파비앙(Fabien Yoon)의 이력과 행보는 조금 남다르다. 온전히 자발적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택한 이후, 한국어를 배우고 연기에 도전하고 한국 요리책을 출간하고 한국사를 파고드는 동안 가장 중요한 기준은 늘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인가’다. 왕성한 호기심과 편견 없는 태도로 끊임없이 배우며 도전하는 그를 만났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 여행자의 모습이 그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터뷰 · 정리 표영소
사진 신규철
인터뷰이 파비앙

우선, 코로나 19 시대에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름 잘 지내고 있어요. (웃음) 부정적으로 보려면 얼마든지 부정적으로 볼 수 있겠죠. 일이나 금전 상황이 전과 같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여행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작년에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은 건 거의 처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실 저보다 힘드신 분들이 많잖아요. 자영업자도 힘들고, 직장을 잃으신 분도 있고요. 제가 불평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코로나 덕분에 그간 미뤄두었던 것을 하면서 나름 시간 활용을 잘 하고 있어요.

고향에 간 지도 오래됐죠? 파리는 자주 가는 편인가요?

네, 꽤 됐어요. 원래 작년 3월에 가려고 비행기 표를 미리 예매해 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여름으로 한 차례 미뤘는데,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유럽 봉쇄가 이어지면서 도저히 틈이 안 보이더라고요. 다행히 항공권 유효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되긴 했지만, 그 안에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가더라도 집에만 머물러야 하고 혹시나 코로나에 걸리면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는 일이기도 해서 일단 기다리고 있어요. 원래 1년에 평균 두 번은 파리에 가곤 했죠.
 
파리에서 있을 때면 즐겨 찾는 나만의 휴식처 같은 장소가 있나요?
한국인에겐 천편일률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프랑스인은 익숙한 걸 좋아해요. 프랑스에선 한국처럼 새로운 식당과 카페가 수시로 생겨나진 않아요.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던 곳만 가죠. 저 역시 가족과 외식을 하면 항상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은 것을 먹어요. 심지어 제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빵집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같은 할머니가 계시죠. (웃음) 저는 파리 19구 출신인데요, 뷔트 쇼몽(Parc des Buttes Chaumont)이라는 공원이 그곳에 있어요. 파리의 다른 공원에 비하면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굉장히 예쁜 공원이에요. 규모가 꽤 큰데, 작은 폭포도 있고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이 아름답죠. 집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거리라, 자주 가는 장소예요. 영화 〈아멜리에〉에 나온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도 자주 가고요. 집 근처라서 부모님,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죠.

한국에서 태권도 선수, 모델, 배우, 방송인, 박물관 해설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도전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경계를 두고 싶지는 않거든요. 결과물이 뭐가 되었든 제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어요.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편이고, 음악, 요리, 여행 등 좋아하는 것도 다양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10년 뒤의 내 모습이나, 큰 꿈을 얘기하기보다 꾸준히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대신 한 가지를 시작하면 성실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다양한 일에 도전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성실하게, 어떻게 보면 조금 집요하게 끝까지 파고드는 편이에요.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한다고 할까요? 10년 뒤엔 제가 어디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10년 전에 지금의 저를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일이 불가능하잖아요. 차라리 현재에 집중해서 잘 해내자, 이런 편이에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고 싶지도 않고요.
 
그런 도전을 할 때 두렵거나 주저하지는 않나요?
네, 프랑스 사람이라서 그런지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정말 무모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나름 괜찮은 대학교에서 괜찮은 전공을 마치고 친구들처럼 바로 취직하고 나서 한국에 왔거든요. 프랑스에서는 보통 졸업하면 바로 취직하고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게 일반적이라, 졸업하고 외국에 갔다 왔다고 하면 ‘놀다 왔니?’라는 식의 약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하지만 정작 저는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죠. 사실 도전이라는 건 선택이 필요한 일이고, 그 선택이 어려운 거잖아요. 그래도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도전하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2016년에는 프랑스어로 한식 요리책을 출간했고, 2018년 파리에서 열린 한불 우정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았죠?
아무래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으로서, 두 나라를 알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죠.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경험해보니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지만, 좀 더 깊이 있고 자세한 프랑스 문화는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편견도 많고요. 한국에 대한 프랑스인의 인식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 문화, 역사를 배운 사람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만큼 좀 더 알리고 싶고, 여러 매체와 활동을 통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역시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최근에는 유튜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채널(www.youtube.com/user/fabientkd)을 개설한 지는 오래됐고, 최근 들어 열심히 하고 있어요. 늘 ‘해야지’ 하는 마음만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코로나가 촉매가 되어준 셈이죠.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역사 등을 주제로 써둔 시나리오만 해도 30개 정도 되고요. 시나리오, 촬영, 편집, 불어와 한국어 자막까지 다 혼자 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선 외부에 맡기고 싶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역사, 유머 코드, 예민함, 센스까지 다 이해하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한 편당 보통 7분 정도 되는데, 1분 편집하는 데 1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다행히 요즘 시간이 많은 편이고 반응도 생각보다 좋아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제 콘텐츠를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 사람들이 함께 보고 서로 코멘트를 남기는 게 저는 가장 기뻐요.
 
