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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Cafe in My Town
우리 동네에 로컬 카페가 있다는 건

요식업계에서 ‘3년만 버텨도 성공했다’는 속설이 있다. 동네 가게는 오래오래 안녕할 수 없는 걸까? 우리 곡물로 디저트와 차를 만드는 ‘알트 그레인(Alt Grain)’의 하지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박진명
인터뷰이 하지원 대표(알트 그레인)

지하철 1호선 소사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부천한신시장 입구에서 내렸다. 평일이라 한산했지만 시장 내 모든 상점이 운영 중이다. 시장을 가로지르면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그렇게 5분 정도 걷다 보면 하얀 벽돌로 쌓은 건물에 들어선 ‘알트 그레인’이 나타난다. 알트 그레인은 우리 곡물로 디저트와 음료를 만드는 브랜드이자 카페다. 주로 파운드 케이크, 마카롱, 휘낭시에 등 서양식 디저트에서 착안한 우리 다과를 판매하고 여기에 호지차 카페라테 같은 커피 메뉴와 산딸기, 메밀 씨앗, 팥 등 유기농으로 만든 차를 곁들인다.

메모 1. 간호사가 카페를?

알트 그레인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곡식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를 파는 공간입니다. 곡물은 주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틀을 깨고 디저트로 새롭게 해석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알트 그레인은 무슨 뜻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히 대체 가능한 곡식이라는 뜻의 얼터네이티브 그레인(Alternative grain)의 줄임말이었어요. 그러다가 키보드에 있는 알트키를 누르면 변환이 되는 것처럼 곡물이라는 재료 안에서 디저트나 음료 등 다양하게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의미를 더했죠.

최근 전통 다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저트 브랜드가 많이 등장했는데요. 알트 그레인은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요즘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흔히 즐기는 외국의 디저트를 전통 다과와 접목했어요. 떡을 파운드 케이크처럼 굽고, 튀긴 보리에 초콜릿을 입혔죠. 떡은 디저트가 아니라 한 끼 식사 같은 느낌이 들고 약과나 강정은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즐기는 옛날 간식 같잖아요. 어떻게 하면 건강한 우리 곡물을 조금 더 쉽게 즐길 수 있을까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전통 곡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양식 베이킹을 배우는데 설탕이나 버터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예요. 비건 베이킹이나 쌀 베이킹은 썩 즐겁지가 않았고요. 그러다 제가 평소 좋아하던 곡물과 구황작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어려서부터 집에 항상 팥차나 고구마 칩과 같은 전통 디저트가 있었거든요. 결국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간호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저는 수술실에서 일을 했어요. 누구나 그렇듯이 탈출구가 필요했는데, 그게 카페였어요. 카페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끽하면서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충전하곤 했죠. 한번 직접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기면서 커피와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두 직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사람을 치유해준다는 게 공통점이 아닐까요. 수술실에 있으면서 인생의 가장 큰 불행은 몸이 아픈 거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아프면 돈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고민했던 거고요. 

대표님만의 건강 루틴이 있나요?
차를 마시는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꾸준히 하면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메모 2. 동네 카페의 지속 가능성

알트 그레인이 오픈한 지 1년이 넘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수 없었어요. 디저트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택배를 포장하면서 6개월을 보냈죠. 그때 선물용 홈카페 키트를 만들어봤어요. 그게 또 반응이 좋아서 택배만 싸다 보니까 또 6개월이 훌쩍 지나 있더라고요. 초코보리 쿠키가 가장 반응이 뜨거웠어요.
브랜드를 오픈하고 나서 찻집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차에는 달지 않은 디저트가 어울리거든요. 맥파이앤타이거를 비롯해 서울에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카페나 티하우스와 협업하고 있는데 대체로 피드백이 긍정적이에요. 차 전문가와 함께 메뉴를 만들면서 성장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대부분의 제품은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요?
제가 가장 먼저 좋아하고 인기도 많은 제품은 찹쌀호두과자 케이크인데요. 버터,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와 우유를 넣어 만들어요. 최소량의 버터와 밀가루만 사용하기 위해서 정말 오랫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레시피이기도 해요. 호두과자 맛이 나기도 하고 찹쌀 도너츠와 식감이 비슷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분이 좋아하더라고요.

