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블리스

Walking Lightly, Thinking Deeply
경쾌하게 그렇지만 우직하게, 그린블리스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늘 무겁고 멀게만 느껴졌다면 유기농 면으로 만드는 그린블리스의 양말을 신어보자. 환경과 동물 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예쁜 일러스트 속에 친근하고 귀엽게 숨어 있으니.

그린블리스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예쁘고 편안한 양말과 의류, 타월 등을 식물성 오가닉 소재로 제작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전하려 노력하는 브랜드예요. 

긴 여행에서의 경험이 친환경 양말을 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14년 전 즈음 과일 디저트 사업을 해보려고 시장 조사를 위해 몇 주간 해외 출장을 떠났어요. 계획보다 오래 타지에 머물게 되면서 양말이 부족해졌어요. 세탁하긴 영 번거로워서 시장에 가서 가장 저렴한 양말을 샀죠. 그 당시에는 옷은 좋은 걸 사도, 양말은 어차피 잘 보이지 않으니 굳이 비싸고 좋은 것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래 걸어 다니다 보니 새로 산 양말이 땀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끈거리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양말도 좋은 걸 신어야 한다고 느꼈죠.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고 양말 서랍을 열었는데 수십 켤레의 양말 중에 막상 신고 싶은 게 한 켤레도 없었어요. 품질 좋고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양말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사업 방향을 바꿨죠. 

그린블리스의 양말은 유기농 면만 사용해 만드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합성 섬유 대신 유기농 면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양말의 재질을 공부하다 보니 주 소재가 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면화 재배가 전 세계 농작물 경작지의 2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농약과 살충제로 문제가 되고 있더라고요. 면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유기농 재배 방식으로 생산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론, 유기농 면은 단가도 더 비싸 생산 기간도 더 오래 걸려요. 제작 과정에서도 여러 난항이 예상되었지만, 환경과 동물 그리고 사람의 피부에 해를 덜 끼치니까 결국 유기농 면을 사용하기로 했죠.
 
제품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 한 켤레의 양말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드는지도 궁금합니다.
주로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제주 지역의 다양한 요소를 양말 디자인에 담았던 것처럼 작년부터 해외 여러 도시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어요. 솔직히 가끔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해요. 디자인 시안이 완성되고 나면 샘플 제작에 약 3주, 본 제작에 2달가량 걸려요. 샘플을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 출시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린블리스의 양말은 유기농 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양말보다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그간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온 주제는 무엇일까요?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을 제품 디자인에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때로는 이러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다소 무겁거나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돼요. 메시지가 너무 강하거나 직접적이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동물 보호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순간이 있나요?
그린블리스는 매년 두 차례 정도 환경과 동물 보호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 판매 수익의 일부를 알맞은 단체에 전달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품이 예뻐서 구매했는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환경과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예요. 너무 기분 좋았죠.
 
제주 선흘리에서 쇼룸을 운영하며 느낀 이 동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방문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책 코스나 주변 공간도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쇼룸 근처에 동백동산과 거문오름처럼 걷기 좋은 산책 코스가 있고, 맛있는 식당과 카페도 많아요. 선흘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쇼룸을 잘 운영해 나가려면 동네 가게들과 상생해서 선흘리를 더 활기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흘리 지도 엽서를 제작 중이에요. 이 동네에 머무는  여행객들에게 주변에 가볼 만한 곳들을 알려주는 용도로 활용하려고요.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귀띔해 주세요.
쇼룸 옆에 예쁜 야외 공간이 있는데요, 올해 그린블리스 12주년을 맞아 거기서 행사를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실행을 못 했어요. 내년에는 좋아하는 뮤지션을 섭외해서 13주년을 축하하며 멋진 행사를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린블리스가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그린블리스는 인류의 마지막 브랜드가 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자연과 동물에 해를 덜 주면서 꾸준히 제품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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