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World of Vegan Pizza
이상한 피자의 세계로, 위어도우

이상해서 재밌는 비건 피자의 세계.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색다르지만 편안한 위어도우만의 피자 만드는 이야기.  

위어도우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위어도우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의 ‘Weirdo’와 피자 도우의 합성이고요, 비건 피자 전문점이에요. 피자하면 치즈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치즈를 포함해 동물성 재료 하나 없는 피자를 만들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거나 생소할 수도 있다는 걸 표현했어요. 다른 데서는 본 적 없는, 어떻게 보면 이상한 피자라고 볼 수 있죠. 또 다른 의미도 있는데요, 여전히 채식주의자, 비건이라고 하면 특이한 사람이나 예민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요.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담았어요.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비건 지향 생활을 한 지 대략 5년 정도 되었는데요, 비건이 된 계기는 평범해요. *페스코 채식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비건 지향을 시작해보겠다고 해서 함께 비거니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비건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내 몸을 생각해서 시작한 거였는데, 이후로 환경 문제나 동물권의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비건 요리책도 출간했다고요.
‘하루 비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비건 레시피를 수록한 책이에요. 일상에서 자주 해 먹은 간단한 실생활 요리부터 하루 비건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요리 그리고 어디서도 소개하지 않았던 특별한 레시피까지 다양한 걸 섞어서 구성했죠.
 

* : 채식주의의 한 형태로, 육류는 먹지 않지만 생선과 해산물은 섭취한다.

** : 2021년에 <맛있어서, 하루 비건>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다양한 비건 요리 중 화덕 피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비건 생활을 시작하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치즈를 못 먹는다는 거였어요. 치즈가 발달한 서양은 비건 치즈도 발달했지만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웠거든요. 구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책과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비건 치즈 레시피를 수없이 연구하다 보니 비건 치즈를 주제로 강의할 만큼 지식을 많이 쌓았죠. 치즈를 어떻게 잘 활용할 지 궁리하다가 피자를 떠올렸고요. 비건 피자는 생소하다 보니 주변에서 반대도 많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고는 시도하고 싶은 게 없는 거예요. 그 이후로 피자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미국식 피자집에서 일했어요. 소스나 고기 토핑이 헤비하게 올라가는 미국식 피자보다는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가 채소랑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도우와 치즈 등 모든 식자재를 비건으로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외국 레시피를 참고하다 보니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지 않으면 맛있는지 예측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루 비건 계정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레시피를 직접 구현해 보고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피드백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그 경험 덕분에 위어도우를 오픈할 때에는 어느 정도 맛있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죠.  

식자재는 어떤 방식으로 구하나요?
저희는 채소가 중심인 레스토랑인만큼 채소의 품질에 차별점을 둘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막연히 좋은 채소가 아니라, 특색을 갖춘 지역 농부들의 채소를 직접 받아서 사용해요. ‘채소 생활’이라고 신품종을 연구하는 농장과 거래하며 생소한 품종의 채소를 소개하고 있고요. 음식을 먹을 때 맛만 즐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채소를 알게 되고, 콜리플라워가 초록색이랑 보라색도 있네, 당근도 보라색, 노란색일 수 있구나! 하면서 신기함도 같이 즐길 수 있게끔요. 채소에 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처음 나만의 공간이 생겼을 때 어떠셨나요?
이곳이 나의 식당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요. 팝업을 할 때엔 보따리장수처럼 다른 사람의 레스토랑에 짐을 싸 들고 가야 했는데 그 과정이 사실 너무 힘들었거든요. 빨리 내 가게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만의 가게가 정말로 생긴 거죠. 지금도 다들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제가 만든 음식을 즐기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신기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제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저를 알게 된 분들이 찾아오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메뉴를 개발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요.  
스페셜 피자와 파스타를 매달 바꿔가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지금 나오는 제철 채소를 찾고 그걸 중심으로 잘 어울리는 부재료를 연구하죠. 다른 데서 먹어보지 못한 조합도 시도해보고 직원들과 같이 먹어보면서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워가면서 완성시켜요. 처음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다가도 계속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킥이 될 만한 식자재 하나가 딱 나타나더라고요.  

특이한 식자재를 시도해 본 적도 있나요?
낫토 피자요. 우연히 알게 된 낫토 전문점 낫투투 낫토의 낫토를 올린 피자예요. 의외로 인기가 정말 좋았어요. 고정 메뉴로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많았고요. 오로지 낫토를 너무 좋아해서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어요. 사실 낫토 피자를 팔던 때에 매장 안에서 계속 꼬릿꼬릿한 냄새가 맴돌아서 약간 웃기기도 했었지만요. (웃음) 언제가 다시 메뉴로 선보일 생각도 있습니다. 
 
