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여행자를 위한 휴양지

Destinations for the Intelligent Traveler
전형적인 휴양지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지적인’ 여행자를 위한 여행지

전형적인 관광지를 벗어나고 싶은가? 수많은 인파 대신 고요한 자연과 깊이 있는 문화가 기다리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발리 대신 플로레스

미국의 여행 가이드북 회사인 포더스(Fodor’s)는 매년 연말 ‘No List’를 공개한다. 여행 자제가 필요할 만큼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심각한 여행지 15곳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2025 No List에서 발리가 1위를 차지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방문객 수가 섬 내 관광 인프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 버린 것. 특히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연간 쓰레기 양은 현지 주민이 만드는 쓰레기의 3.5배에 달한다고). 
섬의 생태계 파괴와 함께 점점 낮아지는 여행 경험의 질을 고려하면 대안 여행지를 찾아야 할 때. 발리에서 동쪽으로 약 1,000킬로미터를 더 날아가보자. 신비로운 화산섬 플로레스(Pulau Flores)가 기다린다. 칼데라호와 온천 등 화산 지형 덕분에 생겨난 독특한 명소부터 숨은 다이빙 스폿으로 꼽히는 천혜의 해변, 울창한 열대 정글, 전통 원주민 문화와 16세기 포르투갈 식민 지배의 유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코모도왕도마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코모도 국립공원(Komodo National Park)을 비롯해 주변에 흩어진 작은 섬들로 떠나는 아일랜드 호핑도 인기. 무엇보다 면적은 발리의 약 2.5배지만 연간 방문객은 발리의 15분의 1 수준이라, 호젓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푸켓 대신 꼬 야오 노이

연간 방문객이 1,300명에 달하는 푸켓은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다. 몇 년 전 주민 1명당 관광객 수가 118명에 이른다는 조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과밀한 여행지로 꼽혔다.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즐길 거리는 기본이고, 뛰어난 접근성과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춘 덕분이다. 바꿔 말하면, 푸켓에서의 여행 경험은 예상과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만족도는 낮아지겠지만. 
전형적인 휴양지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지적인’ 여행자에게 태국 남부 안다만해의 작은 섬 중 하나인 꼬 야오 노이(Koh Yao Noi)를 추천한다. 한적한 해변과 백사장, 소박한 어촌 풍경, 현지인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진짜 태국다운 섬이다. 무엇보다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지역기반관광(CBT)이 발달한 곳으로,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물고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와 투어에 참여하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로컬 마켓 탐방, 농장 체험, 자전거 투어를 하며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 쇼핑과 나이트라이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푸켓이나 끄라비에서 배편으로 갈 수 있고, 40분~1시간 거리다. 
 

호이안 대신 닌빈

경기도 다낭시 호이안동. 이 지역 전체 방문객 중 한국인의 비중이 40퍼센트를 넘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붙은 별칭이다. 고풍스러운 올드 타운으로 유명한 호이안은 총면적 60제곱미터의 작은 도시다.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관광객 인파 때문에 극심한 혼잡, 노점 상인의 호객 행위, 현지인과의 갈등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최근 호이안이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호이안 올드타운의 예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된 여행자라면 분명 닌빈(Ninh Binh)도 마음에 들 것이다. 베트남 북부 내륙에 자리한 닌빈은 카르스트 지형이 빚어내는 독특한 풍광 덕분에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린다. 10세기 베트남의 고대 수도 호아루(Hoa Lu) 유적이 남아 있어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나룻배를 타고 도시를 둘러싼 운하를 따라 경치를 즐기고, 궁전과 사원 등 옛 건축물을 둘러보며 베트남의 고대 도시를 탐험해보자. 호이안과 비교하면 상점이나 카페, 야시장 같은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적지만, 훨씬 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베트남의 옛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 당일 여행 코스로 방문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