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일지에서 명상을 하는 모습

 

ⓒ 김윤경

Fill with Breath, Jar and Scent
호흡과 달항아리, 향으로 마음을 채우다

갤러리일지에서 마련한 도예와 향, 명상을 결합한 1 ‘한점 선물’을 미리 체험했다. 40분 동안 금강 스님의 음성을 따라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3부로 나눠 숨을 가라 앉히고 달항아리를 보고, 일지인센스의 침향을 맡으며 명상을 수행한다. 자기 자신, 달항아리, 혹은 향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나면 번뇌와 욕심에서 한 걸음 멀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박진명
사진 김윤경
취재 협조 갤러리일지
상품 예약 피치 바이 트래블
1 한점 선물은 현대예술과 융합한 명상 프로그램으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일지에서 진행된다. ‘선물’은 잡히지 않는 ‘선(禪)’을 삶에 적용 가능한 ‘물성(物性)’에서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이를 통해 일상을 변화시키는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1부 마음 다해서 숨쉬기 명상

“우리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이미 고요합니다. 그 마음을 구름과 같이 가리는 것은 욕심과 온갖 감정에서 오는 번뇌입니다.” 

명상 시작 전 나눠준 야생 녹차를 입에 살짝 머금었다.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졌다. 금강 스님의 음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해남 미황사의 전 주지 금강 스님은 참선을 통해 우리의 본성과 본래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명상을 통해 번뇌를 가라앉히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면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을 얻게 될까. 

 

2부 달항아리와 뿌리 명상

“이 달항아리의 이름은 ‘우주’입니다. 도곡 정점교 선생이 우리 땅의 좋은 흙과 물, 나무와 불로 만든 작품이죠. 우주를 바라보며 땅의 기운을 느껴보세요. 그것이 바로 뿌리 명상입니다.”

공간 한가운데 달항아리가 놓여 졌다. 손으로 빚은 울퉁불퉁한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달항아리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 명다완 도곡 정점교 선생의 작품이다. 1951년생으로 19세에 도예에 입문한 그는 현재 우리나라 도예가 중 가장 정점에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라보다완은 굵은 모래알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찻그릇으로, 녹색과 한색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찻그릇인 2 이라보다완의 다른 이름은 고려다완. 이름 그대로 한국의 다완이라는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도공 대부분이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그 맥이 끊겼다(일제강점기에는 이 땅의 흙까지 일본에 빼앗겼다). 조선다완의 후예들이 고려다완을 재현하려 애썼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곡 선생이 일본에서도 명성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본 유명 가문 무자소로천가(武者小路千家)는 그를 지정 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도곡 선생은 자신이 만든 다완에 ‘우주’라는 이름을 자주 붙였다. 이번에 갤러리일지에서 선보인 달항아리의 이름 역시 우주. 우리 흙과 물, 나무와 불로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자연의 따스함이 느껴지고, 꾸밈없는 고고함은 타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것을 빚고 또 빚어 결국은 명다완이라 인정받은 도곡 선생의 세상과 꼭 닮았다. 
 

3부 청정의 향 명상

“숨을 들이쉬며 주변에 맴도는 향의 기운을 알아차립니다." 

금강 스님의 말을 따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갤러리일지에서 운영하는 향 브랜드 일지인센스의 침향이 타면서 금세 공간을 가득 메운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난 상처 사이로 분비된 3 수지가 뭉쳐진 것을 말한다. 침향은 오래 전부터 기력을 회복하는 데 사용해온 약재이자 부처에게 바치는 최고의 향으로 여겨진다. 삼국사기에 왕실에서만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일지인센스는 깊은 삼림 속 침향을 채취해 돌절구에 찧고 대나무체로 부드럽게 거른 후, 야생 꿀을 넣어 수년간 향이 축적되는 시간을 기다린다. 그렇게 완성된 침향이 3분간 공기 중을 떠돌았다. 
정진단 대표는 명상에서 향을 자각하는 것이 하나의 훈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후각에 모든 감각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각은 기억이나 감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향을 맡을 때의 좋은 기분과 경험이 더해져 명상 습관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2 ‘이라보’의 어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지명일 것이라는 추측과 표면의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일본 의성어 ‘이라이라(イライラ)’에서 가져온 말이라는 설이 있다.

3 나무가 상처로 침투하는 각종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도 높은 액체.

BUY
[갤러리일지] 한점 선물, 달항아리와 명상 차담 (종료)
60,000원
40분 동안 금강 스님의 안내를 따라 잡념을 비웠다. 자연으로 빚은 달항아리에서 땅의 기운을 받으며 호흡에 집중하고, 기분 좋은 향을 들이쉬며 몸 안 깊숙한 곳에 있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였다. 명상이 끝나고 난 후, 다실에서 간단한 다담을 나눴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 복잡한 일상의 시작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얻은 마음의 균형을 잘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과 명상 그 사이 어딘가를 경험하고 싶다면, 갤러리일지의 이번 명상 프로그램이 '한점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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