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an Choy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More than a Museum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그 이상

2021년 11월 12일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 옆에 개관한 홍콩의 엠플러스(M+)는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컨템퍼러리 비주얼 컬처 뮤지엄으로 서서히 항해를 시작했다.

자료 제공 홍콩관광청 , M+

홍콩의 *서구룡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내 6,500제곱미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M+ 건물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사무소 헤르그조 &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를 맡았다. ‘미술관 그 이상(more than a museum)’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처럼 빅토리아 하버 수변 공원을 배경으로, 전시 관람은 물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선사한다. 뮤지엄 숍부터, 카페, 한식 레스토랑, 멤버십 전용 칵테일 바 라운지, 영화관, 공연장, 루프 가든(Roof Garden) 등의 부대 시설은 M+가 추구하는 방향을 드러낸다.

우선 뮤지엄 내 33개 전시관을 포함해 건물 남쪽 파사드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과 그랜드 스테어(Grand Stair) 등의 실외까지 이어지는 전시 공간에서 시각 예술과 디자인, 건축, 영상 등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나보자. 개관전은 울리 지그 컬렉션으로 구성한 〈M+ Sigg Collection : From Revolution to Globalisation〉,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각 문화를 살펴보는 〈Hong Kong : Here and Beyond〉, 아시아의 디자인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Thing, Spaces, Interation〉이다. 또한 타이완의 캘리그래피 작가 통양쯔(Tong Yang-Tze), 일본의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고(Nakamura Yugo), 한국의 설치 미술가 양혜규 그리고 미디어 작가 장영혜 중공업의 신작도 개관에 맞춰 선보인다. 내년 초 오픈 예정인 M+ 시네마(M+ Cinema) 등까지 완성되면, M+는 아시아 시각 문화를 상징하는 확고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 16일, 홍콩관광청이 주관하는 정도련 부관장과의 온라인 미디어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도련 부관장은 한국 출신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미술사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아트 뮤지엄, 미네아폴리스의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 뉴욕현대미술관(MoMA) 회화조각부 부큐레이터로 일하다 2013 년 홍콩 M+ 수석 큐레이터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 M+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다.

* 홍콩 구룡 반도 서쪽에 문화 지구를 만들어 홍콩을 아시아의 문화 허브로 발전시키자는 아이디어는 이미 1998년에 공론화됐으며, 오랜 논의를 거쳐 2007년에 초기 계획이 정리됐다. 약 40헥타르의 부지에 17여 개의 복합 문화 예술 시설이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2026년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Talk with 홍콩 M+ 정도련 부관장


미술관의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은 M+의 큰 힘이자 원천일 것 같습니다.
엠플러스에 250여 명이 근무하는데, 출신 국가를 보면 30개국이에요. 그중 80퍼센트는 홍콩 출신이고 나머지는 아시아, 미주, 유럽에서 온 스태프로 구성됐죠. 해외 어느 유명 미술관보다 다채로운 출신국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죠. 저희 비전은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비주얼 컬처를 보여주는 미술관입니다. 홍콩에서 국제적 뮤지엄을 만들려면 당연히 스태프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국 출신이지만, 25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다국적 문화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좀 더 들기 전에 아시아에서 다국적성을 구현해보고 싶었는데, 엠플러스가 그런 희망을 줄 수 있어서 오게 됐습니다. 지난 10년간 홍콩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제가 M+에 와서 하고 싶은 바를 구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어요.

**울리 지그(Uli Sigg) 컬렉터의 기증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엠플러스의 지그 컬렉션은 총 1,510점입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중국 현대미술의 진화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컬렉션이에요. 저희는 물론 미술계 모두가 그렇다고 얘기하죠. 엠플러스 개관 후 대부분의 방문객이 〈Hong Kong : Here and Beyond〉 전시를 보고 나서 이 컬렉션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그 컬렉션 전시를 오픈하면서 한 가지 생각했던 것은, 중국의 문화 대혁명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들다는 거죠. (컬렉션을 통해서) 그 이후에 중국이 얼마나 급격하게 바뀌어 왔는지, 그 안에서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치열했는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반향으로 다다(Dada)가 태어났다고 할 수 있잖아요. 이에 비춰보면, 문화혁명이 중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혁명 이후 현대미술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들어가는 시기 미술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작업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술계에서 컬렉터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홍콩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M+는 컬렉터와 미술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컬렉터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상황은 맞다고 봅니다. 사실 컬렉터와 미술 기관은 오랫동안 중요한 관계였습니다. 뉴욕의 모마(MoMA)를 탄생시킨 배경은 ***4명의 컬렉터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구겐하임 미술관도 그런 식으로 탄생했죠. 서구, 특히 미국의 주요 미술관은 컬렉터가 기반을 닦았기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컬렉션이 공공 기관 컬렉션으로 변신하는 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시작된 미술관의 일반적 경향이었다고 봅니다. 울리 지그가 엠플러스에 컬렉션을 기증한 이유도 그런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겠죠.
저는 2010년경부터 홍콩에 자주 왔는데, 그후 10년간 홍콩의 미술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어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글로벌 경매 회사와 중국에서 온 경매 회사 등도 문을 열었죠. 초기에는 10여 개의 대표적 상업 갤러리가 있었고, 그후 재빠르게 늘어났습니다. 비영리단체도 마찬가지고요. 미술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태계가 성장했죠. 물론, 아직 홍콩은 미술품 거래 시장의 허브로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영리 단체는 그 수와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이제 엠플러스가 오픈하면서 그 영역에 큰 무게를 실어주게 됐습니다. 미술 시장은 물론 미술계 전체의 아이디어와 담론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스위스 출신의 사업가이자 컬렉터로, 중국과 북한 주재 스위스 대사까지 역임했다. 특히 20년 넘게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하며, 중국 미술계를 후원했다. 지그의 컬렉션은 중국 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최고의 컬렉션으로 평가받는다.

