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ay Trip to Niigata to Capture its Beautiful Landscapes
니가타의 풍경을 담는 하루
세계적 거장의 빛줄기부터 동네 할머니의 소박한 웃음까지, 니가타의 자연에 뿌리를 둔 풍경과 문화가 설국의 땅에 고유의 기운을 퍼트린다. 오감을 자극하고 휴식을 자아내는 그곳으로 향한다.
- 글 허태우
- 사진 박신우
도쿄의 우에노역에서 신칸센을 이용해 약 2시간 후. 교외의 한적한 풍경과 몇 개의 긴 터널을 통과한 열차는 니가타의 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駅)에 도착한다. 소설 〈설국〉에서는 이곳이 국경 너머의 미지의 고장으로 묘사되지만, 그렇게 멀지 않다. 역사 밖으로 나서자 한여름의 짙푸른 녹음과 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중심가가 보인다. 유자와 온천마을이 〈설국〉의 무대처럼 눈에 뒤덮이려면 수 개월이 더 지나가야 한다. 그 전까지 유자와는 여름의 정취로 충만할 것이다.
역 바로 건너편의 하타고이센(HATAGO 井仙, 하타고(旅籠)는 일본 에도 시대에 등장한 숙박 시설의 한 종류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1층 카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한다. 에치고유자와역이 개통하던 1925년에 문을 연 하타고이센은 스스로를 ‘설국의 관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1층은 카페 겸 숍, 2층은 레스토랑, 3~5층은 객실과 온천으로 구성되었고, 먹거리부터 실내 장식까지 니가타의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게 눈에 띈다. 카페의 이름은 ‘온천 커피’ 미즈야(水屋)다. 한여름 평일의 카페에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여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온천수로 내린 커피와 온천 푸딩, 유자와 롤케이크 등의 명물을 맛보기 위해서일까? 열차 안에서 먹은 에키벤을 금방 잊은 듯, 산미 강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가 입안을 감돈다.
렌터카를 타고 산과 숲 사이 굽어진 도로를 따라 자연 속으로 진입한다. 겨우내 니가타를 감싸던 눈이 녹으면, 그 대지 위에 드러나는 건 예술 작품이다. 에치고쓰마리(越後妻有, 에치고쓰마리는 3년마다 트리엔날레 형식의 대규모 국제 예술제로 열리고, 그 외의 해에는 봄과 가을에 걸쳐 대지 예술(Art Filed) 행사를 진행한다.) 대지의 예술제(大地の芸術祭)가 이끌어낸 산물. 니가타를 거대한 미술의 장으로 성장시킨 예술제는 지역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1990년대 중반 니가타 남부의 에치고(越後)와 쓰마리(妻有)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고 지방 활성화를 위해 예술을 활용하기로 논의했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앞선 시도였다. 그 결과 2000년의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를 시작으로, 약 760제곱킬로미터의 대지에는 예술 작품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는다. 논과 밭, 오래된 민가, 학교, 미술관 그리고 터널까지, 공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트리엔날레가 거듭될수록 니가타는 예술이 삶과 더불어 호흡하는 고장으로 변화했다. 오늘날에는 200여 점이 넘는 상설 작품(에치코쓰마리 공식 웹사이트에서 모든 작품의 위치를 표기한 구글 지도를 볼 수 있다.)이 대지의 일부가 되었다. 일본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온 여행자들은 그 작품을 찾아 에치고와 쓰마리의 자연을 헤집으며 구석 구석 탐험하듯 찾아간다.
역 바로 건너편의 하타고이센(HATAGO 井仙, 하타고(旅籠)는 일본 에도 시대에 등장한 숙박 시설의 한 종류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1층 카페에서 잠시 더위를 피한다. 에치고유자와역이 개통하던 1925년에 문을 연 하타고이센은 스스로를 ‘설국의 관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1층은 카페 겸 숍, 2층은 레스토랑, 3~5층은 객실과 온천으로 구성되었고, 먹거리부터 실내 장식까지 니가타의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게 눈에 띈다. 카페의 이름은 ‘온천 커피’ 미즈야(水屋)다. 한여름 평일의 카페에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여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온천수로 내린 커피와 온천 푸딩, 유자와 롤케이크 등의 명물을 맛보기 위해서일까? 열차 안에서 먹은 에키벤을 금방 잊은 듯, 산미 강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가 입안을 감돈다.