서양식 베이킹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방식은 비슷한데 식자재만 대체했죠. 가장 큰 차이점은 당도를 확 낮췄다는 거예요. 동네에 있는 방앗간에서 만들어온 습식 쌀가루와 아주 소량의 밀가루를 배합한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 떡 같기도 하고 빵 같기도 한 식감이 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저만의 방식을 찾아 베이킹하고 있어요.

지역 농가와도 협업을 한다고 들었어요.
주로 제가 먼저 좋아하는 브랜드의 문을 두드리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귀농이야기’라고 지리산에서 건강차와 건강즙을 다루는 브랜드와 협업했는데요. 호박부터 팥, 율무 등 직접 재배한 차를 볶은 제품을 판매하는 큰 기업이에요. 실제로 제가 귀농이야기 차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우리곡물 다과세트’라는 이름으로 귀농이야기에서 만든 차와 알트 그레인의 디저트 제품을 명절 선물세트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죠.

메모 3. 동네 카페 애호가의 여행

어떻게 이 동네에 자리잡게 되었나요?
대도시처럼 시끌벅적하지도 않으면서 도시의 편리함은 두루 갖춘 환경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 동네는 역곡역과 소사역 사이에 위치하는데요, 역곡역은 로컬의 성지라 불릴 만큼 맛있는 음식점이 굉장히 많은 동네예요. 맛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이 많달까요. 사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감성의 카페가 몇 없긴 하지만 최근 하나 둘 늘고 있는 추세예요. 주변에 규모가 큰 시장도 많아요. 저희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한신시장도 그중 하나고요. 저는 시장 안에 떡집을 가장 많이 가죠. 여러모로 재미있는 동네예요.

막상 와보니까 왜 여기에 자리를 잡았는지 알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즐겨 찾던 카페를 떠올려 봐도 복잡하거나 시끄럽지 않았거든요. 제가 받은 그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의 동네는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요. 여기서는 산도 보이고 새소리도 들려요. 그리고 하얀 벽돌로 쌓은 건물도 매력적이고요.

부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일단 첫 번째는 베르네천. 서울숲 못지 않은 부천의 자랑이에요. 공원이 하천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 산책하기도 정말 좋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연륜과 세월이 느껴지는 음식점도 정말 많죠. 가톨릭대 근처에 ‘학교 가는 길’이라는 오래된 떡볶이 집, 칼국수와 감자전 등을 파는 ‘들깨랑 보리보리’를 추천해요. 시골 밥상처럼 소담스럽게 세팅되어 나오는데 정말 맛있어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호주 멜버른이요. 알트 그레인을 시작하면서 로컬 카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동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호주 멜버른은 최근 몇 년 사이 로컬 카페로 굉장히 유명해졌죠. 동네에 맛도, 분위기도 좋은 카페가 있다는 건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하잖아요. 언제든지 맛 좋은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상상만 해도 즐거우니까요. 언젠가는 멜버른에 가서 동네 카페가 잘 되는 비결을 배우고 올 거예요.

로컬 브랜드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태국 방콕이요. 제가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방콕은 일본의 디테일함에 시골스러움을 더한 듯한 도시예요. 꼭 어디를 가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요즘 로컬 브랜드가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알트 그레인을 포함한 로컬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제가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야 하죠. 기본적으로 대기업만큼 광고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없으니까 이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 알트 그레인 제품을 좋아해주고 다시 찾아주는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테이블 수를 늘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매장을 홍보하려고 해요.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오프라인 매장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경험하는 게 훨씬 기억에도 남고 좋으니까요. 또 메뉴 개발, 협업 제안 등 기존에 해오던 것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에요.

메모 4. 사는 동네 골목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와 로컬 카페가 나란히 있다면 당신은 어느 곳을 들어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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