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논알코올 드링크 편집샵 아티스트보틀클럽

Made by Artists, for Artists
술 대신 영감을 따르는 공간, 아티스트보틀클럽

취하기 위해 마시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술도 미식과 취향의 언어로 논할 때. 알코올의 빈자리를 대신해 예술적 시도가 손을 흔드는 논알코올 드링크의 세계로 여러분을 환영한다. 술 없는 술의 기쁨을 큐레이션하는 이 실험적인 무대에서 이재범 대표가 전하는 얘기를 들어보자.

아티스트보틀클럽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논알코올 드링크 큐레이션 스튜디오입니다. 국내외 제품을 엄선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숍인 ‘레프’를 2년간 운영하다가 올해 4월 1일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아티스트보틀클럽(ARTIST BOTTLE CLUB)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했습니다.

'아티스트보틀클럽’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로 지었나요?
브랜드 카피가 ‘Made by Artists, for Artists’예요. 전 세계의 많은 논알코올 드링크 생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자신이 만든 것을 예술 작품처럼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논알코올 드링크는 알코올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한 장인 정신을 존중하면서 아티스트가 만든 제품을 또 다른 아티스트한테 소개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여기서 아티스트는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예술가적 욕망에 가깝죠. 직업적으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작품 같은 제품을 마시면서 자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끌어내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논알코올 드링크를 소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아티스트보틀클럽을 운영하기 전에 광고 회사에서 8년간 일하면서 술자리가 일상이었어요.  야근을 하는 날엔 술을 마시면 안 되니까 팀원들과 야식을 먹으면서 편의점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사 마시곤 했죠. 그러면서 논알코올이라는 장르에 눈을 떴죠. 좀 더 나은 제품이 없나 찾아보면서 아마존으로 직구도 하고요. 점차 하나의 취미가 되었고, 지금의 브랜드로 발전하게 된 거예요.

알코올 드링크도 좋아하시나요?
술을 전혀 안 마시는 건 아니에요. 논알코올은 알코올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생각해요. 술을 못 마시는 이들도 함께 술자리에 어울릴 수 있고, 술을 즐기는 사람에겐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거든요. 덧붙이자면, 술은 가끔 마시지만, 희석식 소주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논알코올 음료에 더 눈길을 준 것도 있고요.

큐레이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품도 개발힌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맛을 보여주는 게 브랜드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국내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제일 잘 만든다고 생각하는 양조장 어프리데이랑 협업해서 수제 맥주를 만들었는데요, 라거에 홉 비율을 높여서 라거와 에일의 중간 느낌을 줬어요. 브랜드명이 아티스트보틀클럽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디자이너분을 발굴해서 협업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요. 라벨 디자인은 희소성이라는 디자이너와 작업해 제품 외형에도 브랜드 철학을 담았죠.

 
제품을 큐레이션하는 기준 또는 철학이 있다면요?
아트피스를 소개한다는 사명감으로 제품과 생산자의 스토리를 우선시하고, 첫인상을 결정짓는 패키지 디자인이나 제품의 외형도 꼼꼼히 살펴봐요. 개봉했을 때 맛과 밸런스가 훌륭한지, 알코올의 부재를 충실하게 메우고 있는지 등 다양한 기준으로 까다롭게 따져보고 있어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땐 협업하고 있는 마스터 바리스타나 미쉐린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에게 샘플을 보내 자문을 받기도 해요.

공간이 감각적이에요. 공간 브랜딩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티스트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삼았어요. 실제로도 이 공간에서 아티스트가 논알코올 드링크를 마시면서 편하게 작업하고 갈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나무와 메탈 소재를 활용하고, 아시바라고 하는 공사장 구조물을 들여왔어요. 스피커 같은 오브제 하나하나를 아트피스처럼 배치했고요. 인테리어는 독일 베를린에 자리한 부스토어(Voo Store)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베를린의 정돈된 불규칙함을 이 공간에도 표현하고자 했어요. 크리에이티비티나 아이디어가 그런 배경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요.
 
미국, 일본, 홍콩, 독일, 덴마크 등 여러 국가의 논알코올 드링크를 소개하고 있네요. 직접 수입을 진행한 제품도 있다고요?
직접 수입한 건 딱 두 가지뿐이에요. 수입 일화가 재밌는데, 미국 LA에 자리한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논알코올 전문 믹솔로지스트로 근무하시는 조한석 믹솔로지스트한테 무작정 연락을 해서 논알코올 시장에 대한 상담을 부탁했어요. 그때 그분이 제조 공정 전반에 참여한 캘리(Kally)라는 제품을 추천해주셔서 마셔봤어요. 유기농 원료로만 제조한 점이 마음에 들고, 맛도 굉장히 뛰어나서 그 길로 샌프란시스코로 직접 만나러 갔죠. 제조사 대표와 미팅도 하고 원료 리스트를 받아서 수입을 진행했는데, 식약처와 관세청을 거치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수입까지 반 년이상 걸렸어요.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논알코올이 특히 어려워요. 알코올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서 한약재 같은 생소한 원료를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쓴맛, 매운맛, 신맛을 내려면 어쩔 수 없죠. 만약 사용하는 원료 중에 한국에서 유통되지 않는 게 하나라도 포함돼 있으면 수입이 불가해요. 이런 확인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보니 국내에서 논알코올 드링크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했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레프 운영 당시에 러닝 크루를 협찬한 적이 있어요. 크루 중 한 분이 2~3주 동안 연습해서 단축한 러닝 기록이 술자리 한 번으로 물거품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달리고 나서 맥주나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하면서요. 그 분이 러닝 끝나고 저희가 가져간 논알코올 맥주를 어찌나 시원하게 드시는지, 러닝하고 이렇게 맥주를 마시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굉장히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논알코올 드링크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랑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했죠.