렌터카를 타고 산과 숲 사이 굽어진 도로를 따라 자연 속으로 진입한다. 겨우내 니가타를 감싸던 눈이 녹으면, 그 대지 위에 드러나는 건 예술 작품이다. 에치고쓰마리(越後妻有, 에치고쓰마리는 3년마다 트리엔날레 형식의 대규모 국제 예술제로 열리고, 그 외의 해에는 봄과 가을에 걸쳐 대지 예술(Art Filed) 행사를 진행한다.) 대지의 예술제(大地の芸術祭)가 이끌어낸 산물. 니가타를 거대한 미술의 장으로 성장시킨 예술제는 지역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1990년대 중반 니가타 남부의 에치고(越後)와 쓰마리(妻有)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고 지방 활성화를 위해 예술을 활용하기로 논의했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앞선 시도였다. 그 결과 2000년의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를 시작으로, 약 760제곱킬로미터의 대지에는 예술 작품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는다. 논과 밭, 오래된 민가, 학교, 미술관 그리고 터널까지, 공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트리엔날레가 거듭될수록 니가타는 예술이 삶과 더불어 호흡하는 고장으로 변화했다. 오늘날에는 200여 점이 넘는 상설 작품(에치코쓰마리 공식 웹사이트에서 모든 작품의 위치를 표기한 구글 지도를 볼 수 있다.)이 대지의 일부가 되었다. 일본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온 여행자들은 그 작품을 찾아 에치고와 쓰마리의 자연을 헤집으며 구석 구석 탐험하듯 찾아간다.
니가타를 비추는 빛
니가타의 에치코쓰마리 트리엔날레는 첫 회부터 세계적 거장의 작업에 건축을 녹여낸 놀라운 작업을 제시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빛과 전통 건축이 결합된 히카리노 야카타(光の館, 빛의 집)다. 도카마치시(十日町市)를 내려다보는 산기슭에 자리한 이 작품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수필 <음예예찬(陰翳礼讃)>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한다. 터렐은 ‘명상의 집’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지역 전통 건축 양식을 활용했고, 빛의 감각으로 실내를 채웠다. 땅바닥에서 2.7미터를 띄워서 지은 이유는 니가타의 폭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구불거리는 오르막을 올라 다다른 고독하고 단단한 사찰처럼 서 있는 히카리노 야카타의 가장 큰 매력은 터렐의 작품 속에서 머문다는 점이다. (히카리오 야카타는 독채 스테이로 운영된다. 최대 3팀까지 동시에 투숙할 수 있는데, 전체 시설 사용료가 5만 엔(팀 수에 따라 나눠서 분담), 여기에 더해 숙박료는 1인당 1만 엔이다. 투숙하지 않는다면, 낮 시간(12~3pm)에 개별 방문도 가능하다. 1인당 800엔.) 메인 룸인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의 개폐식 천장이 일몰과 일출 시간에 맞춰 열리는데, 그때마다 사방에 설치된 LED 조명이 서서히 색감을 바꾸며 하늘빛에 조응한다. 고요 속에서 하늘과 빛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시각적인 명상의 순간을 선사한다. 터렐은 메인 룸 외에도 여러 장소에 작업을 남겨 놓았다. 지하의 욕실 바닥에도 광섬유 조명을 설치해 욕조의 물이 스스로 빛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복도와 방을 비추는 조명 덕분에 집 전체가 터렐의 작품으로 기능한다.