2020년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도 합격했어요.
한국사를 좋아한 건 굉장히 오래됐는데, 전환점이 된 건 2015년이었어요. 그때 제 인생에서 큰 변화가 있었죠. 한글로 쓴 책을 읽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까지 말하는 건 괜찮지만 글을 읽는 건 좀 어려웠어요. 사실 말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제로 잘하는 건 아니었죠. 사용하는 단어가 제한적이고 표현도 거의 비슷하고요. 많은 외국인이 그렇거든요. 평소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불어와 영어로 된 책만 주로 읽다가, 한글로 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진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영어로 읽던 한국사 책을 한글로 읽기 시작하니까 배우는 폭도 훨씬 넓어졌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하나를 시작하면 정말 악착같이 해요. 그런데 한국 역사는 배우면 배울수록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책을 수도 없이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게 됐고 주변 친구들이 “한국사 시험이나 한번 봐.”라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어느 날 서점에서 한국사능력시험 책을 발견하고 한 번 훑어보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재작년 말이었어요. 막상 공부를 해보니까, 내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시험 유형이 낯설었던 거예요. 프랑스에선 객관식 시험이 생소해요. 저도 살면서 이런 유형의 시험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질문의 방식과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니까 결국 제가 다 아는 내용이더라고요. 사람들은 제가 이 시험 때문에 한국사를 공부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알고 있던 내용을 시험 방식에 맞게 공부한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문제에서 중요한 키워드만 파악해서 답을 찾는 요령을 연습을 한 거죠. 그것만 알면 누구나 시험에 통과할 수 있어요. (웃음)

한국사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이야기나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한국사의 모든 면이 색다르고 흥미로워요. 같은 시기에 두 나라의 역사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특히 한국사는 모든 시기가 정말 드라마틱하잖아요. 드라마에 빠지는 것처럼 한국사에 중독이 되더라고요. ‘좀 더 알아야겠다’ 하고요. 역사를 배우면서 사극이나 역사 영화도 더 좋아하게 됐죠.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잖아요. 최근에는 왕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된 게 흥미로웠어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왕들은 부르는 명칭이 다 다르잖아요. 태조, 태종, 세종 등…. 실제 이름은 또 따로 있고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 재미있더라고요.

