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탄생한 한국 전통주, 하나막걸리

A New York Born Take on Makgeolli
뉴욕에서 건너온 막걸리의 맛과 멋

바야흐로 전통주의 시대다. 국내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지만,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다채로운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지만 밀도 높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해외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지난 4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국 발효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온 하나막걸리가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해외에서 시작해 역으로 국내에 진출한 하나막걸리는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막걸리 한 잔을 나누는 일은 언어보다 깊은 이해와 연결을 만든다고 믿는 하나막걸리 전하나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하나막걸리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하나막걸리는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국 전통주 양조장이에요. 자연 발효 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습니다. 유기농 쌀,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죠. 한국 양조 전통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저희는 막걸리를 단순한 술이 아닌, 한국의 문화를 담은 특별한 음료로 세계에 소개하고 싶어요.

뉴욕에서 전통 막걸리를 빚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나고 자라며 제 정체성의 뿌리에 좀 더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이 늘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아버지께 술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막걸리가 문화적 깊이와 표현력이 탁월한 술이란 걸 깨달았죠. 그 경험이 제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어요. 당시 미국에는 진정한 자연 발효 막걸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는데, 이를 널리 알리고자 직접 양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막걸리의 맛을 위해서는 식자재가 중요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양조장을 처음 시작하고 가장 어려웠던 건 좋은 재료를 찾는 일이었어요. 비용이 들더라도 유기농 쌀을 고집했고 발효에 가장 적합한 누룩을 찾기 위해 곡물, 형태, 미생물 구성 등 여러 조합을 실험했죠.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미국 현지 환경에 맞는 재료 수급과 양조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탁주 16, 화주 12, 오미자 막걸리 등 다양한 술을 선보이고 있어요. 제품을 만들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궁금해요.

보통 특정한 맛이나 느낌에서 출발해요. 그 바탕에는 전통 양조 기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고요. 하나막걸리의 각 제품은 전통주라는 큰 틀 안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개성을 표현합니다. 탁주 16은 쌀, 누룩 그리고 시간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 드라이하고 도수가 높은 대표 제품이고, 화주 12는 전통 약주에서 영감을 받아 계절 허브와 꽃을 담은 플로럴 인퓨전*이에요. 오미자 막걸리는 오미자가 지닌 새콤하고 생동감 있는 매력에 집중했죠.

 * 장미, 라벤더, 재스민 같은 꽃잎을 넣어 우린 술이나 차, 디저트를 뜻한다.

하나막걸리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전통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술을 빚습니다. 정직한 과정과 좋은 재료를 소중히 여기며 맛과 질감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브루클린에서 양조장과 테이스팅룸을 함께 운영하고 있죠.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저희 제품과 그 배경에 담긴 문화를 좀 더 가까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테이스팅룸에서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전통 안주와 신선한 막걸리를 바로 맛볼 수 있는데요, 이 공간은 한국 전통주의 역사와 장인정신, 다양성을 함께 배우고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죠.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요,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과 페어링 팁이 있다면?
메뉴는 계절의 분위기, 맛의 균형, 그리고 서로 다른 식감과 향의 대비를 고려해 구성해요. 예를 들어, 탁주 16은 치킨이나 김치전 같은 바삭하거나 매콤한 음식이 잘 어울리고, 화주 12는 회, 절임류 등의 가벼운 음식과 궁합이 좋아요. 오미자 막걸리는 삼겹살, 오리고기처럼 기름진 음식과 함께할 때 그 상큼함이 더욱 살아나죠. 술과 음식이 서로의 맛을 한층 더 돋보이도록 정성스럽게 짝짓는 게 페어링의 노하우예요.
 
지난 4월 한국에서 하나막걸리를 론칭했어요.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됐나요?
한국 론칭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순간이었어요. 저희가 해석한 막걸리를 한국 분들께 직접 소개하고 전통과 새로운 시도,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자연 발효 중심의 전통주 문화를 한국의 다양한 크래프트 양조장과 함께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도 컸고요.

반응은 어땠나요?

정말 따뜻하고 힘이 되는 반응을 많이 받고 있어요.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진심 어린 피드백을 전해주었거든요. 다양한 스타일의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기도 했고요. 특히 자연 발효 방식과 드라이한 맛으로 호평을 받고, 수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반응도 확인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나 여행지가 있다면요?
강원도의 산을 정말 좋아해요. 고요한 분위기, 맑은 공기 그리고 야생 약초와 꽃은 한국 발효 문화의 뿌리를 떠올리게 해주거든요. 영감과 휴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언젠가 브루클린을 여행할 <피치 바이 매거진> 독자를 위해 하나막걸리 테이스팅룸 방문을 포함한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면요?

그린포인트(Greenpoint)*에 이스트 강을 따라 조성된 워터프론트(Waterfront)의 산책로에서 맨해튼의 전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겨보세요. 오후에는 아기자기한 지역 상점을 구경하거나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에 자리한 뉴욕 현대미술관 PS1(MoMA PS1)**을 방문해보길 추천해요. 당연히 하나막걸리에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죠. 막걸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시음 플라이트와 안주 페어링을 즐기며, 브루클린 한복판에서 한국 음식과 발효 문화를 경험해보세요.

* 젊은 아티스트가 모여 살고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한 브루클린의 작은 동네. 이스트강을 마주하고 있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 뉴욕 현대미술관의 자매 기관으로,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예술품,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획전도 활발히 진행한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한국 전통주, 특히 쌀 발효주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탐색하고 싶습니다. 유통 채널을 넓히고 계절 한정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고, 한국 발효 문화를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쓸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하나막걸리가 다양한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잔의 술을 나누며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