구불거리는 오르막을 올라 다다른 고독하고 단단한 사찰처럼 서 있는 히카리노 야카타의 가장 큰 매력은 터렐의 작품 속에서 머문다는 점이다. (히카리오 야카타는 독채 스테이로 운영된다. 최대 3팀까지 동시에 투숙할 수 있는데, 전체 시설 사용료가 5만 엔(팀 수에 따라 나눠서 분담), 여기에 더해 숙박료는 1인당 1만 엔이다. 투숙하지 않는다면, 낮 시간(12~3pm)에 개별 방문도 가능하다. 1인당 800엔.) 메인 룸인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의 개폐식 천장이 일몰과 일출 시간에 맞춰 열리는데, 그때마다 사방에 설치된 LED 조명이 서서히 색감을 바꾸며 하늘빛에 조응한다. 고요 속에서 하늘과 빛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시각적인 명상의 순간을 선사한다. 터렐은 메인 룸 외에도 여러 장소에 작업을 남겨 놓았다. 지하의 욕실 바닥에도 광섬유 조명을 설치해 욕조의 물이 스스로 빛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복도와 방을 비추는 조명 덕분에 집 전체가 터렐의 작품으로 기능한다.
도카마치시에는 대지예술제를 계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일본 3대 협곡 중 하나로 꼽히는 기요쓰 협곡(清津峡)에 들어선 기요쓰 협곡 터널이다. 낙석 사고 때문에 출입이 금지된 협곡을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개통한 관광용 터널은 줄어드는 방문객을 걱정하던 차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18년 트리엔날레를 계기로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국 출신의 건축가 마얀송(马岩松)이 이끄는 MAD 건축사무소는 협곡 터널을 터널 오브 라이트(Tunnel of Light)라는 작품으로 리모델링했다. 750미터 길이의 터널을 5개의 구간(자연의 5가지 원소(목·토·금· 화·수)를 모티프로 터널을 구성했다.)으로 나눴고, 각 구간마다 테마에 맞춰 공간을 재해석했다. 터널 가장 안쪽의 ‘파노라마 스테이션’은 터널 오브 라이트의 하이라이트다. 바닥의 얕은 물거울에 반사되는 풍광이 실제의 계곡과 이어지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린다.
자연과 예술을 품은 멋과 맛
오이, 가지, 버섯, 당근 등 반찬이 담긴 소박한 도시락이 차려진다.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준비하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쁘다. 히가시시모구미(東下組)의 시골길에서 발견한 우부스나 하우스(Ubusuna House)는 1924년에 지은 갓쇼즈쿠리(合掌造り, 일본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통 가옥 양식. 가파른 경사의 지붕을 얹힌 것이 특징이다.) 농가를 활용한 전시장 겸 팜투테이블 식당이다. 2006년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 맞춰 개장했으며, 지역 여성들이 힘을 모아 직접 운영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운영자 중 한 명인 히구치 미치코 할머니에 따르면, 초창기에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대지 예술제에 회의적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예술제는 물론 마을에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고. 히구치 할머니도 2006년에 60세의 나이에 대지 예술제의 지역 가이드로 처음 참가했고, 지금은 우부스나 하우스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우부스나 하우스의 1층은 일상의 공간에 도예 작품이 덧붙여져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예가들이 만든 전통 가마와 화로, 세면대, 욕조 등이 실제 생활 시설로 사용되어 공예의 본래 목적을 충실히 따른다. 손님들은 이로리(囲炉裏, 일본의 전통 농가에서 사용하는 난방 시설이다. 보통 방바닥의 일부를 네모나게 잘라 내고, 그곳에 재를 깔아 화로처럼 사용한다.)에 둘러 앉거나 다다미에 자리를 잡고 지역의 정성이 담긴 식사를 맛볼 수 있는데, 제공되는 식기류도 모두 도예가의 작품이다. 2층은 세 개의 작은 방(다실)을 옛 구조 그대로 살린 전시실로, 도예 작품들이 마치 사랑방의 장식처럼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다. 