다른 나라 혹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역사를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실제 여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지요?
저는 역사를 아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몸으로 역사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언어로든, 행동으로든 그 나라의 역사가 반영이 되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역사가 한국의 역사이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부분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한국어에는 왜 이런 표현이 있는지…. 역사를 알게 되면서 그런 궁금증이 하나씩 하나씩 풀리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 생활도 편해지고, 한국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수월해졌죠. 제 삶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런 점이 역사를 배우는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제 여행 스타일은 뚜렷해요. 일단 패키지 여행은 가본 적이 없고, 휴양지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에요. 파라솔 아래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건 하루 이상은 못할 것 같아요. 여행을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고 많이 걷고 정말 빡세게(!)다녀요. 저와 늘 여행을 함께 다니는 어릴 적 친구가 있는데요, 아마 저랑 같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그 친구 밖에 없을 거예요.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야 하고, 체력도 좋아야 하고. (웃음) 한 나라를 여행하면 보통 큰 도시도 가고 유명 문화재나 역사적 장소도 가는데, 특히 좋아하는 건 대학교에 찾아가는 거. 현지 학생들을 만나고 일상도 엿볼 수 있으니까요. 짧은 시간에 비교적 넓은 지역을 둘러볼 수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좋아해요. 가능하면 엄청 힘든 트레킹이나 클라이밍도 해보려고 하고요. 그리고 현지인이랑 축구를 꼭 해요. 제가 그 동안 다닌 여행지를 보면, 사람들이 덜 찾는 지역을 주로 다녔어요. 지금은 나름 젊으니까 활동적인 여행을 하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지금까지 갔던 여행지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오만이에요. 중동 지역을 처음 방문한 게 2017년이었어요. 원래 아랍 문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때 완전 빠져버렸죠. 오만은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도 착하고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예요. 2주 정도 머물렀는데 자유라는 게 뭔지 피부로 느꼈던 것 같아요. 바닷가에서 축구를 하고 있으면 어부 아저씨가 말을 걸어요. “배 탈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돌고래가 옆에서 막 헤엄치고, “수영할래?” 그러면 바로 물에 뛰어들어서 돌고래, 커다란 거북이랑 같이 수영하고요. 영화에서나 가능할 일들이 그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펼쳐져요. 그 후 중동 문화를 공부하고 아랍어도 배우면서 중동 지역은 거의 다 돌아봤어요. 이제 딱 한 나라 남았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지와 거주지로서 각각 서울의 매력을 꼽는다면?
아마 많은 외국인이 비슷한 대답을 하겠지만, 여행지로서 서울의 매력은 ‘혼재의 미학’. 한국인은 유럽에 가면 중세 시대의 건물이나 거리를 예쁘다고 생각하잖아요. 반대로 저는 경복궁 옆에 높은 빌딩이 있고, 거대한 LED 화면이 번쩍이고, 이런 게 서울의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현대적인 도시면서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도 좋고, 한강도 있고, 야경도 아름답죠. 서로 다른 것이 잘 어우러져 있는 느낌이에요. 살면서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열정? 파리도 나름 바쁘고 복잡한 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이랑은 비교가 안 될 것 같아요. 서울에선 다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혹은 장소가 있나요?
첫 번째 장소는 속초. 해산물은 못 먹지만 바다를 좋아해요. 한국에 와서 처음 간 여행지가 아마 속초였을 거예요. 2007년이었으니까, 외국인도 많지 않을 때였죠. 낙산사에 갔는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어요. 서울에서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도 속초의 매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제주도요. 제주도를 너무 좋아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가서 귤이나 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평생 한국에서 살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생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사실 1년에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제주살이 관련 책도 정말 많이 읽었어요. 프랑스에 있을 때면 매년 세 번 정도 일 드 레(Île de Ré)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곤 했어요. 라로셸(La Rochelle)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요. 섬에 대한 그런 기억 때문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파비앙 님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여행을 하려면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은 어쩔 수가 없죠. 대신 현지에서 이동할 때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많이 걸어다니려고 해요. 현지인이 주로 가는 작은 식당을 이용한다거나, 되도록이면 그 지역 사람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소비를 하려고 하고요. 숙소도 대형 호텔보다는 친환경 숙소 위주로 선택하고, 머무는 동안 시트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노력을 하려고 하죠. 제가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여행과 관련된 나만의 의식(ritual)이 있다면?
저는 모든 것을 글로 기록해요. 거의 조선왕조실록 수준이에요. (웃음) 밤에 숙소에 들어가면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노트 형식으로 정리하죠. 보통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때 저는 책을 써요. 지금까지 5권을 썼는데,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 만난 사람, 먹은 음식, 나눈 대화, 좋았던 것, 나빴던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해요. 보통 2주 정도 여행을 하고, 하루의 기록이 10페이지 정도 되죠. 제일 분량이 긴 여행지는 인도예요. 인도는 한 달을 머물렀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일을 경험했거든요. 여행 중에 찍은 사진도 있지만, 저는 글로 보는 게 좋더라고요. 2016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아, 그때 이랬구나’ 하면서 너무 새롭고 좋아요.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전 정해져 있습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갈 거예요. 그곳을 다녀와야 제 중동 여행이 완성되거든요. 원래 작년에 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종식되면 가야죠. 사실 2019년 9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는 폐쇄적인 나라였어요. 비즈니스나 메카 순례가 아니면 방문이 어려웠죠. 모하메드 빈 살만(MBS)이 정권을 잡으면서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의 일환으로 당시 처음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바로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실제로는 아직까지 방문한 사람이 많지 않은, 백지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사우디아라비아에 갈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단 아랍어를 열심히 배워 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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