메뉴 개발할 때 창작의 고통은 안 느끼나요?
가끔 압박을 느끼지만 매장을 운영한 지 일 년이 지난 후부턴 부담이 줄었어요. 제철은 일 년 주기로 반복되잖아요. 작년에 했던 메뉴를 변주해서 신메뉴를 개발하는 요령이 생겼죠. (웃음) 돌아온 메뉴를 반가워하는 단골도 많고요.

여태까지 만든 피자 중 가장 애정이 가는 피자를 하나만 꼽는다면?  
바질 페스토 연근 피자는 초반부터 있던 고정 메뉴인데, 의도치 않게 다들 꼭 주문하는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어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해 주시니 저도 가장 좋아하는 피자이고요. 사실 모든 메뉴에 다 애정이 있어요. 한 메뉴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특히 버섯 피자는 레시피가 계속해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두유 크림소스에 치즈랑 표고버섯을 올렸다가, 나중에는 트러플 페이스트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라임을 짜서 곁들여 먹을 수 있게끔요. 그래서 마치 커가는 자식 같은 피자예요.  
 
원래 요리를 업으로 하셨나요?  
맞아요. 요리를 전공하고 주방에서 일을 한 지 벌써 10년도 더 됐는데요, 어느 순간 요리사라는 직업이 지쳤던 때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요리사는 몸이 되게 고된 직업이거든요. 다른 사람 업장에서 취직해서 일을 계속하다 보니까 몸은 지쳐가고, 자립해도 혼자서 무얼 할 수 있을지에 관한 확신이 전혀 없었거든요. 오히려 비건이 되고 나서 다시 요리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채식이라는 조건이 생기니까 도전 의식이 불타더라고요. 그러면서 하고 싶은 요리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육식할 때는 몰랐던 계절 재료나 채소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어서 제 세계가 더 넓어지고 풍성해졌다고 느껴요. 특히 채소의 다양한 맛과 색을 즐길 줄 알게 되고요. 제철에 맞는 식자재를 활용한 요리를 할 수 있게 됐죠.  

유튜브에서 다양한 국가를 비건 푸드 트립이라는 테마로 여행하신 것 봤어요. 인상 깊었던 곳이 있다면요?
비건(Vegan)이라는 단어이자 정신이 시작된 곳이 영국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런던에선 일주일 넘게 머물러도 다 가볼 수 없을 정도로 비건 음식점이 많았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런던의 비건 치즈숍 라 포마쥬리(lafauxmagerie,  현재는 온라인 스토어로만 운영 중) 라는 곳이에요.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논 비건 치즈 숍하고 다를 바 없이 수많은 비건 치즈가 쫙 펼쳐져 있었어요. 그램 단위로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과 원하면 맛도 볼 수 있는 걸 보고 천국이라고 생각했죠. (웃음) 푸레짜(Purezza)라는 비건 피자 레스토랑도 머무는 동안 두세 번 찾아갔고요. 손님도 정말 많고, 논 비건 피자와 경쟁해서 수상한 적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나도 이런 피자집을 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위어도우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될까요?
계절 식자재와 채소를 활용해서 피자를 선보이는 건 동일하겠지만 더 나아가서 이 공간을 활용해서 행사를 열어보고 싶어요. 뮤지션 분들을 초대해서 공연을 하거나 예술가의 전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요. 비건 요리 클래스를 여기서 열 수도 있고요. 겨울에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지만, 위어도우가 2주년을 맞는 내년 1월에는 다시 손님들과 만날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습니다.
+ 위어도우 박정원 대표가 추천하는 비건 식당
📍purezza
주소 : 45-47 Parkway, London NW1 7PN 영국
인스타그램 : purezza
📍Le Potager de Charlotte  
주소 : 12 Rue Louise-Émilie de la Tour d'Auvergne, 75009 Paris, 프랑스
웹사이트 : lafauxmagerie.co.uk
📍pettirossokyoto
주소 : 108-95 Izumojitatemotocho, Kita Ward, Kyoto, 603-8134 일본
인스타그램 : pettirossokyoto
📍Vegan Ramen UZU Kyoto
주소 : 146 Umenokicho, Nakagyo Ward, Kyoto, 604-0905 일본
인스타그램 : vegan_u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