도예의 멋과 푸근한 인심이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식사 후에도 느긋이 더 쉬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우부스나 하우스의 1층은 일상의 공간에 도예 작품이 덧붙여져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예가들이 만든 전통 가마와 화로, 세면대, 욕조 등이 실제 생활 시설로 사용되어 공예의 본래 목적을 충실히 따른다. 손님들은 이로리(囲炉裏, 일본의 전통 농가에서 사용하는 난방 시설이다. 보통 방바닥의 일부를 네모나게 잘라 내고, 그곳에 재를 깔아 화로처럼 사용한다.)에 둘러 앉거나 다다미에 자리를 잡고 지역의 정성이 담긴 식사를 맛볼 수 있는데, 제공되는 식기류도 모두 도예가의 작품이다. 2층은 세 개의 작은 방(다실)을 옛 구조 그대로 살린 전시실로, 도예 작품들이 마치 사랑방의 장식처럼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다. 도예의 멋과 푸근한 인심이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식사 후에도 느긋이 더 쉬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미나미우오누마시(南魚沼市)의 사토야마 주조(里山十帖, ‘사토야마’는 산과 사람이 공존하는 일본 특유의 생활 개념이고, ‘주조’는 열 가지 이야기를 의미한다.)는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예술을 녹여냈다. 잡지 <지유진(自遊人)>(일본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잡지.) 발행인이었던 이와사 토오루(岩佐十良)가 2012년에 오래된 목조 료칸을 인수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곳. 니가타의 자연과 문화를 예술·건축·디자인·요리 등에 걸친 10가지 시선으로 담아 한 권의 잡지처럼 정제된 경험을 선사한다. 즉, <지유진>이 다루던 콘텐츠를 현실의 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사토야마 주조의 마쓰우라 유나(松浦由奈) 매니저는 “지유진의 독자들이 실제로 투숙하면서 높은 만족감을 느끼고, 70퍼센트 이상이 재방문객”이라고 설명한다. 지유진은 이곳 외에도 니가타의 고민가를 활용한 에어비앤비 스타일의 독채 스테이를 운영하고, 일본의 하코다테, 시가, 마쓰모토에서도 디자인 료칸을 세웠다.
느티나무 기둥과 들보를 사용한 사토야마 주조 본관 건물은 옛 가옥의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 높은 천장을 떠받친 목조가 그대로 드러난 로비에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와 핀 율(Finn Juhl) 등의 디자인 가구와 예술 작품이 손님을 환영한다. 13개의 미니멀한 객실에도 세심하게 고른 가구와 작품이 놓여 있고, 널찍한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니가타의 웅장한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오오사와야마(大沢山)의 온천수와 삼나무 숲의 기운이 흐르는 노천탕은 일본의 전통 온천 요법인 ‘탕치(湯治)’를 현대적으로 되살린다. 사토야마 주조 객실의 또 다른 특징은 어메니티부터 가구까지 모두 판매하는 제품이라는 것. 이를 위해 료칸 내에도 편집숍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투숙객의 오감은 료칸의 레스토랑 사나부리(Sanaburi)에서 완성된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쿠와키노 케이코(桑木野 恵子) 총괄 셰프는 지역의 풍미를 이식한 파인 다이닝으로 독보적 지위에 올랐다. 현지 제철 농산물과 산나물, 일본 제일의 우오누마(魚沼)산 고시히카리 쌀을 활용한 채식은 순도 높은 자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5일마다 메뉴를 바꾸며 거의 매일 새로운 음식이 테이블에 오른다. 대지의 삶과 미학을 표현한 맛과 멋의 일체라. 니가타의 풍경을 담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이야기다.
투숙객의 오감은 료칸의 레스토랑 사나부리(Sanaburi)에서 완성된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쿠와키노 케이코(桑木野 恵子) 총괄 셰프는 지역의 풍미를 이식한 파인 다이닝으로 독보적 지위에 올랐다. 현지 제철 농산물과 산나물, 일본 제일의 우오누마(魚沼)산 고시히카리 쌀을 활용한 채식은 순도 높은 자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5일마다 메뉴를 바꾸며 거의 매일 새로운 음식이 테이블에 오른다. 대지의 삶과 미학을 표현한 맛과 멋의 일체라. 니가타의 풍경을 담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