*** 애비 록펠러(Abby Rockefeller), 릴리 블리스(Lillie P. Bliss), 매리 퀸 설리반(Mary Quinn Sullivan) 세 명이 처음 MoMA 의 기틀을 마련했고, 그후 콘거 굿이어(A. Conger Goodyear)가 합류했다.


M+에 간다면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봐야할까요?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를 보면, 아시아 내에서도 일본, 한국, 대만에는 국제적 역할을 수행하는 괜찮은 곳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시아의 개념을 넓게 보고 아시아 내에서 아시아와 다른 지역을 관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미술관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엠플러스는 중국부터, 동아시아, 남아시아까지 아우르면서 컬렉션을 쌓아가려고 오랫동안 계획했습니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동남아시아를 식민 지배했던 서구까지 담론 안에 포함되겠죠. 아시아에서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아시아를 관통하면서 그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역할을 하는 미술관이 엠플러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시대 소비 문화와 미술은 어떤 관계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2007년경 홍콩 내의 유력 인사들이 모여 홍콩의 미래를 그리면서,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 21세기 비주얼 컬처 뮤지엄을 세우겠다는 기획안이 나왔어요. 그때 기획안에 그냥 ‘M+’, 그러니까 ‘모어 댄 어 뮤지엄’이라는 의미로 적어 놨는데, 나중에 그 브랜딩이 좋아서 미술관 이름으로 선택됐죠. 미술, 디자인, 영화는 물론 시각 문화를 모두 섭렵해서 다른 것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주겠다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2019년에 구룡 지역에 새로 생긴 쇼핑몰 한 곳은 아트몰로 브랜딩을 했어요. 이름이 K11 뮤제아(Musea) 입니다. 쇼핑몰이 자신을 뮤지엄이라고 칭한다면, 엠플러스는 그런 뮤지엄과 어떻게 경쟁을 해야 할까요? K11 뮤제아는 소비 중심이지만, 그곳의 발산하는 매력은 문화라는, 쇼핑과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뮤지엄의 다음 역할, 다음 층위는 무엇인가, 방문자들이 와서 무엇을 경험해야 하는가?’ 라고 질문을 던져야 하죠. M+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엠플러스는 아시아의 MoMA가 되겠다는 포부도 의미 있죠.

마치 온라인 숍처럼 M+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인상적입니다.

보통 대형 미술관은 디지털 담당팀이 마케팅이나 IT에 속해 있는데, 엠플러스에서는 저의 팀에서 일합니다. 2017년부터 큐레이터와 디지털 에디토리얼 콘텐츠팀이 같이 일하죠. 컬렉션의 오픈 데이터 베이스를 위해 API를 구축했고, 팩트 체크와 저작권 체크 등을 마친 후에 컬렉션 데이터 베이스를 완성했습니다. 완전히 오픈되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깃허브(Github)에 소스를 올리고 해커톤도 열었죠. 웹사이트의 디자인도 브루클린에 있는 디자인 회사의 쿨한 제안으로 완성됐어요.


앞으로 미디어 아트나 디지털 아트 같은 동시대 작품의 컬렉션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제가 내부 팀에게 항상 얘기했던 내용은 이렇습니다. “21세기 뮤지엄을 만들기 위해서는 20세기 뮤지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비디오나 미디어 아트의 줄기를 역사적으로 먼저 리서칭하고 컬렉션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죠. (컬렉션 중에)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장영혜 중공업의 작품도 있는데, 특히 장영혜 중공업의 모든 작업을 디지털화해서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와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천천히 리서치하면서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19 시기에도 오픈을 한 이유는, 홍콩을 위한 글로벌 뮤지엄이기 때문에, 오픈 후 얼마 동안은 홍콩 사람들을 우선하려고 했습니다. 동시에 가상 투어도 고려하고 있는데요, 큐레이터들이 M+의 전시를 보여주는 영상을 하나씩 선보일 계획입니다. M+ 외부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는 오픈 한 달 전부터 공개했어요. 미디어 파사드와 소셜 미디어, 사이버 스페이스의 관계는 무엇인지 질문해야 하고, SNS를 어떻게 컬렉션해야 할지도 질문해야 합니다. 앞으로 동시대의 이런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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