논알코올 시장이 웰니스 트렌드와 발맞춰 더욱 확장되겠네요.

맞아요. 미국이랑 일본에서 직접 시장 조사를 해본 결과, 지금의 한국 논알코올 시장이 미국의 5년 전, 일본의 3년 전 시장이랑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요. 좀 늦은 편이긴 하죠.

미국이랑 일본은 논알코올 시장의 규모가 확실히 다른가요?
일본에는 도쿄 시부야에 아사히가 운영하는 *스마도리바(SUMADORI-BAR SHIBUYA)라고 있어요. 1층은 논알코올 보틀 숍, 2층은 논알코올 칵테일 바로 운영하는데, 알코올 도수 0도, 0.5도, 3도 칵테일을 카페 같은 밝은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미국은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의 등장과 함께 논알코올 시장의 규모가 남다르게 커졌죠. 논알코올 드링크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보틀숍이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꽤 많고, 그들이 정기적으로 주관하는 테이스팅 이벤트나 규모 있는 파티도 열리죠.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는 처음 들어봐요.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단어 ‘sober’에서 따온 건가요?
네, 맞아요. 술을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거나 주류 없이도 충분히 삶을 즐길 수 있다고 여기는 트렌드예요. 미국에서 이 트렌드가 유행한 지 5년 가까이 된 것 같아요.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니라 미식으로 즐기거나 술자리의 분위기만 건강하게 즐기자는 거죠.

* : 스마도리(SUMADORI)는

논알코올 드링크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일단 메인 초점은 알코올 같은 맛을 내는 거에요. 알코올이 없어서 부족한 바디감을 다른 원료를 사용해서 채워넣는 거죠. 이게 지금의 논알코올 드링크라고 말할 수 있고요. 다음 세대의 논알코올 드링크가 있죠. 1급 발암물질인 알코올 없이 뇌의 가바(GABA) 시스템을 자극해서 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에요. 실제로 영국에서 센티아(Sentia Spirits)같은 제품이 이미 개발됐죠. 미국에선 논알코올에 기능성을 더한 제품도 찾아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파티용, 잠자기 전 숙면용처럼 용도에 맞게 구분한 거죠. 유포릭(euphoric)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어요.

논알코올 드링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초심자에겐 스파클링 화이트 논알코올 와인을 추천해요. 기포가 바디감을 적당히 채워주고, 산미와 아로마가 어우러져 굉장히 깔끔하거든요. 조금 더 특별한 걸 찾는다면, 블렌딩 와인이 있어요. 일반적인 논알코올 와인이 와인과 동일한 포도품종을 사용해 동일한 공정으로 완성한 뒤 알코올을 날려 만든다면, 블렌딩 와인은 발효를 거치지 않고 베르주(Verjus)라는 덜 익은 청포도 원액을 사용하는 완전 무알코올 와인이에요. 앞서 소개한 캘리(Kally) 스파클러 와인이 블렌딩 와인에 해당해요. 발효차도 논알코올 와인 범주에 들어가는데요, 차를 발효해서 와인의 산미나 뉘앙스를 표현한 제품이죠. 아티스트보틀클럽에선 홍콩의 마인드풀 스파클스(Mindful Sparks)를 소개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경험해보는 걸 추천해요.

논알코올 드링크와 관련해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독일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보고 싶어요. 독일의 논알코올 와인이 훌륭하거든요. 진공 증류법 같은 독자적 기술도 가지고 있고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논알코올 시장을 탐구해보고 싶어요.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국가도 가보고 싶어요. 알코올을 금기시하는 종교적 이유로 논알코올 시장이 발달했거든요. 한류 열풍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무알코올 소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네요.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요?
캘리 제조사 대표를 만나러 갔던 미국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내로라하는 논알코올 드링크는 다 마셔볼 생각으로 떠난 거라 열흘간 논알코올 드링크만 찾아다녔죠. LA의 카토(KATO)라는 레스토랑도 방문했는데, 논알코올 페어링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에요. 10가지 디쉬에 10가지 논알코올 드링크가 페어링되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그때 발견한 유니파이드 퍼멘츠(Unified Ferments)의 원센바우종(Wen Shan Bao Zhong)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마셔보고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수입해보려고 샘플을 받았는데, 여행 당시에 느낀 그 맛이 아니었어요. 같은 제품을 마신 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차이가 커서, 여행지에서의 분위기와 페어링이 맛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했죠. 논알코올 드링크 바도 가봤는데, 대마초를 팔고 있어서 당황한 기억도 나요. 법 적으로 알코올과 대마초를 함께 팔 수 없어서 논알코올을 파는 바가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논알코올 드링크 종류가 정말 많았고, 대마초가 들어간 논알코올 칵테일 같은 메뉴도 있어서 신기했죠.

여행지에서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제 MBTI가 계획형인 J는 아니라서요. (웃음) 정해진 루틴이 있거나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진 않지만, 그 도시에서 유명한 식당은 꼭 찾아가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미식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 맛있다는 음식을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려요. 식당은 주로 미쉐린에 노미네이트된 곳 위주로 찾아다니는 편이고요.

앞으로의 목표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맛있는 논알코올 드링크를 찾을 때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보틀클럽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운영해 나갈거고요. 다음 달에 서울에서 패션과 아트 관련한 큰 행사에 논알코올 부스로 참여하게 되어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겠지만 국내에서 논알코올 시장이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논알코올은 맛이 없다’라는 편견부터 허물어졌으면 하는데요, 대기업이 원가 절감과 대량 생산을 우선시하다 보니 생긴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만들면 논알코올 드링크도 맛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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